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이 가을이사철을 맞아도 살아날 기미가 없다. 예년엔 여름 더위가 가고 서늘한 바람이 불면 꿈틀대기도 했는데 올해는 그렇잖다. 더우기 주택건설경기 연착륙을 위해 주택거래신고지역을 부분 해제하려든 정부방침까지 유보되면서 좀체 회생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건설.부동산업계는 아우성이다. 시장살리기 때를 놓치면 일어서기 힘들 것이란 절박감에서다. 정기국회가 열리자 각 당 역시 이 문제를 놓고 의견들이 분분하다. 특히 야권의 목소리가 거세다. 국회진출정당 중 제3당으로 자리매김 하면서 한나라당으로부터의 정책공조제의로 눈길을 끌고 있는 민주노동당 주대환 정책위의장(51)을 만나본다.<편집자 주>

서울 여의도 정가에서 민노당 주대환 의장만큼 공부에 열심인 사람도 없을 것 같다. 지난  여름 정책위의장선거 때 당선, 일하는 위치와 활동반경이 커진 까닭이다. 민노당 마산시 합포지구당위원장이었던 그가 의장이 되고부턴 상황이 달라졌다.

전국차원에서 정책을 챙겨야 하고 관련인사들을 만나야 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8월 11일 국회에서 한나라당 이한구 정책위의장과 만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대학동기들이 마련해준 서울 여의도 오피스텔에서 오전 8시 출근하면 퇴근시간이 따로 없을 정도다.

공부내용 중엔 경제분야비중이 높은 편이다. 행정수도권이전, 민생경제살리기, 노사문제, 중산서민층을 위한 조세지원 등 당장 풀어야할 사안들이 그것이다. 건설?부동산분야도 마찬가지다. 경기선행산업인 건설산업과 부동산시장이 가라앉아 서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적잖아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대입을 앞둔 고교 3학년생 못잖게 공부합니다. 경제분야가 중점과목입니다. 합격, 불합격과 상관없고 누가 시켜서 하는 건 아닙니다만 정치, 사회 쪽과 달리 경제분야엔 관심을 덜 가져왔기 때문이기도 하죠. 게다가 서민대중정당의 정책위의장으로서 국민을 잘 살게 하기 위한 정책들을 제시해야 하니까요. 요즘 나라경제가 엉망이잖아요. 수도이전이다 뭐다 하면서…"

주 의장은 지금의 부동산시장침체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서 비롯됐다고 꼬집었다. 아파트분양가 자율화정책에다 지난해 내놓은 10.29부동산안정화대책, 올 1월 발표한 모기지론(장기주택담보대출)제도 등이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가운데 비롯됐다는 것. 여기에 정부의 융단폭격식 규제단속과 중과세가 건설?부동산업을 결정적으로 움츠려들게 만들었다는 견해다.

"지난해 10월 29일의 부동산종합대책은 대표적 뒷북행정이자 서민들에게 고통만 안겨줬습니다. 빌 공(空)자 공개념정책에 해당된다고 봐요. 투기과열지구를 6대 광역시로 넓혀 분양권전매금지 확대, 재건축개발이익 환수, 주택거래허가제 도입, 중앙정부의 서울 강북뉴타운건설 지원 등을 뼈대로 한 정부의 13번째 실패작 부동산정책이라 봅니다."

그 중에서도 서울 강북뉴타운 개발사업지원에 대해선 할말이 많다고 했다. 강북뉴타운에 들어서는 서구형 고급주택의 건설을 중앙정부가 지원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대지조성사업과 기반시설에 들어가는 돈을 대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단다.

"이는 일부 부유층을 위해 전체 무주택서민들의 주거권을 뒷전으로 모는 것으로 크게 잘못된 겁니다. 지원을 멈춰야 합니다. 아파트분양가자율화제도 폐지, 원가연동분양제도 시행, 전?월세 인상률 5%상한제 도입, 8년간의 세입자 계약갱신청구권 도입도 이뤄져야 하고요. 또 지난 3월부터 시행중인 모기지론도 손볼 점이 많아요. 모기지론이 부동산투기판돈이 되지 않으려면 높은 집 값부터 잡아야 합니다."

민노당 분석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도시근로자 가계소득이 41.5% 늘어난 데 비해 25평형아파트 매매가는 90.3%나 뛰는 악순환구조가 있는 한 모기지론도입은 결국 서민들을 장기채무자로 전락시키게 된다고 밝혔다. 내집마련을 돕는 게 아니라 감당 못할 빚쟁이로 만든다는 소리다.

얘기는 정가쟁점으로 떠올라 여야 의견이 팽팽한 행정수도이전 쪽으로 넘어갔다.

"결론부터 말하면 반대입니다. 노무현정부가 수도권과밀해소와 국가균형발전을 위한다고 하나 문제가 많아요. 민노당에선 대안을 마련중입니다. 의견수렴을 위한 당원토론회도 열고 있습니다."

민노당 행정수도이전문제특별위원회 정책팀이 지적한 문제점은 크게 6가지다. 수도이전에 따른  △절차, 과정이 생략된 법체계와 졸속강행 △수도권의 경기남부권, 충청북부권의 확대 △충청권 부동산값 폭등 등 서민피해 △예산과다소요로 인한 국가경제위기 △일극집중형 수도이전의 외국실패사례 답습 △충청권을 제외한 강원과 영.호남권 국민소외가 그것이다. 그의 부연설명을 들으면 반대 이유가 확실해진다.

"별도 실체법제정 없이 이전대상지역과 이전기관확정 등의 절차를 진행하고 있어 신행정수도 건설추진은 위법입니다. 또 국내투기꾼은 물론 외국투기세력까지 수도건설지역과 주변땅을 무차별적으로 사들여 땅값상승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여파는 엄청납니다. 그곳에 생활기반을 둔 노동자, 농민 등의 부담으로 안겨져 생존기반이 무너지는 실정입니다."

주 의장은 예산이 지나치게 많이 들어가 수도이전으로 국가경제가 위기를 맞은 브라질을 예로 들며 정부가 잡고 있는 이전비용 42조 원은 턱도 없단다.

"대규모 건설공사에 따른 초과비용으로 100조～200조원이 들어갈 겁니다. 수도이전형태도 정부부처의 지역분산형(다극분산형)이나 정부부처 이외의 공공기관이전(일극분산형)과 달리 부처를 한곳에 몰아 옮기는 건 또 다른 수도과밀이란 폐해를 낳게 됩니다. 인구집중? 교통?환경문제 등이 그대로 생겨난다는 얘기죠."

민노당은 대안마련을 위한 순회 당원토론회를 열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대전에서 열린 토론회도 같은 흐름이다. 전국 16개 광역지역토론회와 학계.시민단체의견을 접목, 9～10월 중 열릴 중앙위원회에서 확정될 예정이다.

주 의장은 지난 3일 낮 이해찬 국무총리 초청 여야 5당 정책위의장 오찬간담회 때 말했던 네덜란드식 노사대타협이 우리 나라에도 필요하다?면서 수도이전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노무현 대통령이 정권의 명운을 걸고 행정수도이전을 추진하겠다고 했으나 정권의 명운을 걸고 교육문제에 앞장서겠다고 했더라면 더 많은 지지를 받았을 겁니다."

수도이전이란 국가가 전쟁과 같은 국제적 문제 또는 정치세력변동, 국가전략 등 국내적 문제로 다른 지역에 건설하거나 옮기는 것으로 언젠가 다가올 통일한국시대를 대비, 국민들의 뜻을 모아 신중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게 주 의장의 지론이다.

주대환 의장이 걸어온 길

주대환 민주노동당 정책위의장(최고위원 겸임)은 나이에 비해 산전수전을 다 겪은 사람이다. 잦은 학교전학, 학생운동, 군법회의재판회부, 투옥, 노조활동, 정당창당, 좌파 정치평론가생활, 무크지(마산문학)발행, 논술학원선생 등 그의 발자취가 이를 말해준다. 깡패와 구두닦이, 인쇄소와 자동차정비공장 견습공, 술집웨이터 등 어둡고 힘든 삶을 꾸려야 했던 때도 있었다.

그는 1954년 경남 함안군 칠북면 화천리에서 태어났다. 교사였던 부친의 3남매(1남 2녀)자녀 중 맏이로 모두가 가난했던 시절 비교적 유복하게 커왔다. 그러나 부친의 근무처이동으로 초등학교를 4곳(함안군 칠북, 가야, 마산시 회원, 성호)이나 옮겨다녀야 했다.

부친이 함안 칠원농고에서 마산 창신고로 가면서 그가 졸업한 초등학교는 올해로 개교 103년째인 마산성호초등학교. 노재봉 전 국무총리, 하영기 전 한국은행 총재 등이 나온 학교로 마산의 명문교다. 박재완 한나라당 의원, 이봉조 통일원 차관 등이 동기다.

4학년 때 성호로 전학간 '어린이 주대환'은 그 때 도시학교의 심한 빈부격차에 충격을 받고 불평등에 반감을 갖기 시작했다. 농촌학교와 달리 잘 사는 집안의 아이와 그렇지 못한 친구간의 차이가 어린이 눈에도 너무나 컸던 까닭이다.

성호초등에서 마산중(19회), 마산고(32회)로 진학한 그는 돝섬문학동인회 활동을 하면서 니힐리즘과 퇴폐주의, 쇼비니즘과 사해동포주의 등에 빠졌다. 인문계 고교라 하기 싫은 공부를 억지로(?)해서 1973년 서울대 철학과(종교전공)에 입학, 1985년 졸업했다. 대학에 가긴 했으나 매력을 못 느꼈다. 그나마 위안이 된 건 한국사회연구회 동아리활동. 선배들을 따라다니며 진리추구와 세상을 바꿔볼 것이란 자부심에 가득 차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일은 뜻대로 되지 않는 법. 학생운동을 하다 민청학련사건에 연루, 군입대를 한 것이다. 연이은 투옥과 부마항쟁(1979년 10월 18일)참여 등 그의 재야생활은 고비 고비를 넘겨가며 계속됐다.

1986년 초 그는 학창시절을 보낸 마산 창원에서의 생활을 접고 상경, 인천지역민주노동자연맹에 가담해 지하조직생활에 들어갔다. 24살에 숨진 세창물산 노조사무장을 애도하기 위해 지은 김철순이란 필명으로 <노동자의 길> <사회주의자>잡지를 만들며 전국조직화에 앞장섰다. 1992년 한국노동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았으나 함께 했던 민중당이 해체되는 바람에 1994년 마산으로 내려갔다.

그가 본격 정치활동을 시작한 건 개혁신당 창원을지구당 위원장이 된 1995년. 1997년 국민승리21 마창지부 공동대표, 2000 권영길선거대책본부장, 2001년부터 민노당 마산 합포지구당위원장을 맡아 진보정당 만들기에 앞장서오고 있다.

<87.88년 정치위기와 노동운동> <사회주의자의 실천 1, 2> <진보정치의 논리> <자랑스런 나라는 정직한 사람이 만든다> <진보정당은 비판적 지지를 넘어설 수 있는가> 등 지은 책들이 있다. 서울대 식품영양학과 1976학번으로 같이 학생운동을 한 마산출신 부인(이명희.47)과 주말부부로 매주 마산으로 가 지구당도 챙기고 친구도 만난다. 등산, 마라톤으로 건강을 다지며 애주가이긴 하나 담배는 안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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