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불을 질러 수 십 년·수 백 년의 나무들이 타버리게 하는 큰 사건이 발생했다. 심지어, 자기 집에 불을 질러 부모형제들이 목숨을 잃게 하기도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가 있을까.’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유명한 방화(放火) 사건의 예를 들어본다. ‘미시마 유키오(三島由紀夫, 1925-1970)’의 소설 금각사(金閣寺)를 빌어서다.

주인공 ‘나’, 금각사와의 첫 만남...아름다움에 매료돼

(아름다운 금각사)

<주인공 ‘나’. 그가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금각사와 첫 대면하는 순간이다.>

“본적도 없었던 금각(金閣)에 드디어 접할 순간이 다가오면서 마음에는 주저가 생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금각은 아름다워야만 했다. 그렇기에 모든 것은 금각 자체의 아름다움보다도 금각의 미를 상상할 수 있는 내 마음의 능력에 달려 있었다.”

그런데, 주인공 ‘나’는 어느 날 사찰에 불을 지른다. 성냥으로.

<젖은 손은 가볍게 떨렸다. 성냥은 젖어 있었다. 첫 번째는 불이 붙지 않았다. 두 번째는 붙으면서 부러졌다. 세 번째는 바람을 가린 내 손가락 사이를 밝히며 타 올랐다. 불은 짚더미에 복잡한 그림자를 그리더니, 밝고 메마른 들판과도 같은 색깔을 띠며 점차로 사방에 퍼졌다. 이어서 치솟는 연기 속으로 불이 몸을 감추었다. 그러나, 생각하지도 않은 먼 곳에서 모기장의 푸른색을 부풀리면서 불길이 올랐다...내 머리가 이때에 한결 맑아졌다. 성냥은 몇 개비 안 되었다. 이번에는 다른 쪽 구석으로 달려가, 한 개비의 성냥을 조심스럽게 다른 짚단에 붙였다...소용돌이치는 연기와 하늘로 치솟는 불길이 보일 뿐이었다. 나무 사이로 수많은 불꽃이 날리어 금각 위의 하늘은 금가루를 뿌린 듯했다.>

소설을 넘어 실제 상황으로 들어가 본다.

1950년 7월 2일 새벽 ‘금각사에서 불이 났다’는 제1보가 전해져 소방대가 달려갔지만, 이미 사리전(舍利殿)에서 맹렬한 불길이 치솟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당시 금각사에는 화재경보기가 7곳에 비치돼 있었으나, 6월 30일 경보기를 위한 배터리가 눌어붙어 있어 쓸모가 없었다. 인적 피해는 없었으나 국보 사리전 46평이 전소됐고, 창건자인 무로마치 막부 3대 쇼군 아시카가 요시미쓰의 목상(당시 국보), 관음보살상, 아미타여래상, 불교경전 등 문화재 6점이 소실됐다.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알리고 싶어

체포된 범인이 사찰에 불을 지른 이유가 어이없었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에 복수를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무엇 때문일까.

범인은 자신이 병약한 것, 심한 말더듬증인 것...염세(厭世) 감정에서 오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결국은 세상에 대한 분노였던 것이다.

세상에는 우리가 모르는 어두운 곳이 많이 있다. 지도자들은 이러한 어두운 곳을 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

(사진: 수풀 속에 있는 연못 안민택)

금각사 뒷산 안쪽의 수풀 속에 안민택(安民澤)이라는 연못이 있다. 그 못 가운데에 작은 섬이 있고, 백사총(白蛇塚: 예능과 복덕을 주는 흰뱀 신의 무덤)으로 불리는 5층 석탑이 하나 서 있다.

그 주변의 아침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요란해서 숲 전체가 지저귀고 있는 듯하다. 필자는 이 연못 주변의 숲길을 걸으면서 생각했던 적이 있다.

‘민심을 어루만져 진정하게 한다’는 안민(安民)의 의미가 중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