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 해도 변두리 시골 항구에 불과했던 평택항이 요즘 뜨고 있다. 10년 내에 부산신항을 제치고 국내 제1의 물류허브 항구로 부상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지헌 경기도 교통국장은 "평택항이 주목받는 이유는 천혜 입지에 한ㆍ중 교역 확대와 지자체 개발 의지 3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택항 여객터미널에는 중국으로 가는 여행객들로 제법 소란스럽다. 중국 산둥성 일조항으로 떠나는 2만4000ｔ급 카페리 여객선 C&훼리가 정박해 있었다. 주 3회 평택항~일조항을 운행하는 여객선이다.
객사 오른편으로는 40여ｍ 높이의 타워크레인이 여러 대 겹친 모양의 컨테이너선석을 건설하는 부두공사 현장이 눈에 들어왔다. 동행한 이정호 경기도 철도항만계장은 "2011년까지 6개의 컨테이너선석이 완공되면 평택항의 물동량 처리 속도가 훨씬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 평택항은 천혜의 무역항구
평택항은 중국과 최단거리에 있다. 웨이하이ㆍ옌타이(400㎞), 칭다오ㆍ다롄(500㎞), 톈진(778㎞), 상하이(911㎞) 등 중국의 주요 항구들이 하루 도착 거리에 속한다.
올해 예상되는 한ㆍ중간 교역량은 1200억 달러 이상이다. 중국은 한국의 제1 교역국이다. 매년 교역량이 20~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서해바다, 평택항이 무역의 중앙무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 평택항의 연평균 화물처리 성장률은 전국 최고다. 연평균 38%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데 부산항 5%, 광양 9.6%, 인천 12.8%, 울산 3.6%에 불과하다.
평택항은 항구로서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췄다. 평택항을 1㎞ 앞에 마주 보고 새부리 모양 당진반도가 3㎞가량 길게 서북쪽을 향해 뻗어 있어 바다라기보다는 큰 강 어귀 같다. 현장에서 만난 양병관 경기평택항만공사 사장은 "당진반도가 천연의 훌륭한 방파제 구실을 해 큰 태풍이 와도 끄떡없다"며 "연평균 폭풍일수가 6.8일, 안개일수가 연 26일로 짧고, 수심 평균 14ｍ로 대형 선박이 출입하는 데 지장이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평택항 장점은 자연입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뒤에 포승공단(208만평)을 포함해 아산 현대차ㆍ서산 기아차 공장, 아산 삼성전자 탕정공장, 태안의 삼성ㆍ현대화학 현대제철 동부제강 당진화력발전소 등 국내 굴지의 수출공장들이 반경 10㎞ 내에 포진해 있다.
현대제철에서 만든 승용차용 강판은 20분 안에 아산 현대차공장으로 납품되고 여기서 만든 수출차는 20분 안에 평택항으로 운송된다. 이날도 대형 냉동창고처럼 생긴 자동차운반선(4만ｔ)에는 미국으로 수출하는 현대ㆍ기아차가 연신 줄지어 들어가고 있었다.
◆ 배후 넓어 물류항으로 최적
국제항구가 되기 위해서는 충분한 배후 물류지를 확보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관건이다. 이 점에서 평택항의 미래는 밝다.
항구 남쪽에는 2009년 완공하는 제1 물류지(48만5000평)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닷물을 완전히 토해 내고 역삼각형 형태로 벌건 흙으로 다져진 물류지로서의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그 아래쪽에는 제2 물류지(38만평) 조성현장. 평택항 항로 준설로 퍼올려진 시뻘건 바닷물과 흙을 파이프관이 끊임없이 토해 내고 있다.
바닷물은 빠져 나가고 준설토만 남아 누적되면서 물류단지가 조성된다는 현장 소장의 설명이다.
이지헌 경기도 교통국장은 "평택항은 분당 신도시 만한 크기인 1000만평의 배후지를 두고 있다. 경기도에서 100년을 보고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수도권과 충북ㆍ강원ㆍ경북 일부와 전북까지 포괄하는 중부권 수출입 물동량을 2시간 내에 평택항을 통해 처리할 수 있다.

◆ 국내외 선사(船社)ㆍ물류사 몰려들어
평택항의 연간(2006년 기준) 화물처리 실적은 4400만23만5000ｔ. 2011년에는 1억1224만900ｔ, 2015년 1억4965만4000ｔ으로 예상한다.
특히 대중국 교역량은 평택항 전체 처리물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2005년 중국 교역량이 달러 기준 1005억 달러로 전년 대비 27.5% 늘었고 2006년에는 1074억 달러로 18.72% 증가했다.
평택항에서 옌타이, 칭다오ㆍ다롄, 톈진, 상하이는 모두 하루면 기항할 수 있는 거리다. 평택항이 환황해권 관문으로 통할 수 있는 천혜의 입지조건을 갖추고 있는 셈이다.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평택항은 대형 선박의 기항이 가능한 천혜의 입지와 중국 주요 도시와도 최단 거리에 위치하고 배후에 도시가 산재해 성장 잠재력이 풍부하다"며 "2011년까지 52개의 선석이 개발되면 국제무역항으로 손색없는 인프라스트럭처를 구비한다"고 말했다.
12월9일에는 항만배후단지 조성, 항만 이용자에게 원스톱(One-Stop)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마린센터 건립 착공식을 하는 등 평택항 인프라스트럭처 개발계획은 한 치 오차 없이 진행되고 있다.  경기도는 2020년까지 평택항에 3조여 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