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112에 신고하고 가해자로 조사받다             

키 188㎝에 몸무게 100kg의 장위풍씨.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저녁을 먹고 술자리를 한 후 거하게 취하여 택시를 탔는데... “상계동요~” 목적지를 말하고 깜박 잠이 들었다. 눈을 떠보니 그 사이 택시가 지름길로 가지 않고 멀리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다. “아니, 기사 아저씨 이거 일부러 빙빙 돌아 온 것 아닙니까” “아니 여태 아무소리 없다가 목적지 다 와서 무슨 트집이요, 택시비 안 내려고 시비 거는 거 아니야?” 두 사람은 모두 택시에서 내려 실랑이를 벌이고, 장위풍씨는 “좋아요, 그럼 그 거리에서 택시요금이 제대로 나온 건지 경찰에 가서 따져 보자구요” 하고 들고 있던 휴대폰으로 112에 신고를 한다.  

가까운 경찰서로 간 장위풍씨. 그러나 “아니 글쎄 이 손님이 술에 취해 목적지를 제대로 말하지 못해 힘들게 집 앞까지 모셔다 드렸더니, 이제 와서 택시비가 많니 어쩌니 하며, 글쎄 내 멱살을 잡고 흔들더니 이 큰 덩치로 나를 치려고 했다니까요” 라는 기사의 말에 폭행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된다.

2. 20년전의 벌금 전과

장위풍씨는 억울한 마음으로 경찰서를 오가며 조사를 받는데, “장위풍씨, 예전에도 다른 사람 폭행해서 문제된 적 있지 않나요?”라는 경찰관의 질문에 “전 몸집이 있어서 평소에 더 조심하면서 사는 사람입니다. 폭행이라니요. 절대 그런 일 없습니다.”라고 자신 있게 대답한다. “에이, 폭행으로 벌금 낸 전과가 다 기록에 나오는데 그러세요?, 1988년에 벌금 20만원 낸 적 있네” 다시 기억을 더듬어 보니, 20대 초반 철없을 때 동네 불량배들이랑 주먹 싸움했던 적이 딱 한 번 있긴 있었다. 그때 합의금 조금만 주면 고소 취하하고 없었던 일이 될 수도 있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끝까지 합의하지 않았고 결국 벌금을 냈던 것이다. “아니, 제가 지금 중학생 다니는 딸이 있는데 20대 때 주먹질해서 벌금 낸 전과가 아직도 남아있다는 겁니까? 20년 세월이 지났으면 전과 기록 없앨 방법은 없는 건가요?”     

이야기 속 법률

1.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전과자의 정상적인 사회복귀를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제정된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수형인이 자격정지 이상의 형을 받음이 없이 형의 집행을 종료하거나 그 집행이 면제된 날부터 1)3년을 초과하는 징역·금고는 10년, 2)3년 이하의 징역·금고는 5년, 3)벌금은 2년의 기간이 경과하면 별도의 재판을 받을 필요 없이 자동적으로 형이 실효됩니다(제 7조). 따라서 위 해당 기간이 경과하면 전과로 인한 여러 가지 자격 제한은 적용받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2. 형의 실효시에도 삭제되지 않는 범죄경력자료 

한편  ’범죄경력자료’란 1)벌금 이상의 형의 선고·면제 및 선고유예, 2)보호감호, 치료감호, 보호관찰, 3)선고유예의 실효, 4)집행유예의 취소, 5)벌금 이상의 형과 함께 부과된 몰수·추징·사회봉사명령·수강명령 등의 선고 또는 처분에 관한 자료를 말하는데, 형이 실효되어도 범죄경력자료는 삭제되지 않습니다.

3. 폭행죄에서 피해자와의 합의의 의미  

상대방의 멱살을 잡거나, 뺨을 때렸으나 몇 주 이상의 진단이 나올 정도의 상해에는 이르지 않은 단순 폭행은,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입니다. 즉 피해자가 ‘가해자가 처벌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라고 한다면, ‘공소권 없음 결정’으로 수사를 종결하게 되는 것입니다. 폭행이 야간에 이루어진 경우라도 2인 이상이 공동하거나 흉기를 휴대한 경우가 아니고 1인의 단순 폭행이라면, 역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 형량을 정하는 데 참작하는 정도가 아니라 수사 및 처벌 자체를 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범죄와 비교하여 폭행죄에서 합의의 중요성은 훨씬 크다 할 것입니다.

4. 벌금 전과 추가 여부의 기로에서     

장위풍씨의 20년 전 벌금 전과는 그 형이 실효되었으므로 장위풍씨가 이로 인하여 법률상 불이익을 당할 여지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한 번 기록된 범죄경력자료는 형이 실효되어도, 일반 사면 또는 특별사면이 있어도 삭제되지 않으므로 장위풍씨의 사망시까지 존속할 것입니다.  또다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 위반으로 벌금 전과를 추가하게 될 위기에 처한 장위풍씨는 검찰단계에서 무혐의 결정 또는 형사 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기 위하여 주변 목격자의 진술을 확보하는 등의 방법으로 택시 기사님을 폭행한 사실이 없다는 점을 밝혀야 할 것입니다. 다만 그 전에 택시 기사님과 원만히 합의하여 합의서등이 수사기관에 제출된다면 실제 장위풍씨가 폭행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더 이상 수사하지 않고 공소권 없음 결정으로 수사는 종결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