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믿고 체결한 보험계약         

자식 없이 혼자 사는 돌여주 할머니, 10년간 아파트 청소를 해 5000만원을 모았다. 이제는 나이 70세가 되어 더 이상 청소 일을 할 수가 없다. 동사무소에서 기초생활보장급여 신청을 하면 나라에서 돈이 나오기에 신청해 월 32만원씩을 받게 됐다. 

돌여주 할머니의 이웃에 살며 돌여주 할머니의 사정을 잘 아는 동보엄씨, “할머니, 제가 이번에 보험회사에 취직했는데 그 돈 5000만원을 우리 회사에 맡기면 어때요? 할머니 돌아가실 때까지 매달 이자조로 30만원씩 주고 돌아가시면 사망보험금도 있어요. 조카가 사망보험금 받아서 할머니 장례 치러 주면 되잖아요” 이 말을 들은 돌여주 할머니, ‘나라에서 32만원씩 나오고, 보험회사에서 이자 30만원씩 나오면 한달에 60만원이 넘네. 그거면 죽을 때까지 남한테 신세 안지고 살 수는 있겠구나’ 라고 생각하고 5000만원을 들고 동보엄씨를 따라 보험회사로 간다. 

동보엄씨가 서류를 내밀며 도장을 찍으라고 하는데, 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돌여주 할머니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동보엄씨, “제가 말했잖아요. 할머니 살아계실 동안 평생 월30만원씩 나오니까 5000만원에 대한 이자라 생각하고 받으시면 된다니까요. 그 내용이니까 저를 믿고 여기 도장 찍으시면 됩니다”라며 돌여주 할머니의 도장을 받아 간다.

2. 보험료를 돌려 다오 

  한 달 후 돌여주 할머니는 보험회사로부터 받은 보험증권을 조카 나화나씨에게 보여준다. 보험증권을 살펴보니 돌여주 할머니가 체결한 보험계약의 내용은 ‘일시불로 5000만원의 보험료를 납입한 후 사망 시까지 월 30만원 상당의 연금을 받고 사망할 경우 사망보험금 500만원을 지급받는 것’이었다. 동보엄씨는 ‘5000만원에 대한 이자’라고 했으나 실상은 원금 보장이 되는 것이 아니라 사망보험금 500만원만 남게 되는 것이었다. 

이자율을 고려할 때 돌여주 할머니가 90세까지 20년간 살면서 월 30만원씩을 받아야 겨우 원금 5000만원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 약 8년 전 국내 모 보험회사에서 잠시 이러한 보험 상품을 판매한 사실이 있음) 

“이자를 받는다는 것은 당연히 나중에 원금을 받는다는 것인데... 그리고 나 죽으면 500만원만 나온다는 말은 들은 적도 없어. 당연히 5000만원이 나오는줄 알았지” 동보엄씨에게 속은 것을 안 돌여주 할머니를 모시고 나화나씨는 보험회사를 찾아가 강력히 항의하며 5000만원을 돌려 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보험회사 직원은 “지금 해약하시면 해약환급금은 5000만원의 절반도 안 됩니다. 

2500만원 손해보고 해약하시겠어요? 그냥 할머니 오래 오래 사시면 그만큼 돈을 많이 받으시는 거니까 보험은 남겨 놓으시고 건강하게 오래 사세요.”라고 말한다. 10년간 일해서 모은 돈 5000만원인데 한달만에 2500만원을 손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돌여주 할머니와 조카 나화나씨는 쓸쓸히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3. 생계비마저 삭감

그런데 1년 뒤 동사무소에서 연락이 왔다. 돌여주 할머니가 보험연금으로 월 30만원을 받고 있으니 생계비 지원에서 그만큼의 액수가 공제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돌여주 할머니가 보험회사에서 지급받는 연금은 받으나 마나 하는 돈이 되는 것이다. 다시 동보엄씨를 찾았으나 동보엄씨는 이미 보험회사를 그만두고 연락처마저 알 수가 없다. 고생해 모은 큰 돈을 이렇듯 허망하게 잃어버린 돌여주 할머니는 그만 앓아눕고 마는데....

이야기속 법률

1. 15일 이내의 철회권 및 3월 이내의 취소권
보험계약자는 청약을 한 날 또는 제1회 보험료를 납입한 날부터 15일 이내에 그 청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 청약의 철회는 사유에 제한이 없습니다. 보험계약 체결한 것이 후회되거나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을 경우에도 15일 이내라면 얼마든지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습니다. 

보험회사는 계약자의 청약철회 신청을 접수한 경우 지체없이 이미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드립니다. 또한 보험료 반환이 지체된 기간에 대해서는 이 계약의 보험계약대출 이율을 연단위 복리로 계산한 금액을 더해서 지급해야 합니다(생명보험 표준약관 제2조)

또한 1)보험회사가 약관 및 청약서 부본을 계약자에게 전달하지 않았거나 2)약관의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을 때 또는 3)계약체결시 계약자가 청약서에 자필서명을 하지 않았을 때에는 계약자는 청약일부터 3개월 이내에 계약을 취소할 수 있습니다.  

돌여주 할머니와 조카 나화나씨는 보험료를 납입한 날로부터 한 달 후에 보험회사를 찾아갔으므로 15일이라는 청약 철회 기간은 이미 도과했습니다. 다만, 아직 3개월이 지나지 않았으므로 보험모집인인 동보엄씨가 약관 및 청약서 부본을 주지 않았거나 약관의 중요 내용을 설명하지 않았음을 이유로 계약을 취소할 수는 있을 것입니다.

2. 보험모집인의 잘못에 대한 보험회사의 책임

 다만 보험회사는 계약과 관련해 임직원, 보험설계사 및 대리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해 발생되는 손해에 대해서는 관계법규 등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합니다.(생명보험 표준약관 제37조) 민법 역시 “타인을 사용해 어느 사무에 종사하게 한 자는 피용자가 그 사무집행에 관해 제삼자에게 가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민법 제756조 사용자의 배상책임).

보험설계사로서 보험회사 소속 피용자인 동보엄씨는 보험계약 내용, 즉 보험료가 일시납으로 납입되는 순간 원금보장은 되지 않고 해약환급금만 받을 수 있을 뿐이며, 사망보험금은 500만원이라는 내용을 제대로 알려 주지 않고 사실상 돌여주 할머니를 속여 보험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따라서 돌여주 할머니는 민법에 따라 사기를 이유로 보험계약을 취소한 후 보험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5000만원에서 1년간 지급받은 연금을 공제한 금액 상당)을 청구할 수 있고 보험회사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