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 기술의 자립화가 시급합니다.” 

토목구조 연구만 20여년이 넘게 해온 정연주(한국건설기술연구원) 박사는 국내 건설업계 환경 속에선 검증된 기술만을 접목하는 경우가 많아 해외 기술을 도입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하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도 시공기술이 없다면 국내 시장에선 검증이 안됐다고 판단합니다. 대부분 국내 건설사들은 특정 기술이 필요할 경우 외국기업과 제휴를 많이 하죠.” 

건설 기술 연구만 해온 그가 바라보는 우리나라 건설업계 사정은 이렇다. 새로운 기술이 나와도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에 기술의 자립화가 요원한 것. 

그가 소속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건설분야에선 유일한 정부 출현 연구소다. 주로 정부의 시책에 맞는 일들과 우리나라 건설 기술 발전에 관한 일들이 이 곳을 통해 이루어진다. 약 600여명 정도의 연구인력이 소속된 곳으로 구조부터 도로, 수자원, 환경, 건설관리 등 다양한 분야의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간혹 시공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기술들을 개발해주기도 한다. 

그는 “국내 건설업계가 IMF 이전에는 각각 자사의 연구소를 가지고 있었지만,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등을 통해 연구소가 많이 없어졌다”면서 “한국건설기술연구소와 같은 국책연구소의 역할과 더불어 민간연구소의 역할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목구조 전공인 정 박사는 빌딩이나 교량에 사용되는 재료인 콘크리트와 강재의 움직임을 유사하도록 하는 장치들이 들어가도록 툴을 개발한 것을 골자로 하는 논문으로 세계 3대 인명사전인 마르퀴즈 후즈후 2009년판 등재가 예정돼 화제가 됐다. 마르퀴즈 후즈후는 정치, 과학, 예술 분야를 총 망라해 주요 인물들을 등재하는 세계3대 인물사전으로 건설분야는 올라가는 빈도가 높지 않은 편이다. 

“빌딩이나 교량에 사용하는 콘크리트와 강재를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두 재료의 움직임을 같도록 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여러 가지 장치들이 보조적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현 상황에선 안전성 위주의 보수적 설계 기준에 국한됐죠” 

그는 이런 보수적 설계 기준에서 나아가 기술적 발전을 꾀하고 싶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건설 분야에선 경제성을 먼저 따질 수 밖에 없어 작은 부분이라도 개선해야 바뀌는 면이 있어요. 그런 부분이 안타까워 강재와 콘크리트 합성시 어떻게 움직이는지 연구를 많이 하게 됐습니다.” 

그는 이런 기술적 발전을 이루기 위해 교량 정체 부분에 두 재료의 합성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규명하는 해석적인 툴에 대해 연구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다. 

정연주 박사는 향후 건설 기술 방향은 새로운 소재 활용, 간소화 등이 대세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보면서 새로운 연구를 위해 다시 몰두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연구한 것들을 응용할 수 있는 새로운 일들을 찾고 있고, 연구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