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과 함께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살던 선희씨와 유식씨. 어느날 5촌 당숙이 유식씨와 저녁식사를 하자는데... “이번에 기계를 새로 구입하게 되었어. 시설자금대출이 필요하게 되었는데 형식상 연대입보가 필요하다네. 자네가 우리 회사 등기 이사니 연대보증 좀 부탁하네. 어차피 기계에 양도담보를 설정하니 연대보증은 큰 의미가 없어. 자네도 알지 않나?” “하하 저도 알지요. 제가 그동안 당숙께 신세진 게 얼마인데 그 정도도 못하겠어요? 필요한 서류가 있으면 말씀만 하세요, 제가 빠짐 없이 준비해서 은행으로 가겠습니다” 이렇게 보증을 선 회사가 갑자기 부도를 맞고, 그 사이 기계마저 사라져 유식씨는 금융권에 엄청난 채무를 지게 되었다.

‘이제 아내와 공동명의로 되어 있는 이 집에도 곧 경매가 진행되겠지…’ 고민 끝에 유식씨 아내 선희씨에게 협의이혼 서류를 내민다.

1. 다른 목적 때문에 한 이혼 신고라도 유효
협의이혼에 있어 이혼의사는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의사’를 말합니다. 따라서 일시적으로나마 법률상 부부관계를 해소하려는 당사자간의 합의가 있었고, 그에 따라 협의이혼신고가 된 이상, 협의 이혼에 채무 수습·한쪽 배우자의 재산 보전 등 다른 목적이 있더라도 양자간에 이혼의사 자체가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선희씨와 유식씨 부부와 같이, 채무가 수습되면 재혼인 하기로 약속하고, 협의이혼 신고 후 별거를 하였다면 이혼은 일응 유효하다고 하겠습니다. 협의이혼은 민법 제826조에 의하여 양당사자가 가정법원에 직접 출두하고 이혼 의사의 확인을 받은 후, 신고함으로써 이루어집니다. 

‘법원에 의한 이혼 의사 확인 절차’를 거친다는 점에서, 이러한 법원의 관여 없이 증인 2인의 연서를 받아 신고함으로써만 그 효력이 생기는 ‘혼인절차(민법 제812조)’와 차이가 있는 것입니다. 혼인·이혼 모두 한 번 이루어진 신고를 무효로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같겠지만, 혼인이 무효로 되는 예는 있어도 협의이혼이 무효로 되는 예는 극히 드물다고 보시면 됩니다.

2. 사기로 인한 이혼 취소는 3개월 이내에
사기 또는 강박으로 인한 이혼은 취소할 수 있습니다. 단, 이 경우 본인의 이혼이 사기로 인한 이혼, 즉 속아서 한 이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이혼 취소의 소를 제기하여야 합니다. 3개월을 지나 100일동안 울기만 한 선희씨는 기간 도과로 이제 더 이상 이혼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없고, 이혼의 효력을 다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유식씨를 찾아올 방법은, 유식씨와 합의 하에 다시 혼인신고(재결합) 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3. 혼인의 신성함에 관하여
재산문제, 행정상 혜택 등을 위하여 ‘실제 부부의 연을 영원히 끊고자 하는 마음은 없지만’ 협의이혼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상적 인지 기능을 가진 성년으로서 법원에 출석하여 ‘이혼의 의사 확인절차’까지 거친 후 협의이혼 신고를 하였다면, 나중에 후회된다 하더라도 이것을 무효로 만들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다른 목적을 위한 협의이혼이란, ‘임시로 협의이혼 신고만 하고, 3개월 후 다시 혼인신고 하면 된다’는 유식씨의 말처럼 쉽고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가족에게 닥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하여 혼인을 깨뜨리는 방법을 선택하였다는 점에서 이미 두 사람 사이에 불신이 시작된 것이고, 이혼 후 다시 혼인신고를 하기까지 3개월이라는 짧고도 긴 시간 동안 우리 인생에는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