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인의 기대와 설레임을 몰고온 베이징 올림픽이 이제 막을 내렸다. 도시는 이러한 올림픽을 계기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우리도 그렇고, 중국도 그러하다. 우리가 일본에 가면 거리가 참으로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일본의 경우도 19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도시가 탈바꿈했다. 도쿄시는 올림픽 개최 5년 전부터 거국적인 행사 준비를 했다. 경기장 시설과 선수촌 건설, 신간선과 고속도로 개통, 호텔 신축, 아름다운 거리 만들기에 심혈을 기울였던 것이다. 

아름다운 도시를 디자인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인내도 필요하다. “올림픽을 위해서 모든 불편을 감수하고 협조하자”는 도쿄 시민들의 인내심도 아름다운 도시 디자인에 한 몫을 했다고 한다. 
미국의 도시계획 학자인 ‘조나단 바넷(Jonathan Barnett)’ 교수는 “서양 문명에서도 아름다운 도시를 디자인하려는 여러 가지의 시도와 비교적 그런 도시를 어렵게 만드는 복잡한 사회적·경제적 요소들 사이에서 오랫동안 대립과 충돌을 계속해 왔다”고 했다. 그리고 “도시 디자인은 사회적 개혁이라는 유토피아적 기대에 근거를 두면서, 그 개념은 그 시대에 현존하는 여러 가지 문제를 현실적으로 치유하고 부분적으로 수행하며 계속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했다. 

‘조나단’ 교수는 또 현대도시의 거대화를 거론하면서 “도쿄, 요코하마, 오사카 등이 일본의 거대도시다”고 했다. 서울, 부산 등도 이 도시들과 맞먹는 거대도시다. 그러나 외형적인 거대화는 비슷할지라도 도시의 디자인에 있어서는 뒤져있다.

일본의 거대도시 도쿄에는 비교적 잘 디자인된 긴자(銀座) 거리가 있다. 이 긴자는 메이지 시대 때부터 유행의 중심지가 되었다. 일본인들이 서양식 신사복을 입기 시작한 것은 1870년이며, 가죽구두도 이때부터 신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리고 등불 대신에 가스등이 거리에 켜진 것도 1872년이며, 긴자 거리에 서양식 벽돌건물이 들어선 것도 그 때라고 한다. 어찌했던 긴자는 전통과 패션이 조화를 이루는 곳이기도 하다.

긴자는 1초메(丁目)에서 부터 8초메(丁目)에 이르기 까지 백화점과 쇼핑 몰, 전문점들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형태는 메이지 중기서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고 한다. 수 십 년 아니 수 백 년을 이어오는 시니세(老鋪: 오래된 전통 가게)와 현대적인 패션 전문점들이 공존하고 있다. 귀금속의 ‘와코(和光)’, 양복의 도야(田屋), 진주의 ‘미키모토’, 양갱의 ‘도라(虎屋)’, 문구의 ‘이토야(伊東屋)’, 안경의 ‘마쓰시마(松島)’, 포목의 ‘에치고야(越後屋)’ 등의 시니세(老鋪)는 시대를 주름잡아 온 전문점들이다. 이 뿐만 아니다. 긴자에는 유명 기업체들의 쇼룸이 많다. 전자 제품, 자동차, 휴대폰, 화장품들의 신제품들이 앞을 다투어 선보이고 있으며, 세계적인 명화가 즐비한 화랑 가이기도 하다.

우리의 거대도시 서울에도 전통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는 거리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긴자에 필적할 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다. 이유인 즉 전통을 지키기 보다는 새로운 것을 찾으려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일 것이다.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 할지라도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을 무시하고서는 존립할 수가 없다.
요즈음 우리도 신도시 건설을 위해 온 힘을 쏟고 있다. 조급한 마음으로 서두르지 말고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기념비적인 도시(The Monumental City)’를 디자인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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