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진 기업은행 부장/법학박사

매매는 대금의 지급에 대하여 재산권을 영구적·확정적으로 이전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이나, 매도인 갑은 일단 매수인 을에게 매각한 물건을 환매하고 싶어지는 일이 왕왕 있다.

환매의 수단으로 통상 을로부터 갑에게로의 매매계약을 다시 체결할 필요가 있으나 을로서는 일단 자기의 소유에 속한 물건을 처분하고 싶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며, 또 높은 가격이 아니면 환매를 승낙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환매를 보통의 매매계약에 맡겨두면 그 실현이 곤란해지기 때문에 환매란 특별한 제도를 인정하게 되었으며, 민법도 이에 관해 규정을 두고 있다(민 590 이하).

 단, 민법상의 개념으로서의 환매란 ?매도인이 매매계약과 동시에 환매할 권리를 보유한 때에는 그 영수한 대금 및 매수인이 부담한 매매비용을 반환하고 그 목적물을 환매할 수 있다?(민 590①)고 규정함으로써 일종의 기대권적인 성질을 나타내고 있다. 즉, 민법에 있어서는 일정한 조건이 있으면 매도인의 일방적인 의사표시로서 환매가 가능한 것으로 하여, 그 실현을 용이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민법 제 590조에 의하면 환매는 매매당사자의 특약에 기하여 일찍이 매수인이 지급한 대금 및 매매비용을 상환하고 매도인 측에서 그 목적물을 환매할 수 있으므로 이것은 매도인의 일방적인 행위로서 성립한다. 매매의 목적물이 부동산인 경우에 매매등기와 동시에 환매권의 보류를 등기한 때에는 제3자에 대하여 효력을 발생하므로(민 592) 환매권은 이른바 목적물 취득권으로서의 성격을 갖게 되며, 독립한 재산권으로서 거래의 대상이 된다. 그리고 등기한 환매권의 양도는 물권에 준하여 취급되며, 그 양도가 매수인·기타의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이전등기를 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1) 환매의 요건

 환매가 유효하기 위해서는 민법상 다음과 같은 사정이 요구된다. 환매권은 매매계약에 환매권을 보류하는 특약을 붙임으로써 설정된다(민 590①). 부동산·동산은 물론, 그 밖의 재산권에 관해서도 환매의 특약을 할 수 있다. 환매의 특약은 매매계약과 동시에 해야 한다(민 590①). 그러나 이것은 환매의 특약이 매매계약과 불가분적으로 결합하고 있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므로 후에 환매의 특약의 내용을 다소 변경하거나, 또는 환매의 특약만을 합의로 해체·소멸하는 것은 상관없다.

 한편, 환매의 특약은 매매계약에 종된 계약으로서의 성격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매매계약의 무효·취소는 환매의 특약도 무효로 한다. 그러나 반대로 환매의 특약의 무효·취소는 당사자가 환매의 특약의 유효를 조건으로 하지 않는 한 매매계약의 효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환매대금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특별히 정한 바가 없으면 환매권자는 최초의 매매대금과 매수인이 부담한 매매비용을 주고 환매할 수 있다(민 590①). 그러나 환매대금에 관하여 당사자 사이에 특약이 있으면 그 특약에 의한다(민 590②).

 환매기간은 부동산은 5년, 동산은 3년을 넘지 못한다(민 591단). 당사자가 이 기간보다 긴 기간으로 정한 때에는 부동산은 5년, 동산은 3년으로 단축한다(민 591후). 일단 정한 환매기간은 다시 연장하지 못한다(민 591②). 매매계약 시에 환매기간을 정하지 않은 때에는 후에 기간을 정하지 못한다. 다만, 환매권자는 부동산은 5년, 동산은 3년 내에 한하여 환매할 수 있을 뿐이다(민 591③). 환매기간을 제한한 것은 환매에 의하여 부동산에 불안정한 상태를 초래하는 것을 방지하고, 그 개량·이용을 지장 없이 하려는 취지에서이다. 따라서 이 규정은 강행규정이다.

 환매의 기간은 계약 성립의 날로부터 기산해야 한다. 즉, 환매의 기간은 환매할 수 있는 기간의 의미가 아닌 환매의 특약이 존속할 수 있는 기간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환매기간의 시기를 계약체결의 10년 후에 도래하도록 정하는 경우에는 그 환매의 특약은 무효이다.

(2) 환매의 제3자에 대한 효력

 환매의 특약을 매매계약과 동시에 등기한 때에는 환매는 제3자에 대해서도 그 효력이 있다(민 592). 즉, 매매에 기한 이전등기와 함께 환매특약의 등기가 행해져 있으면(부등 43), 환매권은 매수인으로부터 부동산의 소유권·기타의 권리를 취득한 제3자에 대해서도 주장할 수 있다.

 민법 제592조에 "제3자에 대하여 그 효력이 있다"고 한 것은 매수인 이외의 제3자가 어떠한 권리를 취득하고 있더라도, 환매권자는 그것을 무시하고 매매 당시의 상태에서의 부동산 소유권을 다시 찾아올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매수인으로부터 목적부동산을 양수한 제3자는 매수인의 지위를 승계하게 되기 때문에 환매의 의사표시는 이 제3자(목적부동산의 양수인·전득자)에 대하여 해야 하며, 최초의 매수인에 대하여 행해진 의사표시는 무효이다.

 환매권이 행사되면 목적물은 환매계약 시에 소급하여 매도인의 소유였던 것이 되기 때문에 제3자가 환매특약의 등기 후에 등기된 임차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임차권은 소멸하게 된다(민 548①단).

(3) 환매의 실행

 가. 환매권 행사방법

 환매는 환매권의 행사로서 실행된다. 환매권의 행사는 환매권자(즉, 매도인 또는 그 승계인)의 일방적인 행위에 의하여 행해지는 것이지만, 단순한 의사표시만으로는 불가능하고 환매기간 내 대금 및 매매비용을 매수인에게 제공해야 한다(민 594①).

 환매권은 해제권과는 달리 즉시 물권적 효력을 일으키는 물권적 취득권으로서의 성질을 갖는 것이므로, 그 행사에는 물권취득의 대가의 제공을 요건으로 한 것이다. 다만, 대금만을 제공하고도 환매할 수 있다는 특약이 있는 동안에는 매도인은 환매권을 행사함에 있어서 매매비용을 제공하지 않아도 좋다. 또 대금 및 매매비용의 제공을 요함에 그치므로 매도인이 제공한 대금 및 매매비용을 매수인이 수령하지 않는 경우에도 매도인은 그것을 공탁할 필요는 없고, 또 매수인이 미리 수령거절의 의사표시를 한 때에는 구두의 제공만으로도 충분하다.

 나. 매도인의 채권자의 대위환매

 환매권은 일신전속권이 아니기 때문에 매도인의 채권자는 환매권을 대위행사할 수 있다(민 404). 그러나 이러한 채권자는 환매권의 대위행사로 채무자에게 회복되는 목적물을 환가하여 채권의 만족을 얻으려는 것으로 민법은 그러한 이익을 행하지 않는 범위에서 매수인의 보호를 위한 특칙을 두고 있다. 즉, 매수인은 법원이 선정한 감정인의 평가액에서 매도인이 환매할 환매금액을 공제한 잔액은 매도인을 위하여 그의 채권자에게 변제하고, 잉여액이 있으면 그것을 매도인에게 지급하여 환매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민 593. 비송 92).

(4) 환매의 효과

 환매가 행해지면 목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매 시에 소급하여 당연히 매도인에게 복귀한다. 즉, 단순히 원상회복의 채권관계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즉시 물권적으로 소유권의 복귀를 일으킨다. 그리고 이러한 복귀는 환매권행사시에 발생되는 것이지만, 복귀하는 소유권은 매매계약 시에 있어서와 동일한 상태에 있는 권리이다. 그러나 민법은 당사자 사이에 다른 특약이 없는 한 목적물의 과실과 대금의 이자와는 상계한 것으로 간주하므로 반환할 필요가 없다(민 590③).

 매수인 또는 전득자가 목적물에 대하여 비용을 지출한 때에는 환매권자는 이를 상환해야 한다(민 594②본). 유익비에 대해서는 법원은 환매권자의 청구에 의하여 상당한 상환기간을 정할 수 있다(민 594②단). 그러나 이 비용상환은 환매권행사의 요건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