“제가 오이타(大分)현 의회의장을 끝으로 저의 44년 정치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당분간 쉬면서 여생을 어떻게 보낼지 생각 중입니다.”

필자와 30년 넘는 세월 동안 교류해온 일본의 이노우에 신지(井上伸史·77)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그는 규슈 오이타 현의 가미쓰에(上津江) 촌장(村長: 우리의 면장과 군수) 시절부터 업무적으로 개인적으로 인연을 맺어 온 사람이다.

“그러시군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러던 그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기념행사에 부부동반으로 참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비용은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그리고 간단하게 축사를 부탁드립니다.”

필자는 흔쾌히 대답했다. 지난 달 23일의 일이다.

후쿠오카에서 일박을 하고서 시외버스를 탔다. 목적지는 오이타현 히타(日田)였다. 주말이라서 고속도로의 정체가 심했다.

히타시는 오이타현에 속하지만, 지쿠고강 수계에 있기 때문에 역사적으로 후쿠오카현의 지쿠고·지쿠젠 지방과의 연결이 강하다.

이 지역의 방언인 히타벤(日田弁)은 히치쿠 방언의 특징을 지닌다. 주위가 산으로 둘러싸인 전형적인 분지이며, 많은 하천이 흘러들고 있다. 히타분지 주위의 산지는 해발 고도가 대략 1,000m, 구 앞진강 마을·중진강 마을·상진강 마을이 있는 산간부에서는 해발 고도가 1,200m 정도 되는 지역이 있다. 가까스로 히타시 터미널에 내렸다.

시외버스 터미널에 아베 씨(70)가 마중 나와 있었다. 필자가 악수를 하고서 그의 차에 올랐다.

“벚꽃이 안 보이네요?”

“이상기후 때문인 것 같아요.”

<봄기운에 정원 안의 매화가 피어나고(春風先發苑中梅)/ 앵두, 살구, 복숭아, 자두 꽃이 차례로 피도다(櫻杏桃李次第開).>

당나라 시인 백낙천(白樂天, 772-846)의 시 춘풍(春風)을 떠올리면서 행사장으로 갔다.

행사장에 도착하다

행사장으로 갔다. 건물도 멋있었다. 마치 교회 건물 같았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었다. 참으로 대단한 행사였다.

(줄을 서고 있는 축하객들)

전, 현직 정치인, 친구, 가족들이 손에손에 꽃다발과 선물을 들고서 모였던 것이다. 

이노우에 부부의 얼굴에도 꽃이 만발했다.

(훈장을 받은 이노우에 부부의 행복한 모습)

아베 씨의 솔직한 이야기

행사를 마치고서 아베 씨와 맥주를 마시면서 한 말이다.

"제 나름대로 일본 국회의원에 대해 매우 간단합니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실망’이라는 말밖에 생각나지 않습니다."

"국회의원의 심경에 국민을 생각하는, 나라를 생각하는, 다른 사람을 위해 다하는 마음 따위는 추호도 없이 오로지 자신의 일과 정당의 일밖에 머릿속에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보이는 일이라고는 파벌 싸움의 '날아다니는 재담'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실망'합니다."

(국회의원에 대해 울분을 토로하는 아베 씨)

그가 맥주 한 잔을 비우고서 한 말이다.

"일본 국회의원 1명의 연간 필요경비는 7500만엔(약 7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참 양원 의원으로는 535억엔(약 5천억원)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선거나 국회의사당 등의 경비는 제외). 지금까지 막대한 예산을 쓰고 있는데도 사기나 다름없는 정치자금 파티 문제 등은 기가 막힐 수밖에 없는 일입니다."

“월급쟁이로밖에 생각되지 않는 국회의원, 도움이 되지 않는 인재를 부양하는 예산 등 어느 나라에서도 없는 것이 아닐까요, 적어도 1원제, 아니면 대폭적으로 의원수를 줄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의 마지막 말이다.

"지금까지 국민정서로는 누가 총리가 되던, 누가 국회의원이 되던 '국민생활이 좋아졌다'고 느낀 적은 아무도 없을 듯 싶습니다. ‘대실망’입니다."

아베 씨는 평생 공무원을 한 사람이다. 그의 직책은 나무를 돌보는 소장정도였다. 

우리나라도 22대 국회의원 선거로 인해 시끌벅적하다. 국민들은 이들의 감언이설에 흔들리지 말고, 나라의 미래를 위해 투표를 잘 해야 할 것이다. 후회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