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생 할아버지가 농지를 임대했다.
할아버지에게 차임을 주고 농지를 임차한 임차인이 할아버지의 땅을 개조해서 고물상 부지로 사용했다.
농지법상, 이 경우 실제 농지를 불법 사용한 임차인 뿐만 아니라 농지의 소유자도 처벌받게 된다.
할아버지는 땅의 소유자로서 벌금 2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고, 벌금이 너무 많으니 감해달라는 차원에서 정식재판을 청구했다. 할아버지는 귀가 잘 안 들려서 재판장님이 무슨 질문을 할 때마다 ‘예?, 에?’ 라며 두세 번 되물었고, 온 몸을 앞으로 기울이고 양손으로 귀를 앞으로 접어서야 겨우 알아들을 수 있었다.
변호인의 피고인 신문 역시 힘들게 이어졌고, 드디어 마지막으로 변호인이 물었다.
“피고인은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행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지요”, “예? 뭐라고요?”, “피고인, 이제, 앞으로는, 농지, 임대해서, 다른 용도로, 쓰게 하지, 않을 거지요?” 그러자 할아버지 몹시 곤란한 듯 작은 목소리로, “글쎄 그게, 그러면 좋은데,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앞으로 안한다고 말을 하기가 좀 어렵네요”하는데, 피고인의 너무나 솔직한 대답에 변호인은 웃지도 울지도 못했다.

형법 제347조에서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형법 제307조에서 명예훼손죄는 2년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각 해당 법조문상 정해 놓은 형벌의 범위를 법정형이라고 합니다. 사기죄의 법정형이 명예훼손죄의 법정형보다 높은 것을 알 수 있는데, 실제 사기죄가 일반적으로 명예훼손죄보다 무거운 범죄로 인식되고 있지요.
한편, 사기죄라는 동일한 죄명으로 재판을 받더라도 어떤 피고인은 징역 1년을, 다른 피고인은 징역 2년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법정형을 가중 또는 감경한 범위 내에서 최종적으로 당해 피고인에게 선고하는 형을 선고형이라 합니다.
위와 같이 법률에 의해 미리 정하여 놓은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법관이 구체적 선고형을 정하는 과정을 ‘양형’이라 하는데, 형법 제51조는 양형에서 참작해야 할 사항으로 1)범인의 연령, 성행, 지능과 환경, 2)피해자에 대한 관계, 3)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4)범행 후의 정황 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법정형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낮은 선고형을 구하고자 하는 변호인으로서는, 피고인 신문 마지막 즈음에 으레 “피고인은 이번 일을 깊이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을 행하지 않을 것을 다짐하지요?”라고 물어‘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향후 재범의 위험성이 없음(양형의 조건 중 범행 후의 정황)’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위에서 농지법 위반으로 형사 법정에 선 할아버지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이번에 선처해 주더라도 다시 농지를 임대해 불법 사용케 할 수 밖에 없다’는 취지로 대답함으로써 스스로 양형에 불리한 진술을 한 것입니다.
실제 위 사건에서는 할아버지는 또다시 농지법 위반 행위를 하면 더 무거운 형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재판장님의 설명을 들은 후, 목구멍이 포도청이란 말을 번복해 추후 농지 불법사용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재판을 마쳤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