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의 인류 역사를 통해서 보더라도 인간은 건설업을 떠나서 살 수 없다. 건설업은 인간이 삶을 영위하는데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업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설업을 시장구조적 측면에서 보면 수주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건축물이나 구조물을 발주하는 사람으로부터 주문을 받아서 이를 완성하여 인도하는 업종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건설업은 공사 발주자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업종의 한계성을 지니고 있다. 건설업이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민감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업종의 특성상 이를 피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민간 건설이 활성화되고 레져·오락 산업 등의 활성화로, 건설업체 자신이 발주 주체가 되어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여 완성물을 판매하는 형태로 변모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체 자신이 기업문화나 브랜드의 인지도를 높여가면서 소비자에게 가까이 다가가려는 일에 정성을 쏟고 있다. 최근 들어 이러한 노력들이 눈에 띄게 달라 진 것은 참으로 바람직한 일이다. 이는 곧, 건설업의 선진화와 미래를 향한 초석이기 때문이다.

“건설은 파괴의 연속이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다”고 하는 건설업이 ‘스스로 창조한 유(有)’를 수시로 때려 부수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건설업 스스로가 자기 부정을 하는 것일까? 그것은 결코 아니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사업이 파괴의 좋은 예이지만, 청계천의 경우가 더욱 실감나는 파괴사례다. 흉물스러운 고가도로를 날려버린 청계천은 서울시민이 한마음 한뜻이 되어 ‘갈등과 불편’을 견뎌냄으로써 새롭게 탄생시킨 ‘파괴의 성공사례‘라 할 수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힘차게 흐르는 도시를 잠에서 깨어나게 했다.

미국의 로드스트럼(W.H Roadstrum) 교수는 ‘새로운 사고의 엔지니어 성공학’에서 “공학은 근본적으로 변화를 의미한다. 공학은 인간에게 필요한 물건을 만드는데 있어서의 개량된 방법을 의미한다. 공학은 더 좋은 상품을 더 적은 노력을 가지고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방법을 추구한다”고 했다. 이러한 것을 보더라도 건설업은 시대상황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건설업이 역동적인 업종이라는 것을 대변하기도 하며, 건설인의 사명감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말해 주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역동적이고 변화무쌍한 건설업과 함께 평생을 살아왔다. 그래서 필자를 ‘건설인’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필자는 주로 대우건설에서 많은 세월동안 일해 왔지만, 이런저런 인연으로 은행원 생활도 했고, 작은 회사를 직접 경영하기도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1959년부터 시작된 건설인으로서의 삶이 어언 50년이나 된 셈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50년 건설인생은 참으로 많은 사연들을 내재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개인적인 사연들은 뒤로 하고 주로 현장에서 겪은 일을 중심으로 서술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