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아 내 몸 상처나/ 핏방울 맺혔을 때/ 무슨 설음 무슨 아픔 있냐/ 한번 물어본 적 있나요/...../삼킨 눈물 설움보다 길게 흘리다/ 마르지 않는 샘을 만들었습니다."
 22살의 나이에 불치병을 진단받고 생을 포기하려다가 새 삶을 찾은 오정희(루시아) 시인의 <칠레꽃>이란 시다.
 이 세상에는 '몸에 상처 나고 핏방울 맺히고, 설음·아픔·눈물 삼키며 칠레꽃 같은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그 중에서도 이번에 브라질 최초의 여자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우마 호세프' 후보의 생이 바로 그러하다.

 브라질 연방 선거법원은 지난 1일 성명을 통해 '제40대 대통령 선거 개표 결과 집권 노동자당의 '지우마 호세프' 후보가 56.05%의 득표율로 43.95%를 얻은 제1야당의 조제 세하 후보를 12% 포인트 차이로 누르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고 밝혔다. 언론에 보도된 것만 봐도 '호세프' 당선자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녀는  불가리아에서 이민 온 아버지와 브라질 어머니 사이에서 1947년에 태어났다. 대학 시절 브라질의 군부독재정권(1964-1985)에 맞서서 투쟁을 벌이다가 3년간 옥살이를 했으며, 두 번이나 이혼했고 홀로서 외동딸을 키웠다.

그 외동딸이 결혼하여 지난 8월 할머니가 된 호세프' 대통령 당선자-  당선 후 카메라 앞에 서서 웃는 얼굴이 여느 할머니처럼 평범해 보였지만, 그 미소 속에 감추어져 있는 눈물은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깊었고, 흐득흐득 떨어지는 낙엽처럼 서러웠을 것 같다. 그래도 그녀는 무너지지 않고 굳건하게 생(生)의 고비 고비를 잘 넘겼다. 감옥 생활 후 국립 캄피나스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1980년 민주 노동당 참여를 계기로 정계에 발을 내딛었으며, 1990년 초 주(州) 에너지 장관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2001년부터 현 '룰라' 내각에서 에너지 장관과 우리의 국무총리 격인 수석 장관직을 수행하면서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였다. 결국 그녀는 2억 명을 리드하는 경제 대국 브라질 대통령이 되어 내년 1월1일부터 나라를 운영하게 되었다. 

 '호세프' 후보는 당선 승리 축하 행사에서 "이 순간 너무 행복하며 브라질 국민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면서, "남녀 간의 기회 균등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녀는 '미첼 바첼레트' 전 칠레 대통령과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에 이어 남미 지역의 세 번째 선출직 여성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여성 대통령 시대를 열어가고 있는 여전사(?)가 된 것이다.

 이와 때를 같이 하여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대통령 이야기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물론 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SBS의 드라마 '대물'에서다. 드라마의 주인공 서혜림(고현정 분)이 우리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드라마 '대물'을 둘러싸고 많은 오해도 생겼다. 급기야 작가와 연출가가 도중하차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아무튼, 이 드라마는 시청률이 제법 높다. 

 드라마 '대물'은 박인권 화백의 만화 '대물'을 원작으로 하여 각색했다. 드라마는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허구의 테마가 많다. 드라마와 현실 문제를 동일시하는 것은 위험하다. 대통령을 뽑는데 있어서 남녀를 차별하는 것은 더욱 위험하다.
브라질의 대통령 당선자 '호세프'는 "남녀 간의 기회 균등은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참으로 맞는 말이다. '남자 대통령이냐' '여자 대통령이냐'를 따지기 전에 '누가 더 나라를 경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국가 경영은 남자 · 여자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라 지도자로서의 리더십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남존여비'가 강하다는 브라질에서 56.05%의 지지를 이끌어낸 여성 대통령 당선자 '지우마 호세프'에 호감이 간다. 엄지손가락을 치켜든 그녀의 세레모니에 브라질의 온 국민이 환호하는 데에는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