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연구소 기경묵 연구원

최근 국내는 전세계적인 금융경색과 지속적인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하여, 미분양 및 PF대출 부실화 문제를 비롯한 건설산업 전반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건설산업연구원에서는 내년도 국내 주택 및 토지가격이 전국 기준으로 5%~10% 가량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어놓기도 했다. 부동산시장의 특성을 고려하고, IMF 당시 전국 주택가격이 약 12% 하락 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전국기준으로 5%~10%라는 수치는 부정적으로 보았을 때는 매우 큰 폭의 하락을 의미 하는 것이며, 국지적으로는 더욱 심각한 하락도 예상이 가능하다. 따라서 당분간은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함께 전반적인 경제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이 예측되며 이제 문제는 얼마나 그리고 어느 시점까지 떨어질 것이냐가 이슈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를 근본 원인부터 파헤쳐 보면 미국의 헨리 폴슨 재무장관이 “미국의 집값이 안정될 때까지 위기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 주택가격의 향배가 최근 전세계 경제 전반의 악화에 근본적인 문제의 출발점이면서 동시에 향후 문제의 해결을 위한 출발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주택가격지수인 S&P 10대도시 주택가격지수의 최근 8월말 자료는 2006년 6월 고점 대비 약 24% 하락하며 하락세를 지속 중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경기침체가 주택가격 하락을 지속시키고, 미국 주택의 6채 중 1채가 속칭 under water라고 불리우는 집값보다 대출금액이 더 높은 깡통주택들로서 향후 경매시장으로 더 많은 집이 나올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미국은행들이 헐값에 대량으로 주택을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2만불 미만으로 미국주택을 살 수 있다는 상품들이 국내에까지 소개가 되는 현상을 보이며, 미국 기존주택 판매량이 9월 기준으로 13년만에 최고 폭으로 상승하고, 신규주택판매도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반대로 주택착공 및 인허가 호수는 9월 기준으로 각각 17년과 26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며 공급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어, 일정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수급의 논리에 의해 주택가격이 바닥을 칠 수 있다는 근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전반적인 미국의 부동산 애널리스트들은 내년까지 10% 내외의 추가 가격하락을 이야기하고 있고, 앨런 그린스펀 前 미국FRB의장이 내년 상반기에 주택시장이 바닥을 찍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는 상황 등을 살펴보면 긍정적으로 보았을 때 내년 상반기가 미국 주택시장의 전환점에 중요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

 현재 미국과 국내의 상황을 전반적으로 보면 당분간은 부동산경기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국내 주택대출시장은 아직까지는 선제적인 LTV와 DTI규제를 통해 매우 낮은 대출비율을 유지하고 있어 해외시장과는 다르게 건전성이 높은 수준으로 관리가 되고 있다. 또한 국내 부동산 시장이 국내 자체의 문제보다는 외부적인 전세계 금융경색의 원인으로 침체를 맞이했다는 사실을 고려해 보면, 최근 국내의 부동산 규제가 지속적으로 풀리고 있다는 사실과 정부정책의 효과가 일정부분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는 점, 그리고 앞으로 금융시장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자금이 시중에 풀릴 수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향후 미국의 금융경색 및 주택시장이 바닥을 치고 있다는 신호가 감지되는 시점에서는 빠르게 국내 부동산 시장이 제자리를 잡을 확률도 매우 높다.

과거 가장 어려운 시기 중 하나였던 IMF당시의 기사들을 들춰보면 경기침체가 장기화 되고 3~4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이었지만, 실제 부동산 가격 하락이 본격화된 98년에 서울 아파트가격이 -14.6%를 기록하고 그 이듬해인 99년에는 12.5%로 바로 반등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한 IMF에 막 접어들자마자 세계적인 가치투자자로 유명한 존템플턴경이 “나는 가장 비관적일 때 사고, 가장 낙관적일 때 팝니다.”라는 말을 남기며 한국에 투자를 했다는 기사와, 그가 설립한 템플턴사가 최근에 한국시장에서 주식을 사고 있다는 기사가 의미하는 바를 곱씹어볼 필요도 있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