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식시장이 하루에 4%가까이 떨어지는 등 또다시 급락세를 보이며 매우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국민은행 시세조사 기준으로 최근에 전국과 서울지역의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이 하락세에서 보합세로 돌아섰다. 이렇게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이 각각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세계경기침체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혼란스러운 시기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사례로부터 나름대로의 시사점을 찾아보는 것이 미래를 가늠해볼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다.

지금의 사례와 가장 유사한 사례는 아무래도 과거 97년말부터 시작된 외환위기 시기가 많은 점에서 공통점을 보여준다. 과거의 유사한 점과 다른점을 먼저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그 원인들을 따져보면 미래에 적용해 볼 수 있는 몇몇 징후들을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외환위기 당시와 지금의 위기는 여러가지 차이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크게 3가지 점에서 차이가 난다.
 

첫번째로 외환위기는 국내 경제의 취약성에서 출발하였으나, 현재는 미국의 주택시장 부실에서 시작된 세계 불황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구조조정을 마무리하여 원인을 제거 하고 나서는 V자형 급반등으로 돌아섰지만 이제는 외부의 여건이 변해주지 않으면 우리 힘만으로 반등으로 돌아서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특히나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이 우리나라는 전체 경제를 나타내는 GDP의 절반이상이 수출에 의존하고 있어, 향후 수출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회생하는데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이번 경제위기에는 미국주택시장 및 경제의 움직임과 우리나라 경제 회복의 움직임을 동시에 보아야 부동산 시장의 회복 징후를 포착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과거에는 대기업 위주로 부도가 나면서 실업률이 급증했으나 최근에는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실업률이 좀더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다. 2006년 이후 대부분의 대출은 DTI(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비율)를 적용했기 때문에 대기업 등 소득입증 자료가 있는 층이 주요 대출자였다. 따라서 대출상환에 대한 압박이 더 낮아 상대적으로 주식시장의 하락 정도에 비해 부동산 침체의 강도가 낮은 것을 볼 수 있으며, 향후 경기가 안정화 또는 반등시점에서는 상승하기에 더욱 부담이 적을 수 있다고 보여진다. 

세번째로는 현재 주택담보대출의 건전성으로 보았을 때 미국보다는 우리나라가 더 양호하다는 것이다. 물론 최근 많이 떨어진 용인 분당 지역의 경우 최근 LTV(주택가격대비 담보대출 비율)가 많이 높아진 곳도 있지만 미국의 LTV가 100% 수준인 것에 반해 국내는 40%대로서 매우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향후 미국시장이 안정세를 보이기만 해도 국내시장이 빠른 속도로 안정화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과거 사례와 유사한 점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첫번째로는 주식시장이 선행하고 부동산 시장이 시차를 두고 유사하게 움직였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당시 월말 기준 주가(코스피 기준)와 부동산 가격(서울아파트 가격기준)을 보면 거의 6개월의 시차를 두고 부동산 시장이 주식시장을 따라간 것으로 나타난다. 주식시장이 97년 12월과 98년 6월에 2번의 바닥을 형성하고 반등으로 돌아섰으며 부동산 시장 역시 약6개월 시차를 두고 98년 6월과 11월에 2번의 바닥을 형성하고 반등으로 돌아섰다. 최근에는 08년도 10월경에 주식시장이 첫번째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돌아서다가 최근 며칠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 시장의 경우 08년 10월에 처음으로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서 최근 보합세로 반전하였다. 따라서 향후 주식시장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부동산 시장의 향방을 살펴보는 힌트가 될 수 있다.

두번째로는 금리인하 부분이다. 외환위기 직후 25%에 육박하던 CD금리가 7%대까지 급락했다. 최근에는 08년도에 6%대까지 형성하던 CD금리가 역사상 최저치인 2%대로 급락했다. 과거 외환위기 당시 급격히 낮아진 금리로 인해 약 1년 후에 주식 및 부동산 시장이 급등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금리 인하로 풍부해진 유동성이 갈 수 있는 곳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세번째로는 정부의 규제완화 부분이다. 과거 정부는 부동산 상승기에는 억제정책을 그리고 하락기에는 완화정책을 통해 늘 부동산 시장의 과도한 흐름의 방향을 돌려왔다. 과거 외환위기와 마찬가지로 최근에도 미분양 양도세 완화, 민간 부문 분양가 상한제 폐지, 전매제한 완화 등 완화정책이 나오고 있어 시장 전환점으로서의 역할이 기대된다.

마지막 네번째로는 과거 하락기와 심리상태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98년의 주요 일간지를 보면 일본이 이미 8년째 부동산이 떨어지고 모든 구조가 일본과 같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예언해 주는 것과 같다라는 기사, 이제 서민들의 소득이 낮아지고 구매력이 떨어 당분간 부동산은 오를 일이 없다는 기사, 서울에 인구가 최근 매년 1%씩 감소하므로 부동산은 오를 수 없다는 기사 등 대부분이 2~3년안에 부동산이 회복되기는 어렵고 그 이후에도 예전 같은 상승은 기대할 수 없다라는 기사들이 나온다. 최근에도 인구통계 및 구매력 부분을 근거로 부동산이 폭락할 것이라는 주장들이 많이 제기 되고 있지만 많은 부분이 10년전 경제 불황기 때 보여주었던 내용들과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여러가지 과거 외환위기 당시와 현재의 차이점과 유사점에 대해서 알아 봤다. 마지막으로 몇 가지만 제언을 하자면, 앞서 향후 부동산 시장을 예측해 보기 위해 앞에서 언급한 주식시장의 징후를 비롯한 몇몇 징후들을 적용해 볼 수 있다. 98년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등을 하기 시작하는데 11월경에는 IMF를 비롯한 몇몇 기관 및 연구소에서 이제 경제위기는 어느 정도 회복세를 보인다는 기사들이 보인다. 또한 이제 집을 사면 당장은 오르지 않아도 2~3년 후에는 안정이 될 것이라는 기사들이 많이 보인다. 

즉 누구도 부동산 급등을 장담하지는 못하더라도 더 이상 하락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감대만 형성되어도 그 동안 약 1년 넘게 매수하지 못하고 대기했던 유동자금들이 쏟아지며 바로 한달 만에 부동산 시장이 급등을 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과거가 미래를 그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이러한 몇몇 징후들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좀더 체계적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도구로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이러한 과거의 사례로부터 미래를 해석하는 것은 각자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