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부사장)

2000년도를 앞두고 밀레니엄 버그와 종말론이 휩쓸던 게 엊그저께 같은데 백 투 더 퓨처 같은 SF 미래 영화에나 등장할 듯한 연도인 2024년이 어느새 성큼 우리에게 다가왔다.

영화 얘기가 나온 김에 우리에겐 심형래 감독의 ‘용가리’라는 영화가 있어 용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그 용가리가 바로 용(龍)이 주인공인 1999년 개봉한 영화였었다.

올해 갑진년(甲辰年)은 12지간 중에서 용의 해를 의미하는데, 올해는 푸른 용의 해이며 육십 갑자의 41번째로 푸른색의 ‘갑’과 용을 의미하는 ‘진’이 만나 ‘청룡(靑龍)’을 의미하는 갑진년이라 부른다. 용은 12지간 가운데 5번째인데 상상 속 동물인 비와 구름을 관장하며 다산과 농경사회의 중요한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용은 큰 희망과 성취, 그리고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는데 그중에 청룡은 힘과 행운, 번영을 상징하고 황제와 지배층 등 왕실 예복에 자주 새겨져 대표적인 권위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고대부터 용은 그 웅장한 모습과 함께, 삶에 활력과 기를 불어 넣어주기에 우리나라 국민들은 용의 해는 특별한 기운과 함께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어왔다. 이런 오래된 믿음은 대대로 민초들에게 면면히 전해져와서인지 길한 해로 생각하며 특히나 용의 해에 태어난 사람들은 리더십이 뛰어난 데다 최고의 목표를 향해 끈질기게 도전하는 성품을 가진다고 전해지면서 큰 인물이 날 특별한 띠로 생각들을 한다. 그래서인지 용호상박이라고 칭하며 용과 호랑이를 가장 기가 센 띠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갑진년 새해부터 위태롭던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맞닥뜨리게 되었고, PF 유동성 위기가 부각되는 가운데 건설시장마저 시베리아 분위기다. 그래서 새해 실물 부동산 시장은 혼란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듯 보이며, 표면적인 이유로는 고금리부터 주택 대출 규제 강화, 공급 물량 감소에다 총선까지 있어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탓이다

수치상으로도 IMF 이후 시공사 수주액이 역대 최대 폭으로 감소하였는데 임금 및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오히려 건축비는 오르는 등 악재가 겹치는 양상으로 보여 진다.

1일 자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 경기의 선행지표 격인 건설 수주는 IMF 이후 최대 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국가통계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건설 수주액은 작년 대비 26.4%나 감소하였다고 발표했다.

해당 기간 동안 건설 수주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것은 2018년(-0.6%) 이후 5년 만에 처음이고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사태가 발생한 1998년(-42.1%) 이후 25년 만의 최대치의 감소 폭이라 한다.

건축 착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28.7% 감소하였는데, 거기다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 등 영향으로 PF 위기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와중에 건축 공사비는 최근 3년 만에 약 30% 오르면서 건설업계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 및 임금 상승세로 인해 건설업계의 사업 추진 부담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물 민간 부동산 시장으로 눈길을 돌려보면 경기 침체와 고금리 등의 영향으로 올해도 마찬가지로 집값 하락세가 지속할 것으로 내다보는데 전반적으로 상저하고(上低下高)의 흐름들을 예측하고 있으며, 서울 수도권 중심 아파트의 신규 입주 물량 감소로 전셋값이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이 강하다. 더욱이, 청년층 전세 사기 자살 등의 여파로 다세대 등의 임차 수요가 아파트로 몰리면서 서울과 수도권 전셋값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뒤늦은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발표로 큰 변수가 생기긴 하였지만 올해 상반기까지는 금리 온도차가 시장에서 느껴지기엔 확 와 닿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에 당분간 집값이 전반적으로 지역별 양극화가 심화되며 하향 조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주택 구매를 고민하는 국민들에게 더욱 큰 혼란을 안겨줄 듯하다. 특히 작년 정부의 어설픈 R&D 정책 자금 축소 등 긴축 재정 등의 여파에다 고금리와 대출 정책 강화, 신규 입주 물량 감소 등이 계속 부동산 시장 발목을 잡을듯하다.

하지만, 하반기 금리가 생각보다 서둘러 떨어지면 수도권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수요가 일부 회복되고, 공급 물량 감소 등의 영향으로 집값이 서울 수도권을 중심으로 우상향으로 방향을 틀수도 있기에 주택 공급 감소로 인해 수도권 집값 등부터 일부 상승 기류를 탈 가능성도 보일듯하다.

알다시피 대표적인 집값 하락 원인으로 고금리 영향이 절대적인데 금리가 높으면 이자 부담 증가로 주택 수요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수요가 주택 임대차 시장으로 쏠리면서 정상적인 매매시장이 형성되기 어렵다고 보인다. 따라서 금리 인하는 올해 하반기쯤이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기에 상반기엔 서울 지역은 하향 보합세, 수도권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하향 하락세 그래프를 보일 듯하다. 매수자는 시장의 상황을 지켜보다 금리 인하가 확정되는 걸 확인 후 서둘러 급매물 등으로 먼저 매수를 시도하는 게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으로 보인다.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은 4.6%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입주물량은 14만 1533가구로, 18% 감소하는 반면, 지방은 16만 4828가구로 1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서울의 공급량은 작년보다 59% 줄어든 1만 2334가구에 불과하다. 입주 물량이 많이 감소하면서 전셋값 상승의 도화선이 될 우려가 매우 높고 수도권 지역은 매매 수요가 임대차 수요로 전환되면서 전셋값 상승을 불러올 수 있기에 LH 등은 민간 주택 미분양 물량을 공격적으로 매입하여 서민중심 임대 시장에 푸는 선제적 대응책도 서둘러야 할듯하다.

이에 1군 시공사 등의 PF 구제책도 중요하지만 동시에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발 빠른 금리 인하를 최대한 앞당겨 주택시장 및 수익형 상품 등에 고금리로 발이 묶여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들 역시 살펴보는 세밀한 정책 추진도 서두를 필요가 보인다.

윤정부는 임기 5년 중 우연히도 12지간 중에 용(龍)자를 사용하는 용산으로 터를 옮긴 게 흥미롭게 다가온다. 어느새 용화대로 자리 잡은 대통령실이 올해는 과연 청룡의 기운을 받아 건설부동산시장을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킬지 새삼 귀추가 주목된다.

총선을 목전에 둔 갑진년 신년사에서 윤 대통령은 “국민만 바라보며 민생경제에 매진하겠습니다”라고 강조했다.

60년 만에 찾아온 갑진년(甲辰年)의 용이 이무기로 주저앉지 말고, 청룡이 되어 여의주를 물고 하늘을 날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