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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과 맛과 자연, 일본의 덴가쿠(田楽) 요리 이야기
2017년 12월 07일 (목) 15:48:01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요즈음 같은 추운 겨울이면 떠오르는 추억이 있다. 다름 아닌 화로불이다. 불을 쬐이는 것도 좋으나 군밤이나 은행 등을 구워먹는 재미도 쏠쏠했기 때문이다. 가물가물 아주 오래 전의 추억이지만.

얼마 전 일본에 간 김에 30년 전 쯤 들렀던 규슈(九州)의 구마모토(熊本)의 전통적이고 토속적인 식당을 찾았다. 식당은 역에서 버스나 기차를 타고서도 1시간 30분 여 걸리는 거리다. 다행스럽게도 일본 지인의 도움으로 승용차를 이용했다. 그래도 소요 시간은 대중교통 이용 시간과 거의 비슷했다. 식당으로 가는 동안 아소산(阿蘇山)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는 호사(?)를 누렸다. 자연은 아름다웠다. 그러나, 지진으로 인한 상흔(傷痕)은 여기저기 남아 있었고, 이를 치료하는 건설회사의 인부들과 장비들의 움직임이 심산유곡의 고요를 깨트렸다.

   

숲 속에 자리한 전통 가옥 식당의 외관

이 식당은 지역의 이름(高森)과 걸맞게 숲으로 들러 싸여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직은 낮인데도 야외 주차장 등 곳곳에 전등불이 들어와 있었다. 숲 사이로 우리나라에서도 민속촌이나 유적지에 가야만 볼 수 있는 초가집이 보였다.

‘덴가쿠의 사토(田楽の里)-’

옛날에는 지역에서 생산되는 억새풀이나 벼 집을 재료를 지붕의 이엉을 덮었으나, 내화성이 부족하고 화재가 자주 발생해서 추억 속으로 사라진지 오래다. 그런데, 이 식당은 사람들이 잊어버렸던 추억을 되살린 것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높은 지붕에 걸맞게 커다란 서까래가 오랜 한옥을 연상케 했다. 군데군데 화롯가에 삼사오오 사람들이 털썩 주저앉아 있었다. 연인끼리, 친구끼리 그리고 가족단위의 모임이었다. 화로에는 숯이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었고, 거기에는 각종 음식들이 선채로, 누운 채로 구워지고 있었다. 필자 역시 종업원의 안내를 받아서 예약한 자리에 앉았다.

종업원이 메뉴 표를 들고 왔다. 필자는 주문에 앞서서 이 건물의 내력에 대해서 물었다.

“이 건물이 얼마나 오래됐고,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나요?”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메이지 시대의 건축물을 이곳으로 옮겨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도 어느 덧 40년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사장님에게 여쭈어 보시기 바랍니다.”

필자는 구도 료스케(工藤兩輔) 사장에게 이 집의 유래에 대해서 다시 물었다.

“나가사키에 있는 옛 가옥을 이 자리에 옮겨왔습니다. 그 집은 제50대 요코즈나(橫網: 스모 선수 중 최고의 칭호)가 된 ‘사다노 야마(佐田の山, 1938-2017)’의 생가입니다. 건물 자체의 나이는 220년입니다.”

‘220년?’

필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요리의 근원을 물었다.

“덴가쿠(田樂) 요리는 농가의 풍년을 기원하는 덴가쿠 춤에 근원을 두고 있습니다. 모내기를 할 때 풍년을 기원하는 춤을 덴가쿠라고 합니다.”

실제로 덴가쿠(田樂)는 헤이안 중기 무렵부터 유행한 예능이다. 무로마치 후기에는 사루가쿠(猿楽)에 밀려 쇠퇴하고 오늘날 민속 예능 중에 남아있다.

‘이러한 덴가쿠가 구마모토의 다카모리(高森)와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다카모리에서는 약 250년 전에 국가 행사에 참석했던 주민들이 교토(京都)와 이즈모(出雲)에서 두부산적을 먹고 돌아와 그것을 이 지역 특산품인 토란에 응용한 것이 시초라고 알려져 있다. 잠시 후 종업원의 익숙한 손놀림에 의해 숯불에 불이 붙기 시작했고, 그 위에 석쇠가 놓여졌다.

“석쇠도 괭이 모양입니다. 농기구를 응용해서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종업원의 말대로 틀림없는 괭이 모양이었다.

   

숯불 위와 옆에서 구워지고 있는 산천어, 가지, 두부 등

일단 꼬챙이에 끼워진 산천어와 감자, 가지, 두부가 나왔다. 모두가 이 지역의 특산물이었다. 소스 또한 독특했다. 산나물을 직접 혼합해서 만든 산초 된장, 유자 된장으로 양념 한 소스 등 산천어 용, 두부용, 감자 용 등 모두가 달랐다.

종업원은 두툼한 장갑 한 켤레를 자리에 놓고 갔다. 용도는 무엇일까.

“꼬챙이에 끼워져 있는 생선과 두부, 감자, 가지 들이 타서 재(灾)가 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돌려주셔야 합니다.”

주변을 돌아봐도 모두 진지한 모습으로 음식 굽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의 분위기는 점점 고즈넉해졌다.

   

식당의 내부 모습- 화로가에 앉아서 굽기에 열중하고 있다.

구워진 산천어를 들고 해체(?)하자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야! 바로 이 맛이로다.”

구워진 고기와 된장의 달콤한 향기가 숯불의 연기와가 어우러진 향토요리의 진수를 맛볼 수 있었다. 밖의 공기가 차가 워도 식당 내부의 분위기는 행복 만점이었다.

‘화산재를 고통스럽게 먹으면서 자란 가여운 동식물들을 위한 배려일까.’

이 식당의 좌석은 200여 개다. 그런데도 매일 꽉 찬다. 손님의 분포는 한국·중국을 비롯해서 말레이시아·유럽·미국인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손님들이 스스로 찾는다.

자연과 정성과 추억을 함께 한 식당-

사람들이 찾는 이유는 그럴만한 가치와 감동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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