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구구는 고양이다    

도쿄의 작고 아름다운 마을 키치조지에 사는 유명 순정만화가 아사코는 어느 겨울날, 13년간을 함께 해온 고양이 ‘사바’를 잃게 된다. 큰 슬픔에 빠진 그녀는 더 이상 작품활동을 하지 못하게 되고, 나오미를 비롯한 3인조 어시스턴트들의 걱정은 커져만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용기를 내 찾아간 펫샵에서 3개월 된 아메리칸 숏트 헤어종의 새끼고양이를 운명처럼 만나게 된 아사코. 그녀는 그 고양이에게 ‘구구’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구구와 함께 밥을 먹고 잠을 자며 아사코는 차츰 안정을 되찾아 가고, 또 사라진 구구를 찾으러 나간 것이 인연이 되어 연하의 꽃미남 세이지를 만나게 된다(영화 ‘구구는 고양이다’ 줄거리 중 전반부, Daum 영화에서 발췌).

2. 구구가 교통사고를 당하다
구구를 안고 산책을 나간 아사코, 길건너편에 서 있는 세이지를 향해 손을 흔들다 그만 구구를 놓치게 되고 어쩐 일인지 아사코의 품에서 빠져나가 차길을 건너던 구구는 그만 아뿔사에가 몰던 승용차에 치여 크게 다치고 만다. 사고를 내고 즉시 내려 구구를 살피려던 운전자 아뿔사에는 그 순간 다친 구구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오는 한 여자와 눈이 마주치게 되는데, 익숙한 얼굴이라 생각하며 다시 보니 그녀는 키치조지 마을에서 너무나 유명한 순정만화가 아사코가 아닌가. ‘아사코의 고양이 사랑은 키치조지 마을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난 이제 죽었구나.’라고 생각한 아뿔사에는 당황한 나머지 그만 다시 운전석으로 돌아가 시동을 걸고 최대 속력으로 도망가 버린다. 도망가는 아뿔사에를 바라보며 아사코는 길 한복판에 쓰러져 의식을 잃고 만다(이 부분은 영화 ‘구구는 고양이다’와 무관함).       

이야기 속 법률

1. 재물 손괴에 대한 도로교통법상의 처벌 규정 

형법은 고의에 의한 재물손괴만을 처벌하고, 과실재물손괴는 범죄로 규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즉 공터에서 야구를 하다가 실수로 유리창을 깨뜨린 경우 유리창 값 

 그러나 차의 운전자가 업무상 필요한 주의를 게을리하거나 중대한 과실로 다른 사람의 건조물이나 그 밖의 재물을 손괴한 때에는 2년 이하의 금고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 될 수 있습니다(도로교통법 제151조). 다만, 교통사고를 일으킨 차가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된 경우에는 당해 운전자에 대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고, 따라서 피해자가 운전자를 고소하더라도 ‘공소권없음’처분으로 수사가 종결될 것입니다(이야기 속 법률 ‘교통사고를 내고도 사과를 하지 않았을 때’ 편 참고).   

그렇다면, 구구를 치고 도망간 아뿔사에도 보험에 가입된 경우라면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것일까요?

2. 교통사고 발생 시 구호 의무  

사람을 사상한 경우 및 물건을 손괴한 경우를 포함하여 교통사고가 발생한 때에는 그 차의 운전자 등은 즉시 정차하여 사상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하여야 하고(도로교통법 제54조 제1항), 이러한 조치를 하지 아니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여지게 됩니다(도로교통법 제148조).

아뿔사에는 다친 구구를 동물병원으로 우송하는 등의 구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구구의 주인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도 자신의 연락처조차 남기지 아니한 채 도주하였습니다. 따라서 아뿔사에가 보험에 가입되었다면 구구를 친 교통사고 발생 자체로 인한 형사처벌은 받지 않겠지만, 그 후 구호조치를 하지 않았다는 점 때문에 도로교통법 제 151조에 의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것입니다. 

3. 정신적 손해배상 

한편, 구구의 교통사고 장면을 목격하고 실신한 아사코는 교통사고 운전자인 아뿔사에로부터 민사상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손해배상액의 범위는 어떻게 될까요. 

 아사코에게 구구는 가족이자 친구였지만, 구구는 민법상 ‘아사코 소유의 재물’이라 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타인의 불법행위로 인하여 재산권이 침해된 경우에는 그 재산적 손해의 배상에 의하여 정신적 고통도 회복된다고 보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아사코가 아뿔사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의 액수는 ‘펫샵에서 판매하는 3개월 된 아메리칸 숏트 헤어종 새끼고양이의 시가 상당’액이 될 것입니다.  

다만 우리 법원은 아주 예외적으로 재물 손괴로 인한 정신적 위자료를 인정하기도 했던 바, 주택이 심하게 훼손되어 위자료를 청구한 사안에서 ‘재산적 손해의 배상만으로는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손해가 있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로서 그 위자료를 인정할 수 있다고 할 것인 바, 원고가 거주하고 있던 주택이 지하굴착공사로 인하여 훼손되어 그 충격과 주거생활의 불안 등으로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이 경험측상 인정된다면 원고에 대한 위자료를 인정함이 상당하다(대법원 1990. 1. 12.선고 88다카28518).’라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교통사고로 인하여 구구가 심하게 다치거나 죽음으로써 입은 아사코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청구권도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하겠습니다(구체적 액수는 이야기속 법률 33. 정신적 위자료의 구체적 액수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