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이지만 막걸리의 열풍이 날로 뜨겁다. 등산객들의 귀가 길에서도, 골목길 포장마차에서도, 한 해를 정리하는 망년회에서도 단연 막걸리가 으뜸이다. '막걸리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까?' 걱정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리 쉽게 꺼질 것 같지 않다. 막걸리 전문주점에 손님들이 가득하며, 이곳저곳에서 열리는 막걸리 박람회장마다 그 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달아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빛깔이 뜨물처럼 희고 탁해서 탁주(濁酒)라고 하고, 농촌에서 많이 마신다고 하여 농주(農酒)라고도 하는 막걸리- 사실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의 전통적인 술이다. 역사를 거슬러 보면 고려시대에 이미 이화주(梨花酒)라는 막걸리가 있었다. 이유인즉, 배꽃이 필 무렵에 누룩을 만든다하여 그렇게 불리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후세에 들어 아무 때나 누룩을 만들게 되자 그 이름이 사라졌다고 한다. 아무튼, 막걸리의 맛이 예전에 비해 향상되고 보존기간이 길어졌으며, 알코올 성분이 맥주와 비슷한 6-7도라는 점도 과거와 달리 화이트칼라나 젊은 층으로부터 환영을 받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다. 통계 수치를 통해서 막걸리의 열풍을 가늠해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막걸리 생산량은 16만2598㎘로 지난해 11만7959㎘보다 37.8%나 늘어났다. 맥주가 고작 0.2% 늘어났고, 소주(-4.3%), 약주(-22.3%), 위스키(-26.2%), 복분자주(-28.4%) 등은 내리막길을 달렸다. 수치만 보아도 막걸리의 생산량은 대단한 뜀박질이다. 출하량 증가율에서도 맥주(0.2%)를 제외한 소주(-4.7%), 약주(-20.2%), 복분자주(-20.2%), 위스키(-23.6%) 등 대부분의 술이 뒷걸음인데 반해, 막걸리는 전 년 대비 37.5% 늘어났다. 생산량과 출하량뿐만이 아니다. 막걸리의 수출량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의 3,605㎘에서 3,964㎘로 10.0%나 늘었고, 1-10월 수출량 규모에서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이처럼 막걸리의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일본의 영향 때문이다.

요즈음 우리나라에서 일고 있는 막걸리 열풍은 일본에서 불을 지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의 막걸리가 일본 도쿄의 한(韓) 식당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고, 한국에 여행 오는 일본인들의 기호 식품이 막걸리이기 때문이다. 한류(韓流)의 흐름을 타고 일본 열도를 흠뻑 적신 막걸리가 역으로 한국에도 열풍(熱風)을 몰고 왔다.

일본에도 우리의 막걸리와 비슷한 '도부로쿠'라는 탁주(濁酒)가 있다. 그러나, 우리의 막걸리와는 맛이 다르고 알코올 도수도 높다. 일본인들은 과거에 우리의 막걸리를 '한국의 도부로쿠'라고 했지만, 요즈음은 '막코리-'로 통한다. 발음이 어색하기는 해도 '막코리'라는 고유브랜드로 자리한 것이다.

일본인들이 우리의 막걸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한 단맛 때문이다. 그들은 막걸리의 미묘한 산미(酸味)와 탄산발포(炭酸発泡)의 맛에 빠졌다. 알코올의 도수가 사케(酒)보다 낮아서 좋다는 의견도 많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열풍(熱風)을 오래도록 이어가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막걸리의 효모(酵母)를 살리면서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최우선 과제라는 생각이다. 한국 사람은 물론 일본인들도 가장 한국적인 맛을 지닌 전통적인 생(生) 막걸리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계속되는 추운 날씨에 몸도 마음도 모두 얼어붙을 것만 같다. 막걸리 열풍이 추위를 녹일 수 있을 것이다. 한 잔의 막걸리로 한해를 마감하련다. '부슬부슬 내리는 유년의 술독에 폭삭 익은 미운 정과 고운 정-'. 김종철의 시(詩)가 막걸리와 연말의 향취를 짙게 자아낸다.

"고두밥과 누룩 넣은 독을/ 어머니는 아랫목에 잘 모셨습니다/ 한기 들지 않게 이불로 꽁꽁 감쌌습니다/ 며칠 지나 빗소리가 하도 요란해 술독을 몰래 열었다가/ 나는 알몸으로 쫓겨 났습니다/ 막걸리만 마시면 비가 옵니다/ 부슬부슬 내리는 유년의 술독에 폭삭 익은 미운 정과 고운 정/ 빗소리로만 당신을 대작하기엔 한 끼의 국밥이 너무 빨리 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