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규 부사장)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정부도 결국엔 부동산이란 거센 풍랑에 휩쓸려 원하지 않는 곳에 도착하고 말았다. 노무현 정부의 부동산 패장인 김수현 수석은 이번 문정부에서도 전폭적인 신임을 등에 업고선 학자로서 평생 강단서 쌓아온 부동산 정책들을 현실화시켜 보려다 또다시 기회를 날려 버리고 말았다. 그로인한 시장 불안과 신뢰도 추락과 함께 부동산 실정(失政)이 정권 교체의 주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윤석열 당선인은 김영삼 정부 이후 진보 정당의 주요 텃밭이라던 서울에서 절반 넘게 지지를 받으며 대권을 움켜쥐었다. 보유세 및 종부세 반발 등 다 열거하기도 벅찰 정도의 각종 부동산 규제 탓에 서울 강남 3구를 포함한 15개 자치구에서 진보 정당은 또다시 외면당하고 말았던 것이다.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시장은 만만치 않아

취임식 후에야 정책 방향을 정확히 가늠해 볼 수 있겠지만 새 정부의 주요 부동산 대선 공약은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를 기치로 내걸고, 문정부 들어 폭등한 집값을 안정적으로 연착륙 시키면서 꼬여 버린 부동산 시장의 동맥경화를 뚫어 보려 할 듯싶다. 하지만, 영끌로 대표되는 젊은 층의 주택 대출량과 맞물려 해결책이 결코 만만치 않다. 게다가 여소야대 정국에서는 상생과 협치가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인대 20만 여 표의 근소한 국민 지지도 차이가 각종 정책들이 추진력 받아 나갈 수 있을지 염려스럽다.

윤 당선인이 내세운 부동산 공약 핵심은 공급 확대를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재개발 및 재건축을 통해 약 50만호를 공급하는 등 ‘5년간 전국 250만 가구를 공급 하겠다’는 것이 정책 목표다. 또 서울 수도권 도심 내 그동안 교통영향평가나 여러 가지 이유로 묶여있던 용적률을 중상향을 통해 공급을 중심으로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각종 부동산 세제도 손을 보려고 벼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세율을 2년간 한시적으로 배제하고, 취득세 조정을 통해 정상적인 흐름의 주택 거래들에 숨통을 틔우겠다는 계획이다.

임대차 3법 강행...부작용 불러

문정부는 2020년 7월 임대차 3법을 강행시켜 세입자 주거 안정 대책을 기대했으나 시장은 오히려 전월세 폭등, 전세 보증금 형성의 난맥상 등 많은 부작용만 몰고 왔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서울 주택 전세 가격은 2016~2019년 3% 미만 상승률을 보였지만 최근 2년간 23.8%나 폭등해 문 정부 정책 중에 가장 대표적인 민심 이반 정책이 되고 말았다.

이 정책 또한 강행한 지 2년밖에 안되어서 원래대로 되돌린다면 새 정부 초기에 오히려 시장 혼선만 다시 발생시킬 수 있고 지지율에 변화를 주어 또다시 부동산에 발목을 잡히는 상황이 올수도 있다. 공공 임대 주택의 물량을 최대한 시장에 공급하고 임대 관련 대출을 시장 상황에 맞게 도입 하면서 임대 정책들에 관한 부처들의 통합 원스톱 시스템을 도입시켜 임대 시장 혼란을 미연에 방지 하면서 추진해야 된다고 본다.

사실상 폐지 위기에 몰린 임대등록사업의 복원도 새 정부 부동산 정책에 우선순위로 검토될 수 있다. 특히 세제 완화를 통한 전면적인 거래세 완화로 시장에 물건이 공급 되게끔 하려 할 것이다. 부동산 공시 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시키고, 종부세를 장기적으로는 재산세와 통합해 보유세를 낮추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양도 소득세 중과세율 2년 한시적 배제만으로는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집을 내놓지 않을듯하여 대폭적인 거래세 인하도 염두에 두고 있어 보이기에 개인들은 주택 시장에 대응해야 할듯하다.

또 하나의 부동산 주요 공약인 30년 이상 아파트의 정밀 안전 진단 면제 및 가중치 변화와 용적률 인센티브 등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방안을 내놓았는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완화는 법 개정이 필요 하지만 대통령 행정 권한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해 속도를 낼 전망이다.

그동안 추진 돼왔던 주요 재건축 단지들의 추진 속도가 한층 가시화 될듯하며 공공 기여 등 환경·교통 측면의 사회적 합의 및 합리적인 개발 이익 환수에 착오가 없도록 심도 있게 추진하여야 한다.

부동산 규제 완화가 재개발·재건축 물량 확대에 도움이 되지만 강남을 중심으로 한 가격 급등과 임대 시장 불안을 초래할 수 있는 건 새 정부의 부담이다. 재개발·재건축은 주로 서울 도심과 관련된 만큼 개발 기대 심리에 따른 단기적 가격 급등이 불가피 할 것이기에 동시다발적인 개발들이 추진되면 이주(移駐) 수요에 따른 임대 시장 불안을 불러 올 것이 자명하기에, 단기에 가시적 성과를 내려고 하기 보다는 중간 호흡으로 순차적으로 개발 하는 것이 맞다.

‘민간 주택 수요가 가장 원하는 지역에 공급 한다’는 기본 원칙 지켜야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무엇보다 공급이 필요한 것은 문정부도 늦게나마 인정한 사안이다. 시장에 충분한 공급부터 한 뒤 규제를 조율해 나가야 집값을 자극하지 않을 수 있기에 세밀한 정책 추진을 주문한다. 주택 공급량에만 매몰되어 인기 없는 지역에 미분양만 발생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고 민간 주택 수요가 가장 원하는 지역에 공급 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켜나가야 된다고 본다. 또한 문정부 동안 변화된 주택 세대 수 및 가구 수의 빅데이터 변화를 참고삼아 시장의 니즈를 찾아내어 공급에 심혈을 기울여야 된다.

신규 공급도 중요하지만, 기존 주택들의 적절한 손 바뀜을 자연스럽게 유도 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주택 공급의 한축이 될 것이다. 공공임대 주택의 경우 대기자 수요를 적극적으로 시장으로 유입할 대책도 필요하며 복잡한 부동산 세제는 태스크포스를 통한 서비스를 시급히 도입하여 시장 불안을 처리해 나가야한다.

마지막으로 김수현 수석과 최장 국토 김현미 장관으로 대표되는 부동산 정책 책임자의 인사 난맥상과 시장과의 소통 실패를 잘 들여다봐야 한다.

새 정부 국토 장관에 내정된 원희룡 장관 후보자는 암행어사를 자청하여 시장으로 나가 국민의 소리를 직접 정책에 반영 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며 부동산은 생물이라는 기본을 잊지 말고 문정부의 가장 큰 실책 중 하나인 불통으로 인한 ‘답정너식’ 정책들을 밀어 붙이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각종 중요한 정책들을 추진하기에 앞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세밀하고 면밀하게 최대한 객관화시킨 정확한 데이터를 가지고 현재 상황을 진단하여 정책들을 추진하기 바란다.

지속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부동산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기에 김동연 전 부총리가 제시한, 독립된 국가주택정책위원회를 설립해 정권이 바뀌면서 널뛰기하듯 정책이 바뀌는 것을 막자는 것이다.

예측할 수 있고 지속 가능한 주택 금융지원 시스템을 갖춰 자산 비중 중 부동산 비중이 가장 큰 한국 현실을 인정하고, 부동산 투기를 투자로 유도하는 슬기로운 부동산 정책을 바란다.

26번의 타석에서 아웃을 경험한 문정부를 반면교사 삼아 부디 새 정부의 첫 번째 타석부터의 랑데뷰 홈런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