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도 벚꽃이 활짝 피었다. 온 누리가 꽃밭이다. 이토록 좋은 계절에 전쟁은 왜 일어났을까. 임진왜란도 1592년 4월, 꽃피는 봄에 시작됐다. 다시 임진왜란의 상황으로 돌아가 본다.

(벚꽃이 만발한 여의도)

한양과 함경도로 질주한 왜군들

왜군들은 임진강을 건너자 3군으로 나누어 북상했다.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군대는 평양을 점령하고 본거지로 삼았다. 불과 두 달만의 일이다.

한편, 함경도로 진출한 가토 기요마사(加籐淸正) 군은 함경도감사 유영립(柳永立)을 체포했고 병사 이혼(李渾)은 반민에게 피살됐다. 또한, 함경도로 들어간 임해군과 순화군도 반민에 의해 포박돼 적진에 인도되는 등 모두가 적진의 손에 들어갔다. 황해도로 들어간 구로다 나가마사(黑田長政) 군은 해주를 본거로 삼고 대부분의 마을을 초토화 시켰다.

(가토기요마사의 동상/구마모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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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2년 12월 25일. 명나라의 이여송은 3만 대군을 이끌고 압록강을 넘어 이듬해 1월 6일 평양성을 포위하기에 이르렀다. 도원수 김명원이 지휘하는 8000의 조선 군사도 합류했으며, 휴정과 유정이 이끄는 2000여명의 승군들도 대동강 남쪽에 진을 쳤다.

1593년 1월 8일.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 군이 거느린 왜군은 평화 교섭에 실패하고 역으로 이여송(李如松)이 이끄는 명나라와 조선군 연합군 4만의 대군에 완전 포위당한 상태였다. 평양성은 조선과 명나라의 연합군이 쏘아대는 대포에 의해 식량 창고와 무기 창고가 모조리 불탄 상태였다. 더구나 혹독한 추위로 고난을 겪던 왜군은 남으로의 후퇴를 결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왜군의 퇴각...무슨 일이 있었을까?

왜군이 평양에서 철수할 때 평안도 체찰사 유성룡은 황해도 방어사 이시언과 김경로에게 다음과 같은 명을 내렸다.

“고니시(小西)와 겐소(玄蘇)를 반드시 생포하라.”

“명을 받들겠습니다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아니? 지금이 기회야. 기회란 말일세.”

김경로가 추격을 꺼리고 머뭇거리는 사이에 고니시와 겐소는 이미 멀리 도망가고 말았다. 이들을 붙잡을 수 있는 절대 절명의 기회를 놓친 것이다.

(가톨릭 다이묘, 고니시 유키나가의 동상)

고니시 유키나가는 병사들을 이끌고 다시 남하했다. 그래도 불안했다. 명군의 추격이 계속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명군보다 더 강한 적이 있었다. 다름 아닌 한파와 굶주림이었다. 배가 등에 붙었는데 날씨는 이토록 매서운 것인가. 모진 찬바람은 뼈 속까지 파고들어 고드름을 만들 지경이었다. 그래도 대동강물이 얼어있어서 다행이었다. 고니시 군(軍)의 행운이기도 했다. 얼음장 위에 짚이나 거적을 깔고 건널 수 있었던 것은 조선군으로부터 훔쳐 배운 탁월한 지혜였다. 강을 건너자 다시 눈(雪)길이 나왔다.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눈길을 걷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군요.”

“중국과 조선군들은 가죽신발을 신었잖아. 우리는 짚신을 신었고...”

패잔병 신세가 된 병사들의 수군거림은 현실을 말하는 그대로였다. 짚신을 신은 왜군 병사들의 발가락은 얼어서 감각이 없어진지 오래였다.

기세 등등. 파죽지세로 한양을 점령하고 평양까지 내달렸던 그 기백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18,700명의 군대가 절반 가까이로 줄었고, 장수와 일반 병사 가릴 것 없이 피골이 상접한 상거지의 형색이었다.

전쟁은 무모한 짓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어떠할까. 나라가 달라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같은 나라 안에서 전쟁을 하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백성들이 마냥 고달프다. 꽃피는 봄이 왔으나, 백성들의 마음의 봄은 아직도 멀리 있는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