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 섣부른 투자 대신 시장 관망 뚜렷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가 지난 3월 5일 조건부로 안전진단을 받았지만 거래시장은 잠잠하기만 하다. 안전진단 통과로 인해 매물 문의는 증가했지만 매수세가 따라붙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중개업소와 부동산정보업체에 따르면, 수요자들이 미래가치가 높은 것은 알겠으나 바로 계약하지 못하고 관망하는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매도자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호가가 오르고 거래가 이뤄졌겠지만 최근 문의는 늘었어도 거래까지 이어지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조건부 재건축’ 통과

강남구는 한국시설안전연구원에 은마아파트의 정밀안전진단을 의뢰한 결과 '조건부 재건축'대상 통보를 받았다고 지난 3일 밝혔다. 한국시설안전연구원은 은마아파트의 최종 성능점수를 50.38점으로 D등급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최종 성능점수가 56점 이상이면 유지보수, 31∼55점은 조건부 재건축, 30점 이하는 재건축 대상이다.
정밀안전진단 결과에 따르면, 은마아파트는 준공한 지 31년이 지나 구조체와 설비·배관의 노후화와 열화(균열)가 전반적으로 발생했다. 구조체의 내력(안정성)도 부족하고, 특히 지진에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주차시설과 일조환경 등 주거환경도 열악해 유지보수 비용 부담 해소와 주거환경 개선, 주거 안전성 확보를 위해 재건축을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매매가, 호재불구 제자리걸음

현지중개업소에 따르면 매도호가와 시세도 제자리걸음이다. 102㎡가 9억8000만~10억5000만원, 112㎡가 11억8000만~12억5000만원 선이다.
대치동 닥터아파트 우리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조건부 재건축 소식에 매수자문의가 늘긴 했지만 섣불리 사지는 못하고 있다” 며 “망설이던 매수자들이 본격 매수에 나서면 시세도 오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세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있는 경매시장에서는 이미 은마아파트는 인기 상품이다. 
지난 4일 대치동 은마아파트(전용 104㎡) 경매는 본래 감정가인 12억5000만원에서 한번 유찰돼 10억부터 시작해 12억1000만원에 낙찰됐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그간 난항을 겪었던 은마아파트의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11명이 몰리며 감정가에 근접한 수준까지 낙찰가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은마,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전문가들은 은마아파트 매매가가 안전진단 받기 전부터 많이 올라 있어 단기간 내 급등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김일수 시티은행 부동산팀장은 “은마아파트는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도 입지가 뛰어나 그동안 투자자와 수요자들의 관심이 높았던 단지로 재건축 호재가 이미 반영돼 많이 올랐다”며 “발표 이후 간간히 거래는 되겠으나 이미 매매가가 높아 매매가가 단기간에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함에 따라 시세가 점차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배종찬 영남대학교 재테크학과 교수는 “은마아파트는 안전진단을 통과했을 뿐 앞으로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등 절차가 많이 남은 재건축 초기 단계다”며 “은마아파트 재건축이 가시화됨에 따라 특히 추석 이후에는 시세상승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79년에 건립된 은마아파트(4424가구)는 강남 재건축 단지 중에서도 뛰어난 학군 등으로 입지가 뛰어나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강남 대표적인 중층 재건축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지난 2003년부터 재건축을 추진해왔지만 주민 갈등과 집값 상승을 우려한 정부 규제 등으로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해 8월 개정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라 안전진단 주체가 재건축 추진위원회에서 지방자치단체로 변경되면서 지난해 10월 정밀안전진단에 들어가 지난 5일 '조건부 재건축'으로 재건축 추진에 날개를 달개 됐다. 은마아파트 올해 하반기 정비계획수립, 정비구역지정 절차를 거친 후 내년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게 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