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정변호사의 이야기속법률 35

이야기    

1. 예쁜 집을 짓자   

유기농 식단으로 쌈밥집을 운영하는 것이 꿈인 황녹색씨, 산 끝자락에  가정집 같이 아늑한 집을 손수 지어 손님을 맞으려 한다. 주변에 수소문한 결과 가격도 저렴하고 고객의 마음에 쏙 드는 집을 지어 준다는 곳을 소개받게 되는데, 사무실의 이름은 ‘건축사 사무소 예쁜집’. “안녕하십니까, 예쁜집 대표 용감리라 합니다.” 인상도 좋은 용감리씨가 황녹색씨를 반겨 주고, “아 네 건축사님, 제가 이번에 자연친화적인 예쁜 건물을 지어 손님들에게 유기농 쌈밥을 좀 팔아 보려고 합니다. 눈도 즐겁고 입도 즐거운 식당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건축사님이 많이 좀 도와주세요.” 황녹색씨 역시 편안한 분위기에서 새 집에 대한 구상을 이야기한다. 이렇게 해서 예쁜집 대표 용감리씨는 황녹색씨가 운영할 식당 건물의 건축 설계 및 건축 인·허가 업무 전반을 맡아 주기로 하는 계약이 체결되고...     

2. 재공사, 공사 지연 후 건축사와의 첫만남    

친절한 용감리씨만 믿고 신축 공사를 진행한 황녹색씨. 그런데 막상 공사를 시작하고 보니, 공사 진척이 느리고 심지어 거리 계산이 잘못 되었다는 이유로 철거 작업 후 재공사 되는 부분도 생기는 것이다. 공기를 6개월이나 초과하여 겨우 공사는 완료됐으나, 인허가 과정에서 또다시 이런 저런 기준 미달로 허가 신청이 반려되는 일이 발생한다.

어느 날 황녹색씨는 공사 현장에서, ‘용감리씨는 자격증 있는 건축사가 아니고 그래서 설계대로 공사해도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라는 소문을 듣게 된다. 당장 ‘건축사 사무실 예쁜집’을 찾아 간 황녹색씨, 용감리 대표로부터 “아, ‘건축사 사무실 예쁜 집’본사는 강남에 있고, 강남 본사의 대표는 당연히 자격증을 가진 건축사이십니다. 제가 언제 저를 건축사라고 소개 한 적은 없지 않습니까. 원하신다면 우리 건축사님을 직접 만나게 해 드리지요.”라는 답변을 듣게 된다. 그제서야 용감리씨가 처음만나던 날 황녹색씨에게 주었던 명함을 살펴보니 ‘건축사 사무실 예쁜집, 분점 대표 용감리’라고 적혀 있는 것이 아닌가. 길고 긴 사연 끝에 공사가 끝나갈 무렵에야 ‘건축사 사무실 예쁜집’ 본사의 대표 건축사 오진짜씨를 만나게 된 황녹색씨. 비장한 어조로 말한다. “진짜 유기농 음식을 대접하려고 짓는 집을 가짜 건축사님이 지으셨군요. 용감리 대표보다 오진짜 건축사님이 더 원망스럽습니다. 오진짜 건축사님이 제가 입은 손해를 다 배상해 주시고, 저와 같은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형사 처벌도 받았으면 좋겠어요.”

이야기 속 법률

1. 건축사법상의 금지 및 처벌 규정 

건축사법 제 4조는 [①「건축법」 제23조제1항의 규정에 의한 건축물의 건축등을 위한 설계는 건축사가 아니면 이를 할 수 없다. ②건축법 제25조제1항의 규정에 의하여 건축사를 공사감리자로 지정하는 건축물의 건축등에 대한 공사감리는 건축사가 아니면 이를 할 수 없다.]라고 하여 일정한 경우 건축사가 아닌 자의 건축설계 업무를 금지하고 있고, 이와 관련하여 제10조는 [건축사는 타인에게 자기의 성명을 사용하여 제19조의 규정에 의한 업무를 행하게 하거나 자격증 또는 자격수첩을 대여하거나 부당하게 이를 행사하여서는 아니된다.]라는 건축사의 의무를 정하고 있습니다

(제 19조의 규정에 의한 건축사의 업무 - 1.건축물의 설계와 공사감리에 관한 업무, 2. 건축물의 조사 또는 감정에 관한 사항, 3. 건축물의 현장조사·검사 및 확인에 관한 사항, 4. 이 법 또는 건축법과 이 법 또는 건축법의 규정에 의한 명령이나 기준등에서 건축사의 업무로 규정한 사항, 5. 기타 다른 법령에서 건축사의 업무로 규정한 사항). 그리고 같은 법 제39조에서 위 제4조 및 제10조에 위반한 경우 1년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건축사가 아닌 용감리씨가 독자적, 실질적으로 건축설계나 감리 업무를 수행했다면 건축사법 제4조 위반입니다. 이러한 행위를 분사무소 명칭 사용 등의 방법으로 지시·묵인한 오진짜 건축사는 건축사법 제10조 위반으로 처벌받게 될 것입니다.

2. 명의대여자의 연대 책임
 
설계 잘못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비 등 손해에 대해 황녹색씨는 용감리씨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용감리씨가 자격증 없이 법상 금지된 업무를 했다는 점에서 용감리씨의 과실이 보다 쉽게 인정될 것입니다. 한편 용감리씨에게 ‘건축사 사무실 예쁜집’이라는 상호를 사용하게 하고, 더불어 분점대표라는 직함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건축사 자격에 대한 오해까지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건축사 사무실 예쁜집’ 본점 대표인 오진짜 건축사 역시 용감리씨와의 연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3. 소송상 감정 비용의 처리  

소송과정에서 구체적인 손해배상액에 다툼이 있다면, 법원에 하자감정신청을 할 수 있고 이 경우 법원이 지정한 감정사에 의한 하자 감정이 이루어지게 됩니다. 감정료는 건물의 규모, 하자의 종류 등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까지 소요될 수 있습니다. 황녹색씨가 용감리씨 및 오진짜씨를 공동 피고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면, 하자감정을 신청하는 황녹색씨가 먼저 감정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그 후 황녹색씨가 소송에서 승소하면, ‘소송비용은 피고들이 부담한다’는 판결 주문에 따라 피고들에게 감정료를 포함한 소송비용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