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한국가정법률 상담소 인천지부 법률구조위원
前 인천지방법원 협의이혼 숙려기간제도 상담위원

-장모 와 사위  사이의 명의신탁과 배신-

1. 채권자를 피해 사위 명의로 아파트 구입
무남독녀 외동딸을 두고 있는 노와젤여사, 다행히 성격 좋은 사위를 보아 사위 이몽땅이 집안의 대소사를 챙겨 주고 노와젤여사 역시 사위를 친아들처럼 여기고 의지하며 지낸다. 
그런데, 사위 이몽땅과 상의하지 않고 한 일이 있으니 바로 옆집 봉래 엄마 부탁으로 보증을 서 준 일. 어느 날 옆집 봉래네가 소리 소문 없이 이사를 하고 나서부터 노와젤여사는 ‘봉래네에 돈 빌려 준 채권자가 내 집을 경매에 부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으로 매일 밤잠을 설치게 되었다.
결국 이 모든 일을 사위 이몽땅에게 털어놓고 ‘이서방, 뭐 좋은 방법 없을까?’ 하고 물으니, 이몽땅이 ‘일단 지금 사시는 아파트를 팔고 다른 아파트로 이사를 가시되, 그 아파트는 등기를 제 명의로 해 두시지요’라고 제안한다.   
이에 노와젤여사는 아파트를 시가보다 싼 3억원에 급매물로 내놓았고, 마침 집을 보러 다니던 박행운씨가 노와젤여사의 집을 매수하여 운 좋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게 된다.    
2. 반환 각서를 작성하면 안전할까 
이렇게 해서 3억원을 주고 사위 이몽땅 명의로 산 새집으로 이사한 노와젤 여사. 이번에는 ‘사위가 이 집을 돌려주지 않겠다고 하거나, 나 몰래 팔아버리면 어쩌나?’하는 걱정에 또 밤잠을 설치게 된다.
노와젤 여사의 이런 마음을 알았는지 친절한 몽땅씨 ‘반환 각서’라 쓰인 서류를 들고 왔다. ‘00아파트 1동 101호는 노와젤의 아파트임을 확인하며, 따라서 이몽땅은 이 아파트에 근저당을 설정하거나 이 아파트를 매도하지 않을 것이며 노와젤의 요구가 있을시 언제든지 등기 명의를 노와젤에게 넘겨 줄 것을 약속함’ 이라는 반환 각서에 이몽땅의 도장이 ‘쾅’하고 찍히니 그제서야 노와젤 여사 다리를 뻗고 잠을 잔다.
3. 장모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의좋은 장모 사위 사이를 질투한 것일까. 잘나가던 이몽땅씨의 사업에 먹구름이 끼더니 극심한 자금압박에 시달린 이몽땅씨 장모 노와젤여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담보로 서고리씨로부터 3억원을 빌리게 된다. 그런데 각서에 위반한 근저당등기도 유효할까? 
4. 사위, 자네가 이럴 줄 몰랐네
노와젤 여사가 사위 명의로 아파트를 구입하여 이사를 간지도 어언 5년의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시장에 간 노와젤 여사 봉래 엄마와 마주치게 되었다. ‘봉래 엄마, 내가 보증서 준 빚도 안 갚고 야반도주하다니...’ ‘어머, 인사를 못 드리고 이사 간 일은 죄송하지만 5년 전 이사갈 때 노여사님 보증 서 주신 빚은 이미 다 갚았었답니다’
한편 기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한 노와젤여사, 제일 먼저 사위 이몽땅을 찾아갔다. ‘이서방, 봉래 엄마가 이미 5년 전에 빚을 다 갚았다는군. 처음부터 이사 갈 필요도 없었는데... 어쨌거나 이제 자네 명의로 된 내 아파트를 돌려주게나.’
그러나 이미 가격이 많이 상승한 아파트에 욕심이 생겨 버린 이몽땅, ‘죄송하지만 장모님, 아파트 계약도 제가 체결하였고 명의도 제 명의이므로 장모님은 아파트에 아무런 권리가 없습니다. 다만 장모님이 내신 아파트 매매대금 3억원은 장모님이 저에게 빌려 주신 거라 생각하고 돌려드리겠습니다.’
5. 이야기 속 법률 찾기
(1) 적극재산보다 빚이 많은 채무초과상태에서 유일한 부동산을 매도하는 행위는 채권자를 해하는 행위로서 민법 제406조에 의하여 사해행위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봉래네에서 빚을 다 갚았으니 별 문제가 없었지만, 노와젤씨의 채권자가 사해행위 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다면 박행운씨가 집을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부동산 구입시에는 채무가 많은 매도인이 경매 등을 피하기 위한 매물이 아닌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2) 반환 각서를 작성하더라도, 이는 노와젤·이몽땅 두 사람 사이의 약속이며 다른 사람은 그 내용을 알 수 없습니다. 서고리씨가 모든 사정을 알고도 이자 수익을 목적으로 적극적으로 근저당설정을 권하였다면 근저당권설정계약이 무효가 될 수도 있겠지만, 각서만으로는 제3자의 근저당권 취득 또는 소유권 취득을 막을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3) 따라서 노와젤의 입장에서는 각서만 작성할 것이 아니라 등기 비용이 들더라도 이몽땅의 협조를 얻어 소유권이전등기 가등기를 설정해 두거나, 시급한 경우 법원에 처분금지가처분을 신청하여 근저당권설정 이전에 가처분등기가 경료 될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이 안전할 것입니다.
(4) 매도인에게 장모와 사위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을 알리지 아니한 채 사위가 매수인으로서 계약을 체결하고 등기까지 한 것은 계약명의신탁에 해당하며, 이때 소유권은 확정적으로 이몽땅에게 넘어갑니다. 매매대금은 당연히 노와젤에게 반환하여야 하겠지요.
(5) 다만 노와젤과 이몽땅 사이에 ‘반환 각서’를 작성함으로써 소유권이전에 관한 새로운 약정이 체결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노와젤은 ‘명의신탁 해지’를 원인으로 반환청구를 할 수는 없지만, ‘소유권이전약정’을 원인으로 이전등기청구를 할 수는 있습니다.
(6) 단순 계약명의신탁 약정만 있었다면, 이몽땅은 자기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니 크게 문제될 일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파트 매매대금을 전부 노와젤로부터 받은 상태에서, ‘금전반환’이 아닌 ‘아파트 자체  명의 이전’을 별도로 약속한 이후 노와젤 몰래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는 형법상 배임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몽땅은 근저당권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노와젤 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될 수 있도록 협력할 법적 의무가 있기 때문입니다.
(7) 위와 같이 명의신탁은 무효인 것이 원칙이므로 소유권을 찾아온다는 것이 쉽지 않고, 특히 제3의 이해관계인이 생길 경우 소유권 회복은 더욱 어려워집니다. 또한 부동산실권리명의등기에관한법률에서는 명의신탁자에 대하여 부동산가액의 100분의 30 이내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5년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는데(조세포탈, 강제집행 면탈 목적이 아닌 종중·배우자 명의의 명의신탁에 대해서만 예외인정) 위 법이 제정된 지도 10여년이 지났으므로 명의신탁에 대한 현실적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명의신탁을 법이 금하고 있다 하더라도 수탁자가 신탁자와의 약속을 어기고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면 이에 대하여서는 별도로 횡령죄 또는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습니다. 즉, 법에 반하는 명의신탁은 처음부터 하지 않는 것이, 수탁자 역시 신탁재산에 욕심을 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