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들어 눈길을 끈 영화 한 편이 있었다. 제목의 뉘앙스로는 '프랭크 시나트라'의 노래 '마이 웨이'를 연상케 했지만, 이 영화는 김병인 씨의 원작 소설 <디 데이>를 모체로 했다. 이야기는 세계 제 2차 대전 당시 노르망디에서 발견된 동양인의 사진 한 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인으로 태어나서 일본군, 소련군, 독일군이 된 처절한 전쟁의 피해자의 여정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승리한 연합군에 끌려온 독일군 포로 중에 발견된 동양인. 그가 하는 말은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었고, 미 정보국에 넘겨진 그는 좀처럼 믿기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에서부터 몽골, 소련, 독일을 거쳐 프랑스 노르망디에 이르기까지 지구 반 바퀴에 이르는 12,000km 전장을 가로 지른 여정- 그 속에서 살아남은 그는 다름 아닌 조선인이었던 것이다.
 아무튼, 영화 '마이웨이'는 1938년 경성에서 제2의 손기정을 꿈꾸던 조선 청년 '김준식(장동건)'과 일본 최고의 마라톤 대표 선수인 '하세가와 타츠오(오다 기리조)'의 숨 막힌 경쟁으로부터 시작된다.
'준식'과 '타츠오'는 마라톤 경쟁자이자 친구다. 오랜 세월 하나의 꿈을 바라보면서 서로의 발전을 도모한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런 두 사람이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서로를 오해 하게 되고, 마침내 전쟁터에서 상관과 부하로 만난다. 이들은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면서 죽이고 싶은 마음이 용솟음치면서도, 종국에는 서로를 돕는 진정한 친구가 된다. 나라와도, 전쟁과도 관계없는 '마이 웨이'를 선택한 것이다.

 영화 '마이웨이'는 전쟁 장면이 너무 많기는 했으나,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인간들의 삶을 나름대로 애써서 그려냈다.

 일찍이 소설가 조정래 선생도 소설 <오 하느님>에서 다음과 같이 밝힌바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노르망디 전선에서 미국의 공수부대에 최초로 잡힌 '나치 군복을 입은 네 명의 동양인'은 바로 한국 사람이었다. 미국의 역사학자 '스티븐 앰브로스(Stephen Ambrose)'는 그 사실을 책 <D-Day>에서 밝히고 있다."

 문학 평론가 복도훈 씨도<오 하느님>의 평론을 통해 '노르망디의 실종자'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의 고향에서 일본군 지원병으로 입대하여, 인천항에서 배를 타고 만주로 갔다가 소련군과 몽골군에 잡혀서 소련군에 투입됐고, 독일군 포로로 붙잡혀 동방대대 소속 독일군이 되어 노르망디 전선에 투입됐는지....,그는 인적사항을 기재하던 미군 병사의 사무적이고도 신경질적인 질문에 단 한마디도 답할 수 없었다. 그는 다른 나라의 식민지가 되어 모국어를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는 동북아시아 변방의 조그만 반도 출신 소작농의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명분 없는 전쟁터에 이유 없이 끌려 다녀야했던 불쌍한 조선의 아들들. 나라 잃은 식민지의 아들들은 이렇게 생(生)과 사(死)의 고비를 속절없이 넘나들었던 것이다.

 이러한 아픔이 해소되려면 입으로는 자유와 평화를 외치면서도 자신들의 그릇된 욕망을 위해 선량한 사람들을 전쟁터로 내모는 독재자들이 사라져야 한다.
 지난 15일 후쿠오카의 한 공원에 앉아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대화를 나누던 '오츠보 시게타카(大坪重隆 · 71)' 씨의 말이 필자에게 긴 여운을 남겼다.

"노몬한 전투는 일본군의 완전한 패배였습니다. 제가 전쟁사에 관심이 많은 이유로 노몬한 전투에 관한 자료를 도서관을 뒤져서 대부분 읽었습니다. 노몬한 전투는 참으로 무모한 전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찌했던, 이 땅에서 전쟁은 없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북한의 체제 변화에 대해 일본인들은 내심 걱정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혹시 전쟁이라도 일어나지 않을까?'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