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도시공원 지하 공간을 민간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인 것과 관련, 점용허가 범위가 모호해 난개발 논란이 일고 있다.

시민들이 이용하지 않는 '지하' 공간의 점용을 허가해 도시공원 지하에 민간기업이 지하주차장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구체적인 점용 범위를 규정하지 않아서다. 사실상 모든 시설물의 점용을 허가한 셈이어서 자칫 상업용 공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7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마련해 22일까지 입법예고 중이다. 시행령 개정안은 점용허가 대상을 구체적으로 나열한 제22조를 개정해 도시공원의 설치나 관리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지하에도 시설물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게 주된 골자다.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 신구문 비교. / 자 료=국토부

국토부가 이처럼 개정을 추진한 이유는 지난 3월20일 규제개혁 장관회의에서 산업단지 내 기업이 도시공원 지하 활용을 건의했기 때문이다. 당시 안산 반월산업단지 내 서울반도체 측은 "1, 2공장 사이를 연결하는 이동통로를 만들려 했으나 도시공원법에 근거, 공익 목적 외의 시설물은 지을 수 없다는 답을 정부로부터 들었다"며 개선을 요구했다. 이에 국토부는 1개월여간 검토를 거쳐 이번 개정안을 내놓았다.

국토부는 도시공원의 지하공간은 시민들의 이용이 거의 없어 민간시설 점용을 허용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현행 제도는 도로나 가스관, 열수송관, 전기통신 설비 등의 공적시설만 점용허가를 받아 설치할 수 있는데 이 기준을 지하에까지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은 과도한 제한이라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산업단지 도시공원에 대해 시설 점용을 허가하기 위해 개정한 것"이라며 "상반기 중 시행되면 산단 내 기업은 도시공원 지하를 활용해 지하주차장, 창고, 이동통로 등을 설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의 불편을 덜어주기 위한 규제 완화 조치이지만 모호한 개정안의 내용은 갖가지 논란의 빌미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개정안은 '지하에 설치하는 시설물'이라고만 돼 있어 점용 가능한 시설물을 특정하지 않았다. 민간기업이 원하는 시설물을 거의 대부분 설치할 수 있는 것이다. 공원이용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면 창고는 물론 공장 등의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도 있다는 얘기다.

더구나 도시공원은 산단뿐만 아니라 도심 내 곳곳에 위치하고 있다. 서울만 하더라도 종로 낙산공원, 여의도공원 등 다양한 종류의 도시공원이 있다. 이들 지하를 활용하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무분별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주로 산단 내 도시공원에서 적용될 것"이라며 "지하는 지상에 건축물을 지어 개발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어 꼭 필요한 시설물만 설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지자체가 관리감독 역할을 맡고 조례를 통해 점용허가를 내주기 때문에 무분별한 개발은 이뤄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개정안은 점용허가 범위가 산단에만 국한된 게 아닌 데다 지자체 입장에서도 시유지에 대한 점용료를 받거나 개발호재 등의 이익이 있어 과도한 개발 우려는 여전하다. 실제로 국토부는 4월 초 개정을 추진하면서 지하가 개방되면 미술관, 콘서트홀 등이 민간개발로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공원이라는 공적시설을 민간기업의 수익원으로 활용하도록 하면서 그 편익의 일부를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것 역시 지나친 특혜라는 비판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주장대로 지하 개발은 쉽지 않은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여의도공원과 같은 대도시 내 거점 공원 지하도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쇼핑센터 등의 개발이 추진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