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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의 끝자락에서

2012년 12월 14일 (금) 11:24:27

장상인 발행인

renews@renews.co.kr

달력을 갉아먹는 좀 벌레가 있는가보다. 한 장밖에 남지 않은 12월이 어느새 반 토막 나고 말았다. 세월의 뜀박질이 너무 빠르다. 일상을 정리할 틈도 주지 않고 멀리 달아나려고 한다.

한 해를 정리하는 차원에서 프랑스의 수필가 '도미니크 로로(Dominique Loreau)'의 책 <심플하게 산다>를 들여다봤다. 10년 전 서점가에서 시선을 모았던 '베르너 티기 퀴스텐마허(Werner Tiki Kustenmacher)'의 저서 <단순하게 살아라>와 같은 맥락이다. 그는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1만개의 물건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개인별로 편차가 심하기 때문에 그것보다 수 십 배의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강산이 변한 이 시점에서도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모두가 욕심(慾心)을 버리지 못해서 되풀이 되는 현상이다. '도미니크 로로'의 지적을 옮겨 본다.

"우리에게는 지나치게 많은 물건들이 주어져 있다. 선택할 것도 많고 욕망도, 유혹도 많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심플하게 사는 방법을 모른다."

백 번 옳은 주장이다. 우리 주변에는 없어서 허덕이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물건이 넘쳐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지나치게 많은 물건들이 쌓여 있는 데도 더 가지려고 한다.

"너무 많이 소유하려는 것을 멈추자"

'단순하게 산다'는 것은 개인에게만 국한되는 일이 아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기업도 너무 많이 소유하려는 것을 멈춰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살 길이 보인다.

동양그룹이 금융·시멘트 만 남기고, '제조·건설·서비스업 등 모든 사업부문을 버린다'고 한다. 회사의 몸집 불리기에 연연하지 않고 단순하게 살기 위해서다.

동양그룹뿐만 아니다. STX그룹도 해운 계열사인 'STX팬오션을 버린다'고 한다. 세계적인 조선·해운 경기의 침체로 인해 두 업종을 다 끌고 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버리는 것도 시기를 놓치면 의미가 없기에, 두 기업 모두 참으로 시의(時宜)에 맞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 어려운 시기에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가서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기업보다 더 큰 어려움 속에서 고뇌하고 있는 건설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 건설 사업의 내용을 하루 빨리 단순화해야 한다. 특히, 주택사업에만 매달려 있는 업체의 단순화가 더욱 절실하다. 전전긍긍(戰戰兢兢)-. 회사를 옥죄고 있는 미분양 아파트들을 버리지 못하면 짐이 더욱 무거워진다.

아무리 붙잡으려고 해도 2012년이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우리가 소유할 수 있는 하루하루의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몸도, 마음도, 주변도, 책상 서랍도, 사업 부문도 단순하게 정리해야 할 진정한 끝자락이다.

과거의 틀에 얽매여 집착하지 말고, 불필요한 것들을 과감하게 던져 버리자. 삶의 가치를 망각했던 욕망도 버리자. 보다 알차고 좋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가오는 2013년을 단순하게 맞이하자.

'물건이 많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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