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순간부터 ‘순살 아파트’라는 말이 유행어가 됐다. 며칠 전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15개 단지의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단 보강근(철근)이 누락된 사례가 발표되자 ‘순살 아파트’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LH뿐만 아니라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민간 아파트 293개 단지에 대한 전수 조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대상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 중인 105개 단지와 준공된 188개 단지다. 철근이 빠진 지하주차장과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주거동도 일부 포함됐다. 그 동안 해온 ‘건설 강국’이라는 말이 부끄럽기 그지없다. 급기야 일본의 ‘백년 주택’에 대해서 알아봤다. 회사의 이름이 ‘백년주택(대표: 中嶋雄)’이라는 것도 특이했다.

예상 밖의 규모의 대재해가 빈발한 일본에서도 주택에 요구되는 성능의 가치관이 크게 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영이념 ‘강한 집짓기’

(백년 주택의 실물)

이 회사의 경영이념은 ‘자연재해의 위협으로부터 가족을 보호하는 강한 집짓기’였다. 47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었다.

겉만 화려한 디자인성과 쾌적성만으로는 소중한 가족이나 재산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백년 주택은 예상 밖의 상황에 대비해 어떤 재해에도 끄떡없는 집을 선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 회사의 본사는 일본 시즈오카(靜岡)에 있었다. 그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친절한 직원들이 이리저리 전화를 돌리더니 ‘시오자키 가즈노리(50)’씨에게 연결했다.

“안녕하세요? 서울에 있는 칼럼니스트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하셨나요?”

“잠시 만요.”

필자가 ‘순살 아파트’를 일본어로 설명하는데 제법 시간이 걸렸다. 그가 ‘순살’의 의미를 몰랐기 때문이다. 백년 주택에 대한 그의 말이다.

“백년주택은 예상 밖(外)의 일을 예상 안(內)의 일로 하기 위해 오랜 실험과 연구 결과로 태어난 회사입니다. 모든 주택 구입자에게 결코 후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우리는 비바람이 몰아치면 천재지변으로 돌려버리는 경우가 많다. ‘경우의 수’를 상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공장에서 미리 제조된 콘크리트 패널(PC 패널)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공법을 취하고 있었다. 일본 건설업계 최초로 지진·해일 등의 보증을 하고 있었다. 필자는 계속해서 질문을 했다.

▲백년주택의 장점은 무엇입니까?

“백년주택의 장점은 초기 보증 기간이 35년입니다. 최장 100년까지 연장이 가능합니다. 보증 기간이 길수록 주택에 무슨 일이 생겨도 안심할 수 있습니다. ‘백년주택’은 타 공법 주택 보다 2~3배의 내용연수(耐用年數)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비밀은 PC패널이라고 하는 철근 콘크리트 패널 구조에 있습니다. 또한, 콘크리트이기 때문에 부식을 비롯해 흰개미 등에 의한 피해도 없습니다. 일본의 법정 내용연수는 47년입니다. 저희는 훨씬 더 깁니다. 재건축의 필요도 없기 때문에 토탈 비용은 다른 공법의 약 절반으로 끝납니다.”

▲지진은 어느 정도까지 견딜 수 있나요?

“일본 기상청은 진도 7을 ‘흔들림이 너무 심해서 움직이지 못하고 날라가는 경우도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기상청 진도 중 가장 높은 계급인 진도 7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사람들의 안전을 위협한 한신·아와지 대지진, 구마모토 지진, 그리고 동일본 대지진 등 미증유의 사태에서도 백년 주택이 지은 집은 유리창 하나도 깨지지 않고 멀쩡했어요. 우리가 만드는 주거에 대한 생각과 쌓아 온 기술의 결과입니다.”

한 마디 한마디에 가식이 없었다. 진실이 무기이기 때문이다. 고객만족도와 실적에 대해서 물었다.

(언덕 위의 백년 주택)

▲고객만족도와 그동안의 실적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고객만족도는 97%입니다. 그동안 일본 전역에서 약 2만 동(棟)의 주택을 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주거의 본질적인 가치란, 가족의 안심과 행복의 중심에 계속 있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집이 견고(堅固)해야 합니다.”

그의 말에 큰 울림이 있었다. 돈벌이를 위해 철근을 빼먹는 건설회사들-아직도 그 버릇을 못 버리고 있는 것이 참으로 안타깝다, 1995년에 일어난 삼풍백화점의 붕괴사고를 돌이켜보자. 거의 30년이 됐는 데도 아직도 이러한가?

순간 오비디우스(Publius Naso Ovidius. BC 43년-17년)의 ‘변신 이야기’를 떠올려 봤다.

<일탈한 강은 열린 평야를 지나 돌진하여/ 곡물과 함께 수목과 가축과 인간과/ 집은, 신전과 함께 예배소를 휩쓸어 가네/ 그것을 견디는 집이 있다 해도/ 그 꼭대기의 집보다 높은 파도가 덥치네/ 탑도 소용돌이치는 물 밑의 압박으로 흔들리고 있네.>

참으로 우매한 인간들이 아닌가? 자연의 섭리도 모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