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해남의 땅 끝 마을에서 양조장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오병인 사장이다.

“저희 양조장은 술맛도 좋지만, 정원이 아름답습니다.”

도시생활에 지친 사람들은 산 좋고 물 맑은 곳을 염원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도시를 떠나지 못한다. ‘생활의 터전을 바꾼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원이 아름다운 양조장)

오 사장의 안내를 받아서 양조장에 들어서자 넓은 정원이 펼쳐졌다. 하늘을 찌르는 듯한 키 큰 나무들이 세월의 흐름을 대변하고 있었다.

오사장의 말이다.

“이 배롱나무는 600년이 넘었습니다. 천연기념물 지정에 실패했지만요. 이 정원에는 40여 종의 수목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필자가 보기에는 배롱나무가 천연기념물이 되는데 있어서 충분한 자격이 있어 보였다. 나무의 뒤틀림 자체가 인고(忍苦)의 세월이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가셔서 막걸리 한 잔씩 하시죠.”

오 사장의 권유에 의해 안으로 들어갔다. 막걸리를 빚는 도구와 병들이 여기저기 널려 있었고, 20대 중반쯤으로 보이는 남녀 세 명이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2008년부터 집사람(박리아)과 살면서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요즈음 귀농, 귀촌 등을 많이 합니다만, 저는 이곳에 여행을 왔다가 술맛이 좋아서 아예 이사업을 하게 되었습니다.”

서울 출신으로 해남과 아무런 연고가 없는 두 부부는 술맛과 정원의 아름다움에 반해서 막걸리를 빚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자신이 빚은 ‘해창 막걸리’를 권했다. 안주는 깍두기가 전부였다.

(해창 막걸리)

막걸리의 맛이 달지 않고 담백했다. 주인을 닮아서 투박하면서도 은은했다. 막걸리의 원료는 해남에서 나온 찹쌀이었다.

“100% 해남의 쌀로 빚습니다. 2013년부터 흩임 누룩을 쌀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발효기간이 15일 정도가 됩니다. 물도 150미터의 지하수입니다. 깊은 맛이 나올 수밖에 없겠죠?”

해창의 집과 정원은 일제 강점기 시절 일본인 시바다히코헤이(紫田彦平)씨에 의해서 1927년에 조성됐다. 일본 군마현에서 태어난 시바다(紫田)씨는 강진을 거쳐 해남에 정착해서 살았던 사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집과 정원에 일본의 모습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오 사장은 ‘시바다히코헤이(紫田彦平)씨의 아들과 딸이 이곳을 찾았다’면서 그와 관련한 사진과 호적등본을 필자에게 보여줬다.

이제는 선동렬 전 야구 감독, 선우은숙 배우, 전 현직 장관들이  찾는 명소가 됐다. 입소문을 듣고 스스로 찾아온 것이다.

(선동렬 전 감독과 함께 기념촬영)

세계 역사에 선진국들은 술과 함께해

세계 어느 역사를 봐도 오래된 문명은 반드시 아름다운 술을 가지고 있다. 뛰어난 문화만이 인간의 감각을 세련되고 아름답게 하며, 풍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뛰어난 술을 가진 국민은 발전된 문화의 소유자라고 해도 좋다.

프랑스가 그렇고, 영국이 그렇고, 이태리가 그러하다. 요즘은 칠레, 남아공, 아르헨티나 등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그렇더라도 지나친 음주보다는 술의 맛을 음미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또한 새로운 문화일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