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기업은행 부장/법학박사

분쟁 당사자들이 분쟁을 종료하고 서로 화해를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 화해는 법률적으로 상당한 큰 의미가 있으므로 이를 구체적으로 알아보기로 한다. 화해는 당사자가 서로 양보하여 당사자 사이의 분쟁을 종지할 것을 약정함으로써 성립하는 계약이다(민 731).

화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어야 한다. 분쟁이란 당사자가 법률관계의 존부·범위·태양에 관하여 반대의 주장을 하는 것을 말한다.

일방이 다른 일방을 속여서 당사자 사이에 법률관계가 있는 것으로 계약을 하더라도 화해가 아니다. 또한 당사자 간에 분쟁은 없으나 법률관계가 불명확한 경우에 법률관계를 확정하기 위하여 서로 양보하더라도 그것은 화해가 아니다. 분쟁의 종류에는 제한이 없으나, 당사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권리관계, 예컨대 일정한 친족관계의 존부에 관해서는 화해하더라도 무효이다(대판 1968. 2. 27. 67므34). 서로 양보하는 것이 화해의 요건이므로 당사자 이외의 제3자의 판단에 의하여 분쟁을 그만두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중재나, 당사자의 일방만이 양보하는 것은 화해가 아니다.

재판상의 화해(소송상의 화해와 제소 전의 화해)는 소송행위이며, 민사소송법상 특별한 효력이 주어져 있어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이 있다. 재판상의 화해와 비슷한 것으로서 가사조정(가소 49 이하)·민사조정(민조)·노동쟁의조정(노조 22)·차지차가조정(차조)·소액사건조정(소조 12)·의료조정(의료 54의2 이하) 등이 있는데, 조정도 당사자 간에 합의가 성립되어야 하지만 이 합의의 형식에 공적인 기관으로서의 조정위원 등이 관여하는 점에 특징이 있다.

조정도 조서에 기재되면 재판상이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있다.
화해의 법률적 성질은 낙성·유상·쌍무·불요식의 계약이다. 화해는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양보하는 것을 약정하는, 즉 서로 손실을 입는다는 것을 승인하는 계약이므로 유상·쌍무계약이다. 또한 화해는 당사자의 분쟁을 그만두기 위하여 서로 양보하는 합의만으로 성립하는 낙성·불요식계약이다. 화해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① 당사자 간에 다툼이 있을 것. ② 당사자가 서로 양보할 것. ③ 다툼을 그만두는 합의를 할 것이 필요하다.

 화해도 계약이므로 계약의 일반적 유효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그러므로 예컨대, 권리능력이 없는 태아를 대리하여 화해를 한 것은 무효이며, 강행규정에 반하는 화해도 무효이다.

 화해는 당사자가 서로 양보를 하여야 한다. 당사자의 양보란 당사자 쌍방이 서로 어떤 불이익을 부담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불이익을 부담한다는 것은 당사자의 주장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되는 것이며, 진실한 법률관계를 기준으로 하여 판단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A가 매매대금채권이 100만원이라고 주장하고, B는 20만원이라고 주장하여 쌍방이 양보하여 75만원에 화해하였는데, 그 뒤에 진실의 대금채권도 75만원이라는 것이 판명된 경우에, 당사자의 주장을 기준으로 하여 판단한 것이므로 화해이다. 당사자 일방이 전혀 양보하지 않는 것은 화해라고 할 수 없다. 화해는 다툼을 그만두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 다툼을 그만둔다는 합의란 나중에 진실에 반하는 일이 판명되더라도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다툼에 결말을 낸다는 합의이다. 따라서 당사자는 합의가 진실에 반하는 것을 이유로 나중에 착오에 의한 취소를 할 수 없다.

 화해계약에 의하여 당사자 사이에서 다투어졌던 법률관계는 확정되고, 당사자는 화해계약의 내용에 따라 의무를 부담하고 권리를 승인하는 것이 된다. 당사자는 다시 동일사항에 대하여 다투지 못하나, 화해계약에 무효·취소·해제의 원인이 있을 때에는 화해의 효력은 소멸한다.

또한 화해계약은 착오를 이유로 하여 취소하지 못한다(민 733본). 따라서 민법 제109조(착오로 인한 의사표시)는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화해 당사자의 자격 또는 화해의 목적인 분쟁 이외의 사항에 착오가 있는 때에는 착오에 관한 규정인 민법 제109조가 적용되어 취소할 수 있다(민 733단). 예컨대, 채권액에 관하여 다툼이 있어서 화해를 한 경우에, 그 채권이 이미 시효로 소멸하고 있거나, 또는 화해의 당사자의 일방이 채권자 또는 채무자가 아니었다고 하는 경우가 그러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