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한국가정법률 상담소 인천지부 법률구조위원
前 인천지방법원 협의이혼 숙려기간제도 상담위원

- 왕리어 할아버지의 유언과 상속재산분배  -

1. 장남만 생각하는 왕리어씨
젊어서 사별하였으나, 재혼도 하지 않고 1남 2녀를 혼자서 키워 온 왕리어씨. 자녀들은 모르고 있지만 예금 통장에 금12억원이 들어 있다. 요즘은 아들 딸 구별 없이 법정 상속분이 같다는 말을 들었지만, 왕리어씨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주고 싶다.
악필인 왕리어씨는 보다 깔끔하고 근사한 유언장을 만들기 위하여 컴퓨터를 사용하여 ‘나 왕리어의 재산 중 10/12은 장남 왕장남에게, 1/12은 장녀 왕장녀에게, 1/12은 막내 왕코델리아에게 주노라’라고 타이핑한 후 깨끗하게 인쇄하여 인감도장을 찍고 하얀 편지봉투에 넣어 봉하였다.
그래도 불안한 마음에 이리 저리 알아보니 유언공증이라는 것이 있다기에 친구 두 명을 증인으로 동반하여 공증 사무실로 가 같은 내용의 유언공증까지 작성해 두었다.
2. 유언은 유효한가
머지않아 왕리어씨가 세상을 뜨고, ‘유언장’이라 쓰인 하얀 편지 봉투를 발견한 왕장남.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아버지의 예금 12억은 나 왕장남 10억, 왕장녀 1억, 왕코델리아 1억으로 나누어 가지도록 하겠다’라고 위엄있게 선언하였다. 그러나 유언장을 본 왕장녀 ‘아버지의 자필로 쓴 것도 아니고, 날짜도 없는 유언장은 무효야. 그러니 법대로 3등분으로 똑같이 나누어야 해’
그때 옆집 백켄트 아저씨, ‘나랑 같이 가서 똑같은 내용으로 유언공증을 했는데...’ 이 말을 들은 왕장녀 잠시 놀랐으나 다시 말하길 ‘그래도 다 같은 자식인데 아들과 딸의 상속비율이 10대 1이라니 이건 너무 불공평해, 아무리 아버지 재산이라지만 나도 상속받을 권리가 있다구, 이건 상속권침해야. 무효라구’
3. 15년 전 결혼자금도 상속재산 분배 시 참작하여야 하나
장녀 시집갈 때 호화 혼수 하느라 받아 간 3억도 있으니 정확히 말하면 10대1은 아니지. 사실 장녀는 합계 4억을 받은 셈인데..’ 왕장남이 혼잣말을 한다고 했는데 이를 왕장녀가 듣고 말았다 ‘오빠, 내 나이 이미 40이 넘었는데, 결혼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 결혼자금 이야기를 꺼내시다니 참 기억력도 좋으시네요’
4. 10년간 홀로 왕리어를 부양한 막내딸의 기여분
이런 모습을 지켜 본 이웃들. ‘상속재산으로 장남, 장녀가 다투고는 있지만, 사실 10년동안 혼자 아버지를 모신 건 왕코델리인데, 코델리에게 조금이라도 재산을 더 주어야 하는 것 아니야?’라며 수군수군.
5. 이야기속 법률 찾기
(1) 유언은 유언의 진실성 여부를 밝혀 줄 작성자가 사망한 후 비로소 세상에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엄격한 형식을 갖추어 작성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증인이 따로 없는 유언장이라면, 자필로 유언내용, 작성일자, 주소 및 성명을 쓴 후 도장을 찍어야 효력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컴퓨터로 출력한 왕리어씨의 유언장은 효력이 없겠지요. 다만 증인 2명이 참여하여 공증인(변호사)의 면전에서 작성한 왕리어씨의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효합니다.   
(2) 법정 상속분이란, 별도의 유언이 없는 경우 상속재산을 분배하는 비율을 법이 정한 것입니다. 그러니 유언이 있다면 그에 따라 상속재산을 분배하는 것이 당연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민법은 자녀의 경우 법정 상속분의 1/2은 ‘유류분’이라고 하여 최소한의 상속받을 권리로써 보장해 주려는 입장에 있습니다. 그렇다면, 왕리어씨의 유언에 따른 10대1의 상속비율이 불공평하다는 왕장녀씨의 불만도 법적 근거가 있는 불만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3) 다만, 상속인이 될 자가 사업자금 또는 결혼자금 등으로 미리 받은 재산이 있다면 상속재산을 미리 받은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어쩌면 이미 3억을 결혼자금으로 받은 왕장녀씨는 왕리어씨의 예금 12억 중 1억원마저 못 받을 수 있을 것 같네요. 
(4) 왕코델리아는 왕리어를 10년간 부양하였으므로 왕장남과 왕장녀에게, 또는 법원에 ‘기여분’이라는 명목으로 별도의 재산을 인정해 줄 것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부양 기간이나 노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전체 상속재산을 예금 12억원에 왕장녀의 결혼자금 3억을 포함한 15억으로 보아, 그 10%인 1억5천만원 정도의 기여분이 왕코델리에게 인정될 수 있을 것입니다.
(5) 조금 복잡하지만 계산을 해 보면, 막내딸 왕코델리에게 기여분 1억 5천만원을 먼저 줍니다. 남은 상속재산은 15억원에서 1억5천만원을 공제한 13억5천만원으로 보고 유류분을 계산합니다. 이들의 유류분은 법정 상속분인 4억5천만원(1,350,000,000원 ×1/3) 의 1/2인 2억2500만원이 됩니다. 왕리어씨가 장남만 생각하여 장남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주고 싶었다 하더라도 왕장녀와 왕코델리는 최소한 2억2500만원은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왕장녀는 이미 3억원을 받았으므로 추가로 더 받을 것이 없습니다.
(6) 최종적으로 통장 잔액 10억 5천 만원 중 왕코델리아에게 유류분으로 2억2500만원을, 나머지 8억2500만원은 왕장남에게 분배합니다. 기여분 1억5000만원을 포함하면 왕코델리아는 합계 3억7500만원을 받았군요. 왕장녀는 15년 전 3억원을 상속받은 셈이구요. 이렇게 하는 것이 왕리어씨의 유언을 최대한 존중하면서 동시에 상속법에 따른 최종 상속재산 분배가 됩니다.  
(7) 따라서 유언이 안전하고 확실하게 집행되길 원한다면 공증사무실(공증인가법무법인)을 찾아 유언공증을 작성하길 권합니다. 또 부모님 생전에 사업자금이나 결혼자금을 지원 받을 때에는 이것이 법상 상속재산을 미리 받는 것으로 취급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순수한 효심으로 하는 일이겠지만 부모님의 재산 증식 및 확보에 특별한 기여를 하거나 부모님을 부양한 자녀에게는 법이 기여분제도를 두어 그 공로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