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건물 안전성을 이유로 반대해오던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한 가운데 실효성을 둘러싼 부동산 시장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조합은 물론 부동산중개업계와 건설업계가 연쇄적으로 혜택을 볼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리모델링을 통한 평수 늘리기는 소형평수를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에 역행하는데다, 부동산경기가 여전히 맥을 못추는 상황에서 일반 분양 물량을 내놓아도 소화되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5일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을 위한 '주택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15층 이상 아파트는 최대 3개층까지 증축할 수 있다. 저층일수록 건물구조에 무리를 줄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14층 이하인 아파트는 2개층까지만 증축이 허용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로 리모델링을 추진했던 아파트의 세대수가 증가하면서 일반분양의 실현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분당ㆍ일산 등 최근 몇 년새 뾰족한 호재거리가 없어 수도권 지역에서 가장 큰 침체기를 겪었던 1기 신도시 주민들은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통해 주거환경이 개선되고 집값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초 기준 수도권에서 과거 리모델링이 추진됐거나 현재 추진 중인 곳은 170개 단지 11만2920가구다.

이 가운데 리모델링이 계속 진행 중인 곳은 37곳, 보류(추진여부 미정) 대상은 94곳, 사업이 무산된 곳은 39곳이다.

보류중이거나 사업을 포기한 단지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통해 수직증축을 할수 있는 길이 트인만큼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시장에 미치는 긍정적인 파급 효과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100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 전에는 리모델링으로 10가구밖에 더 짓지 못해 이를 일반 분양하더라도 1가구당 5억원으로 쳐서 50억원 정도의 분양 수입만 챙길수 있었다. 하지만 허용비율 상한선이 15% 이상으로 늘어나면 75억 이상의 수입이 생기게돼 이를 사업비로 충당하면 조합원 분담금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는다.

하지만 반대의견도 만만찮다.

증축 리모델링은 오래된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기존 골조는 그대로 둔 채 주거전용면적을 넓히는 사업이다. 리모델링 논의 과정에서 주민 간의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 중대형 주택거주자와 소형평형 거주자의 이해관계가 확연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수직증측을 통해 일반 분양을 하더라도 주민들의 분담금이 억대에 이를것으로 추산되는데다 작은 평수를 원하는 최근 트렌드와 무관하게 전용 면적이 커지는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사업 수익성을 결정하는 일반 분양물량이 시장에서 제대로 소화될지도 미지수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수도권에 중대형 미분양 물량이 쌓여 있을 정도로 큰 평수 아파트에 대한 매력은 떨어진지 오래"라며 "수직증축으로 면적이 넓어진 리모델링 아파트 일반분양 물량을 구입할 수요자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