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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시 표류(漂流)하는 대우건설, 어찌하오리까?
2018년 02월 08일 (목) 15:56:36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하늘이 있을 자리에 건너편 빌딩이 솟아 있었다. 별이 빛날 자리에는 사무실의 불빛들이 켜져 있었다.”

일본의 유명 작가 요시다 슈이치(吉田修一)의 소설 <랜드 마크>에 들어 있는 글이다. 한 때 서울역 앞의 ‘랜드 마크’였던 대우빌딩에는 소설처럼 별이 빛날 한밤중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세계를 무대로 뛰는 사람들과의 숨 가쁜 업무 처리를 위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그룹 전체가 흔들리기 시작했고, 결국은 ‘대우그룹 해체’라는 철퇴를 맞았다. 그 후 대우그룹은 풍랑을 만난 배(船)가 되어 망망대해를 떠돌기도 했다.

   
대우건설 사옥(사진 : 뉴스1)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위한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대우관계자는 물론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건설업계에 큰 장(場)이 섰기 때문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졌어!”. “새우가 고래를 삼켰어.” “앞으로 어떻게 되지?”

온갖 설(說)이 난무하는 가운데에 대우건설에 몸담고 있는 임직원들은 “앞으로 어떻게 되지?”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당장 자신들의 거취와 직결되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우건설 출신인 필자 역시 마음이 착잡했다. 청춘을 불살랐던 친정집에서 벌어진 일이어서다.

찰스 다윈(Charles R. Darwin, 1809-1882)은 <종의 기원>에서 “생존경쟁은 모든 생물이 높은 비율로 증식하는 경향에 따라 불가피하게 일어나는 결과이다”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 사람들은 생(生)을 영위하기 위해서 경쟁하고 있으며, 기업의 세계는 더욱 치열한 경쟁 속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한 싸움에서는 당연히 약육강식(弱肉强食)이 상식이다.

그런데, 약한(?) 호반건설이 강한(?) 대우건설을 삼키려는 우선협상자로 선정됨으로써 기존의 상식을 뒤집었다. 시공능력 순위 13위(매출 1조 2520억 원)의 호반건설이 3위(매출 11조 4천 억 원)의 대우건설을 인수하기 위한 고지에 성큼 올라섰기 때문이다.

호반의 대우 인수, 목적이 분명해야

대우건설 전현직 임직원들은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는 데는 분명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단순히 몸집불리기만으로는 의미가 없다는 말이다. 대우건설 사장 출신인 이정구(李禎久·75)씨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주택 분양 등을 통해 과실만 취하려고 한다면 백전백패할 것입니다. 원자력·석유화학 등 플랜트 분야의 기술력을 가진 회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20년에서 30년 걸립니다. 그러한 회사를 인수하려는 호반건설은 장기적 투자와 인내심을 지녀야 합니다. 인수 목적이 분명해야 한다는 것이죠.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그것이 부족했습니다. 호반건설이 전후사정을 잘 파악해서 대우건설을 더 좋은 회사로 발전시킨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습니다.”

이정구 전 사장은 ‘대우건설의 가장 큰 자산은 창조와 도전을 바탕으로 직원 각자에게 권한부여(Empowering)하는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회사이다’면서 ‘이런 기업문화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애정을 듬뿍 담아 말했다.

그런데, 갑작스럽게 호반건설이 대우건설 인수를 포기한다는 기사가 떴다. 8일 새벽의 일이다. 이유인즉, ‘해외손실 3천억이 추가로 나와서 대우건설 인수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호반건설은 대우건설에 대한 경영사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는 말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아무튼, 대우건설은 또 다시 표류(漂流)하게 됐다. 대우 호(號)에 몸을 싣고 있는 직원들이 기약 없는 항해를 하지 않도록 관계 당국이 신속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이 지금 멘붕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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