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목사님께서 절간 법회에 참석해 강연을 하는가 하면 불교의 스님께서 가톨릭 교우회 모임에 초청받아 설법을 하기도 합니다. 가톨릭 선교회의 수사님께서도 절간 행사에서 불교 신자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립니다. 목사님과 스님, 신부님이 기존의 종교적 울타리를 벗어나 서로 상대방의 집회에 참석해 품앗이로 설법을 나누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경우를 생각하기가 그리 쉽지는 않지만, 실제로 있는 일입니다. 개신교의 백도웅 목사와 천태종 사찰인 명락사의 무원 스님, 천주교의 주낙길 수사가 그 주인공입니다. 여기에 원불교의 김대선 교무까지 서로 어울리며 마치 집안 형제들처럼 친분을 과시하는 모습입니다. 주변 사람들에게서 ‘종교계 4총사’라고 불리기도 한다지요.

이들이 자신이 속한 종단이나 교단에서 나름대로 역할과 위치를 인정받고 있다는 사실부터가 돋보입니다. 백도웅 목사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를 지내고 종교평화공동체 운동을 펼치고 있는 데다 무원 스님은 천태종 종단의 총무원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습니다. 주낙길 수사는 클라렛선교수도회 서울총원장이며, 김대선 교무는 원불교 교정원의 문화사회부장 직책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지난 석가탄신일에도 함께 만났습니다. 천태종 총본산인 충청북도 단양 구인사에서 열린 다문화·다종교 행사에 참석해 서로 덕담을 나누었던 것입니다. 지난해 석탄일에는 주낙길 수사가 명락사를 방문해 강연을 했으며, 연말 성탄절에는 이에 대한 답례로 무원 스님이 명동 가톨릭회관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불과 3년 전, 종교계의 남북 평화교류 행사에서 처음 만난 데 비해서는 서로의 왕래가 비교적 활발한 편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백도웅 목사는 불교 행사 때마다 핸드폰으로 안내 메시지를 받을 만큼 불교계와 교류가 깊은 편입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지낸 법장 스님(2005년 입적)과는 형님, 동생 하며 지냈을 정도라고 합니다. 공적인 행사 말고도 개인적으로도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이지요. 지금의 네 사람도 그런 점에서는 거의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조만간 다른 종교인들과 뜻을 모아 이웃돕기 공동캠페인을 펼칠 것이라고 합니다. 올해 초에도 북한 주민을 돕기 위해 보조를 맞추려 준비했으나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적십자회담 실무접촉이 무산됨으로써 더 이상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처지입니다. 특히 김대선 교무는 원불교 내부적으로 탈북자 지원 행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무원 스님은 개성 영통사 복원작업을 이끌어 왔다는 점에서 남북교류에 특히 관심을 갖고 있는 편입니다.

이들이 기존 종교의 벽을 허물고 서로 친밀하게 교류를 나누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비록 방법의 차이는 있을망정 올바로 살도록 깨우치는 데 있어서는 종교마다 궁극의 목적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종교가 생성된 문화·지리적 배경과 차이로 인해 성경이나 불경, 이슬람교 코란에서의 내용이 다를 뿐 결국에는 인간의 평화와 화합을 가르치고 있다는 얘깁니다.

더욱이 요즘 우리 사회가 외국 배우자들과의 결혼 및 근로자의 유입으로 다문화 인구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종교 사이의 이해와 소통은 절실한 문제입니다. 종교와 문화·언어·풍습의 차이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을 빚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가정의 화목과 사회의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다문화·다종교 사이의 솔직한 대화가 필요한 실정이라는 것이지요.

종교 간의 마찰은 상대방 종교의 가르침이 다르다는 이유로 아예 잘못된 것으로 몰아세우기 때문입니다. 개종을 강요하고 우리쪽의 종교 의례를 받아들이도록 요구하는 것도 그런 때문이겠지요. 이러한 종파 및 교파 이기주의는 영토와 식량, 자원문제와 연결되면서 복잡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기본 인권을 침해하고 박해하는 양상으로 나타나가 마련입니다. 중세의 십자군전쟁 이래 끊이지 않는 이른바 ‘문명의 충돌’ 현상입니다.

지금도 세계는 종교간의 마찰과 갈등으로 심각한 분란에 처해 있습니다. 미얀마에서는 불교도와 이슬람교도의 유혈충돌로 10만여명의 주민이 난민생활을 하고 있으며 나이지리아에서도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사이에 테러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는 같은 알라신을 믿으면서도 시아파와 수니파 사이의 파벌 대립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그런 가운데서도 서로의 장벽을 극복하려고 노력하는 얘기들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북아일랜드를 방문해 성공회와 가톨릭의 종교적 차이로 빚어졌던 갈등을 치유하는 징검다리를 놓았으며, 이슬람 국가인 이집트에서도 기독교 신자를 부통령에 임명하기로 결정을 보았다는 최근의 뉴스가 바로 그것입니다.

세계적으로도 다문화·다종교 사이의 소통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것을 인정하면서 이해의 폭을 넓혀가려는 움직임입니다. 어떻게 보면,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왕래가 활발해지는 지금의 시점에서 인류가 공존을 위해 풀어가야 할 가장 중요한 화두인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도 앞서의 ‘종교계 4총사’와 비슷한 얘기들이 앞으로 더 많이 들려오기를 기대합니다.

출처 : 자유칼럼그룹(http://www.freecolum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