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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리모델링 증축제한, 업계 '비상사태'

2004년 09월 21일 (화) 00:00:00

전성필

재건축의 대안으로 급부상 중인 아파트 리모델링이 증축 면적제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인해 급속히 위축될 전망이다.
또 20년 이하 단지의 경우 리모델링을 통한 증축 자체가 금지되고, 재건축 판정을 받은 아파트는 건물안전상의 문제를 감안 리모델링으로의 사업전환이 불가능해 진다.
이에따라 지금까지 규제완화와 인센티브 적용을 주장해 온 관련업계 및 리모델링 추진단지 주민과의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건설교통부는 24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한 '주택법 및 시행령·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건교부 관계자는 "최근 재건축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실상 신축으로 볼수 있는 공동주택 리모델링이 대거 추진됨에 따라 주택의 안정확보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건교부는 지침수준에서 규제할 계획이었지만 시장에서 무분별하게 증축이 추진되고 있다고 판단, 강력한 통제수단으로 아예 주택법 개정을 통해 규제하겠다는 방침으로 돌아선 것이다.
■증축 대폭제한, 최대 7,56평
개정안에 따르면 아파트 리모델링의 경우 가구당 기존 평형보다 최대 7.56평까지만 증축이 가능하다.
또 준공후 10∼20년 사이의 아파트는 리모델링을 통한 면적확장 자체가 원천적으로 금지된다. 20년이 지난 아파트의 경우도 증축은 가능하지만 분양면적의 최대 20%까지만 허용되며 20% 범위내라도 가구당 최대 25㎡(7.56평)까지만 증축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일반건축물은 10%로 증축이 제한됐지만 아파트의 경우는 관련제한 없이 해당 지자체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증축범위가 결정됐었다.
건교부는 증축 허용범위도 복도 및 발코니를 전용면적화 하는 수준으로 제한해 증축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터널형태의 평면구성 및 주차여건 불량 등 주거환경 악화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이 때문에 기존 복도나 발코니 면적이 최대 증축범위인 7.56평에 못 미칠 경우 리모델링을 통해 늘어나는 평형은 더욱 줄어들 전망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건물안전진단으로 재건축 판정을 받은 아파트는 안전상의 문제를 들어 리모델링 사업으로 전환할 수 없게 했다. 재건축 판정을 받은 아파트를 리모델링 할 경우 붕괴의 위험이 크고 구조체 보강시 보강비용이 과다 소요되는 등 문제가 많기 때문에 금지한다는 설명이다.
이에따라 재건축개발이익환수제 등 재건축 수익성 악화로 리모델링으로 선회한 단지들의 경우 사업추진이 사실상 불가능해 졌다.
■안전성검토 대폭강화
이번 개정안은 안전성 검토와 감리의무도 대폭강화 했다.
리모델링 허가신청시 구조계획서, 시방서, 기존 골조 존치계획서를 제출토록해 구조안전에 관한 검토가 충분히 이뤄지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배치도, 평면도 등 기본설계서만 제출하면 됐었다.
이와함께 신축주택과 동일 수준의 감리를 하게 하고 구조기술사의 비상주 김리도 추가해 부실공사를 방지토록 한다는 것.
현재는 설계자에 의한 비상주 단순감리가 가능하므로 시공부실이 우려되고 공사중의 안전도 보장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관련업계 비상사태
이같은 개정안에 대해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선임연구원은 "정부는 현재,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증축범위가 리모델링의 개념을 이미 벗어난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리모델링 활성화란 큰 틀을 버린 것은 아니며 원칙적인 리모델링을 정착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해석했다.

이어 그는 "리모델링 정책 시행초기 아파트의 증축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증축우려는 항상 내포돼 있었다"며 "어찌됐건 건설사의 사업성 악화로 인해 리모델링 시장위축은 불가피한 만큼, 시장활성화를 위해선 중·장기적 계획과 함께 단기적인 절충안 도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관련업계의 성토도 쏟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리모델링사업부 관계자는 "초기단계의 지나친 정부규제로 인해 리모델링시장이 고사할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업체별 추진사업장 대다수가 사업이 중단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쌍용건설 리모델링팀 관계자도 "시행초기 주민들에게 주거환경개선과 함께 증축을 통한 자산증식이란 동기부여 없이 리모델링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것은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며 "통상 10여평 정도의 증축은 건축 설계상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도 일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건축과 리모델링을 모두 틀어막고,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정부정책은 해도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