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공사에서 가장 중요하고 어려운 것을 꼽는다면 발주처로 부터 받는 준공증명서다. 시공회사가 준공검사를 마치면, 준공 검사필증을 받고 시설물을 발주처에 인계해야 비로소 건설공사 업무가 종료된다. 이를 통상 준공필증(竣工畢證)이라고 하는데, 우리 건설업체들이 중동에서 공사를 완료하고도 이 증명서를 못 받아 현장을 철수하지 못했던 경우가 허다했다.

필자는 샤리프수상이 탄 버스를 따라 수 백 대, 아니 수 천 대의 차량이 뒤를 따르면서 환호하던 모습을 바라보면서, 깊은 수심에 빠졌다. 급하게 준공행사를 치르게 되었지만, 이 고속도로가 준공검사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준공검사를 받으면 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았다. 이토록 들끓는 국민들의 환호를 보면서 '통행을 중단시키고 준공검사를 받는다'는 것은 여론의 뭇매를 맞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서남아시아의 주역이 되는 미래를 향한 고속도로'라고 대국민 홍보를 했으며 파키스탄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에 중계된 새 도로에 '통행금지'의 차단기가 설치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었다. 필자는 이러한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하는 묘안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1997년 11월 26일 오후 두 시 경. 필자는 자신감이 넘치고 강한 어조로 연설을 마치고 도로변에 운집한 군중들의 환호에 답하면서 차에 오르는 샤리프 수상에게 다가갔다.
"수상님! 모터웨이 개통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샤리프 수상은 상기된 얼굴로 "아! 대우의 직원들이 너무나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감사를 드려야 합니다"고 대답했다.
필자는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대단히 죄송하지만' 내일부터 차량 통행을 중단시켜야 하겠습니다."
버스 안은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고,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샤리프 수상의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물론이고 버스에 탑승했던 각료와 도로공사(NHA) 간부들의 날카로운 시선이 모두 필자를 향했다.
 "저희들은 수상께서 정해주신 준공날짜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으며, 그 공사가 오늘 아침에 끝났습니다. 그러나 이 고속도로를 귀국의 정부에 인계하려면 도로공사(NHA)가 발부한 준공필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득이 도로통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수상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을 하다가 도로공사 사장을 불렀다. "도로가 이미 개통을 했으니 준공조치를 해도 좋을 듯합니다" 이는 '준공필증을 즉시 발급하라'는 수상의 암시이기도 했다. "네. 알겠습니다" 도로공사 사장의 간단명료한 답변이었다. 버스 안의 긴장감은 삽시간에 풀렸다. 필자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통상 준공필증은 엄격한 준공검사를 마치고서야 발급한다. 빠른 경우가 6개월 정도에 발급되지만, 발주처의 사정에 따라 2년이 지나도 준공필증을 발급해주지 않는 현장도 있다. 파키스탄 고속도로는 사실상 준공식 당일에 준공필증을 받게 되는 신기록을 세웠다. 아마도 국내외 건설사상 최초의 일일 것이다. 

샤리프 수상의 이러한 결정은 어떻게 나왔을까? 그것은 다름 아닌 시공회사에 대한 신뢰의 표시다. 다섯 차례나 정권이 바뀐 정치적인 혼란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공사를 수행했으며, 자신이 재집권하여 요구한 조기 준공의 약속을 완벽하게 지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신의는 공사품질에 대한 신뢰도로 이어졌다. 필자 회사 역시 수상의 배려에 보답하는 뜻에서 1년 동안 후속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고 나면 여러 가지의 혜택이 자연스럽게 자기의 곁으로 다가 온다는 것을 고속도로 공사를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