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한국가정법률 상담소 인천지부 법률구조위원
前 인천지방법원 협의이혼 숙려기간제도 상담위원

- 간통, 이혼, 그리고 재산분할 -

1. 진구씨는 누구의 남편인가
초등학교 5학년때, 같은 반 친구인 이슬이를 좋아해 맛있는 건 무조건 학교로 가져 와 이슬이 책상 서랍 속에 몰래 넣어 두었던 진구씨. 이슬이와 결혼하고 싶다던 진구씨의 꿈은 현실이 되어 진구씨는 이슬씨를 아내로 맞아 작은 전셋집에서 신혼 살림을 시작하였고 지금은 1남 2녀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러나 이슬씨와 진구씨의 30년 결혼 생활은 행복하지 않았다.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도라라는 아가씨를 만난 진구씨는 그 옛날 초등학생인 이슬이에게 그랬듯 도라씨를 데리고 전국의 맛집이라는 맛집은 다 다녔고, 하루 이틀 외박이 늘어나더니 결국 이슬씨가 아닌 도라씨와 사실상 부부로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이슬씨는 식당을 운영하며 홀로 3남매를 키워 모두 출가시켰고, 지금은 이슬씨 명의의 아파트도 한 채 장만하여 주말이면 이슬씨가 혼자 지내는 아파트에 자녀들이 손자 손녀를 데리고 놀러 오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살고 있다.
진구씨는 명절에나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자녀들의 결혼식장에서는 물론 진구씨가 아이들의 아버지이자 이슬씨의 남편 역할을 하였으나 이제 자녀들마저 모두 출가하였으니 더 이상 진구씨 얼굴을 볼 일도 없을 것이다. 실상 이슬씨 스스로 ‘나는 남편이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 한 지 오래이다.    

2. 유구무언 진구씨가 이혼을 요구하다니
'딩동, 딩동' 화창한 토요일 오후, 이슬씨의 아파트 초인종이 울린다. ‘오늘은 손녀도 유치원 행사가 있어 못 온다고 했는데, 누가 왔나?’ 하고 문을 열어 보니, 이제 환갑이 다 되어 한편 초라해 보이기도 하는 진구씨가 귤 한 봉지를 손에 들고 문 앞에 서 있다.
진구씨가 어렵게 꺼낸 말, ‘서류 정리를 좀 해 주었으면 해. 이제 아이들도 모두 결혼했으니 우리가 이혼한다 한들 아이들 혼사 막을 일도 없을 것이고. 도라씨도 지금까지 기다려 주지 않았소’   
남편이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막상 이혼하자는 말을 들으니 이슬씨, 섭섭하고 화나고 이성을 잃을 지경이다. ‘아니, 난 절대 이혼 못해요. 내가 그동안 봐 줘서 그렇지 당신들 두 사람 같이 사는 것 자체가 범죄야. 간통이라구. 그쪽이 이혼 요구를 안 하고 기다려 준 게 아니라 내가 간통고소를 안 하고 기다려 준거였다구요. 당장 내 집에서 나가’  
 
3. 30년 외도를 간통으로 고소하다
그 다음날 이슬씨로부터 자초지정을 들은 큰 딸 미니, ‘엄마, 그러지 말고 지금이라도 아버지를 간통으로 고소합시다. 아버지 없는 자식으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받은 고통을 아버지도 아셔야 해.’라고 말하며 이슬씨에게 형사 고소를 권하게 되고, 이슬씨 가까운 경찰서로 걸음을 옮긴다.
간통 고소를 위해 왔다는 말에, 담당 형사님이 물어보시길 ‘이혼 소송을 제기하셨나요?’
그제서야 간통 고소를 위해 이혼 소송 제기가 선행되어야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슬씨, ‘그래, 이혼을 원하니 이혼은 해 주지요. 그렇지만 간통으로 콩밥은 꼭 드셔야겠어요.’ 라는 각오로 법원에 이혼 소장을 접수하고, 경찰서에 정식으로 간통 고소장을 제출하였다.
이렇게 해서 간통죄 피의자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에 소환된 진구씨와 도라씨. 진구씨가 이슬씨와 혼인한 유부남인 사실, 도라씨는 진구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진구씨와 동거하며 부부행세를 하여 온 사실을 모두 자백하고 다만 진구씨의 건강이 많이 나빠져 최근 몇 년 동안 투병생활 중이니 선처하여 달라는 말도 덧붙였다.
이 때 ‘그럼 와병 중이신데 성생활은 가능한가요?’라는 조사관의 질문에,  ‘에고, 당연히 못하지요. 우리 두 사람 한 집에서 살고는 있지만 이불 따로 펴고 잔 것이 벌써 한 삼년 되었습니다’라는 진구씨의 대답.
진구씨는 삼십년간 외도하였다.  그 중 최근 삼년간 건강상의 이유로 실질적 성관계만이 없었다는 것이 진구씨를 간통죄로 처벌하는데 장애가 될 수 있을까?

4. 재산분할
한편 이슬씨가 제기한 이혼소송에서, 진구씨는 이혼과 함께 재산분할로써 이슬씨 명의의 아파트 시가 1/2에 해당하는 돈을 달라는 반소를 제기하였다.
시댁에서 마련해 준 전세금으로 신혼집을 구하였고, 진구씨가 미안한 마음에 마련해 준 목돈으로 조그마한 식당을 개업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진구씨는 도라씨와 살면서 한 번도 이슬씨에게 생활비를 준 적이 없고, 지금 있는 아파트도 이슬씨가 투자 가치를 보고 매수하여 시가가 많이 오른 것인데, ‘종자돈’을 투자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제 와서 재산분할이라니, 30년간 외도한 사람이 반성은 커녕 재산분할이라니... 이런 저런 생각에 이슬씨 눈물이 핑 돈다.

5. 이야기 속 법률 찾기
(1)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권
옷 한 벌을 사더라도 아무런 이유 없는 환불은 쉽지가 않지요. 결혼은 신성한 약속입니다. 따라서 쌍방 당사자가 합의한 협의 이혼이 아니라면, 배우자가 부정한 행위를 하였거나 배우자의 생사가 3년 이상 불명한 경우 등 법이 정한 일정한 사유가 있는 때에만 재판을 통하여 강제 이혼을 할 수 있습니다.  
혼자 식당을 운영하며 3남매를 훌륭히 키워 온 이슬씨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즉 진구씨가 이슬씨에게 지적할 만한 법정 이혼 사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스스로 잘못을 한 유책배우자에게는 먼저 상대방에게 이혼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이슬씨가 협의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면, 진구씨로서는 재판상 이혼 소송을 제기한다 하더라도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로서 법정 이혼 사유가 없으므로 이혼 판결을 받기 어렵습니다.

(2) 6개월의 간통 고소 기간
간통죄를 포함한 친고죄에서 ‘고소는 범인을 알게 된 날로부터 6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는 6개월의 고소 기간이 있습니다. 즉 이슬씨는 진구씨와 도라씨의 간통사실을 안 때로부터 6월 이내에 고소를 하였어야 하고, 간통이 수십년 동안 계속되었다면 이슬씨가 고소한 때로부터 6개월 이내에 행하여진 간통만 처벌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진구씨는 건강상의 이유로 최근 몇 년간 성생활을 할 수 없었고, 3년 전에 일어난 간통에 대하여서는 고소기간 경과로 고소할 수 없는 것이므로 결국 진구씨와 도라씨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3)유책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
유책배우자는 재판상 이혼 청구권 및 위자료 청구권이 없지만, 객관적인 재산 형성 기여도에 따라 재산을 분배하여 달라는 재산 분할청구권은 행사할 수 있습니다.
최조 제공된 종자돈의 액수 및 현재 아파트의 시가 등에 따라 다르겠지만, 일응 10-20% 상당의 재산분할이 인정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부가 공동으로 부담하여야 할 자녀 양육을 30년간 이슬씨 혼자 부담하여 온 점, 진구씨가 부부 사이의 부양 의무를 저버리고 생활비를 한 번도 지급하지 않은 점 등을 재산 분할시 참작한다면 진구씨에 대한 재산 분할 비율은 더 적어질 것입니다.
한편 이슬씨는 진구씨를 상대로 30년간의 외도로 인한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간통죄의 폐지 여부가 다시 한 번 논의되고 있습니다. 간통죄가 폐지 된다 하더라도 형사 처벌을 하지 않는다는 것일 뿐 상대방 배우자가 받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여전히 부담하여야 합니다. 도리어 간통죄가 폐지 된다면 민사상 손해 배상의 중요성 및 역할이 더욱 커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