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된 지 엊그제 같은데 어느 새 춘(春) 삼월 봄이 됐다. 참으로 빠른 세월의 흐름이다. 시작인가 싶더니 끝이고, 끝이다 생각하기도 전에 시작되는 것이 계절이다. 춘 삼월 봄이거니 겨울옷을 훌훌 벗어던졌다. 돌발적으로 혹독한 3월의 한파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움츠리게 한다. 그래도 봄의 시작을 알리는 매화(梅花)가 예년보다 빨리 핀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강추위 속에서도 땅속의 새순들이 뾰족뾰족 머리를 쳐들고 있으니, 자연의 섭리는 인간의 힘으로 막아낼 수 없는 것이다.

아무튼, 계절의 변화가 있다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을 거치면서 삶의 법칙을 배우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연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연의 숨겨진 부분까지도.... 필자가 평소 즐겨 읽는 세네카(Lucis Annaeus Seneca)의 <인생론> 중 한 구절을 옮겨본다.

"내가 자연에 감사하는 것은 누구에게나 명백한 측면에서 자연을 볼 때가 아니라, 자연의 더욱 숨겨진 부분에 대해서 파고들어갔을 때이네."

"뒤죽박죽 무질서하게 보이는 현상, 비·구름·번득이는 벼락의 섬광·갈라진 산에서 흘러내리는 불꽃·가라앉는 땅의 요동...대지 위에서 벌어지는 어떤 격동도 아무리 갑작스러워도 계획 없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오."

그렇다. 참으로 그러하다. 자연은 정확하고 오묘하다. 자연은 인간의 삶보다 훨씬 정확한 틀에 의해서 움직이고 있지 않는가.

작금의 상황들을 보면 우리 사회가 완전히 질서를 잃어버린 뒤죽박죽 형국이다. 자식이 부모를 죽이고,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아내가 남편을, 남편이 아내를 ...형언(形言)할 수 없는 극한 상황을 달리고 있다. 언제부터 우리 사회가 이렇게 망가졌을까. 사건의 이면에는 대부분 돈 문제가 얽혀있다. 참으로 한심스런 일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춘 삼월에 희망을 건다. 만물이 생동하는 봄을 맞아 우리네 삶도 보다 건전하고 보다 풍요롭게 싹이 틀 것을 기대해서다.

춘 삼월 봄을 맞이해서 부동산 시장이 꿈틀 거린다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부동산 경기가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굳게 믿고 있어서다. 어찌했던 경제는 우리의 희망이자 목표다.

"경제의 목적, 정치의 목적은 사람들에게 바치는 봉사입니다. 어디에 있든지 제일 가난하고 제일 약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봉사에서 시작합니다."

지난 해 온 국민의 마음을 통째로 치유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다. 나라의 경제나 정치는 권력자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약한 사람들을 위한 봉사다. 봉사는 남에게 보이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속에서 우러나는 진심(眞心)이어야 한다. 그런데 진심으로 그러한 생각을 지니고 있는 리더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춘 삼월을 맞아 우리 모두가 공감하는 '진심어린 싹의 발아(發芽)'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