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탕>--1863년, 캔버스에 유채, 직경198, 파리 루브르 박물관 소장

누구나 정상적인 것보다는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정상적인 것은 볼 수도, 만질 수 있고, 언제든지 즐길 수 있어 만족감을 주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는 것 중에 하나가 대중목욕탕이다. 사랑하는 연인이 목욕하는 모습은 평소에 집이나 집밖에서나 마음껏 볼 수 있지만 익명의 사람들이 목욕하고 있는 대중목욕탕은 절대로 볼 수 없기에 호기심을 자극한다. 

시대가 변해 목욕탕이 씻는 공간을 벗어나 남녀가 함께 들어갈 수 있는 다목적 사교의 장인 찜질방으로 변했어도 아직 목욕하는 공간만큼은 남녀칠세부동석을 지키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중목욕탕은 여전히 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상상의 세계를 펼칠 수밖에 없다. 대중목욕탕에서 목욕하고 있는 여자들을 그린 작품이 앵그르의 <터키탕>이다. 

젊은 시절부터 목욕하는 여자에게 흥미를 느낀 앵그르는 18세기 무렵 터키 주재 영국 대사 부인이 쓴 <터키탕의 견문기>를 읽고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제작하게 된다. 

<터키탕>은 앵그르 작품 중에 드물게 구성 자체가 공상적이면서 누드와의 정물화로 불릴 만큼 많은 누드의 여인들이 화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화폭 속의 도자기처럼 매끈한 피부를 가진 여인들은 가만히 앉아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목욕을 즐기고 있는 모습이다.  

원래 이 작품은 사각형의 캔버스에 제작되었으나 그 후에 원형의 캔버스에 제작된다. 원형의 캔버스는 마치 열쇠구멍으로 목욕탕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금지된 것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앵그르는 원형의 캔버스를 사용했다. 

이 작품에서 악기를 들고 있는 중앙의 나부의 모습은 앵그르가 28세 때 제작한 <발팽송의 욕녀>라는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자세를 여기서도 재현했다. 

악기를 들고 있는 여인 오른쪽에 어색할 정도로 관능적인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인이 앵그르의 두 번째 부인 델핀이다. 앵그르는 그녀를 티치아노의 <안드리아의 바커스 축제>에서 쾌락을 상징하는 여인에게 영감을 얻어 표현했다. 그녀 뒤에서 서로의 가슴을 만지고 있는 두 명의 여인은 동성애를 암시하고 있으며 그 옆에 몸종에게 머리 손질을 맡기고 있는 여인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겨 있다. 왼쪽 끝에서 요염하게 서 있는 여인은 처음에 그려 넣지 않았으나 나중에 앵그르가 구도상 넣었다. 

화면 앞에 있는 도자기로 된 주전자와 잔, 배경에 벽에 놓여져 있는 큰 도자기 그리고 여인들이 머리 장식의 문양은 이국적인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1780~1867>의 <터키탕>은 말년에 제작한 작품으로서 여성의 누드를 다양한 방향에서 다룬 그 동안의 경험에 의해 집대성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앵그르는 당시 여성의 누드를 표현하기 위해 택했던 신화 주제를 버리고 하렘을 그렸다. 나폴레옹 공의 주문으로 제작되었지만 노골적으로 표현된 여성의 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해 거절당한다. 그 이후 이 작품에 관심을 보인 부유한 투르크인이 소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