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엔 결코 재신임이 없다!’ 한나라당 부동산안정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인 김정부 의원(62)이 요즘들어 자주 쓰는 말이다.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 때의 화두(話頭)이기도 하다. 국민들의 재신임을 묻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떠올리며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문제만큼은 재신임이란 있을 수 없다는 얘기다.

  “노 대통령은 경제를 거꾸로 가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지난해의 철도파업사태가 그랬고 상속세 포괄주의과세, 집단소송제 도입, 청년실업자 증가 등 문제가 하나 둘 아닙니다. 부동산문제는 심각합니다. 반 헌법, 반 시장원리 조치를 취하면서도 특단의 부동산대책이라니 말이 됩니까. 부동산은 고수익, 고위험 투기가 아니라 대박만 보장해주는 가장 안전한 투자처가 됐습니다. 뒷북 치는 부동산정책도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어요.”

  3·15의거의 도시 마산출신 야당 국회의원이라 그런지 현정부에 맹공을 퍼붓는다. 국세청 사무관, 세무서장, 재산세국장, 지방청장 등 세무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김 의원은 한나라당 부동산안정화대책특별위원에다 조세개혁추진위원장직을 맡고 있어 부동산·건설분야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다. 특히 부동산관련 세금문제는 정치권에서 전문가로 통한다.

  “세금으로 부동산투기를 잡겠다는 건 잘못입니다.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어요. 무차별적으로 세제를 동원하는 발상은 문제해결의 근본책이 될 수 없습니다. 강력한 세무조사나 세제상의 조치가 과거에 단 한번도 투기억제수단으로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세금문제와 더불어 오락가락 하는 부동산정책이 투기를 불러왔다고 꼬집는다. “실물투자가 안되고 저금리로 시중여유자금이 갈 데가 없으니 부동산 쪽으로 돈이 몰리고 값이 치솟는 것 아닙니까. 은행만 해도 그렇습니다. 부동산담보대출 비율이 60%이상으로 아파트, 땅 등에 투기하라고 문을 열어놓은 것과 같습니다.”

  새해 들어 부동산바람이 가라앉은 건 지난해 10·29부동산규제조치로 투기꾼들이 잠시 엎드려 있기 때문이란다. 올 봄 총선을 전후해서 돈이 풀리고 행정규제가 느슨한 틈을 이용, 투기꾼들이 또다시 활개칠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다. 게다가 정부의 규제조치내용도 현실과 동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주택거래신고제, 토지공개념 발동 등 초강수만 두려고 해 걱정스럽다는 표정이다. 산에 여우가 나타나자 총을 쏘아도 될 일인데 대포나 핵무기를 동원하는 난센스를 벌이고 있다는 것.

  정부의 투기지역지정에 대한 시각도 비판적이다. 투기지역 아파트값 상승률이 비투기지역 보다 오히려 4배정도 높아 ‘투기지역은 정부공인 투기촉진지역’이란 비아냥거림까지 들린다고 말했다.

  “허점 투성이의 조세정책과 세제 모순으로 투기를 뿌리뽑지 못하고 애꿎은 서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김 의원은 부동산 조세정책에 대해 요모조모 사례를 들어가며 잘못을 지적했다. 차익을 남기고 팔 때와 기대이익을 노려 사들이고 보유할 때로 나눠 짚어나갔다. 먼저 부동산을 팔 때로 양도소득세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양도세는 과세기준부터 허점이 있습니다. 행정인프라가 부족했던 1967년 투기억제세가 양도소득세로 바뀌면서 세무부조리와 대민마찰을 줄이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기준시가제 과세를 하고 있으나 많은 문제를 안고 있어요. 실거래액의 절반도 안되게 판 것으로 계약서를 꾸며 세금을 내는 관계로 매도자와 부동산중개업자, 기준시가 과세를 인정해주는 세무당국 모두 공범입니다. 따라서 양도세는 실거래가로 과세하는 시가주의제를 채택해야 합니다”

 그는 양도세 개선을 위해선 △실거래 과세 △정확한 부동산계약서 작성 △부동산중개수수료 영수증 주고받기 정착 △업그레이드된 세무행정 종합인프라구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국세청과 지방자치단체, 건설교통부, 한국감정원, 금융기관을 잇는 정보라인이 개설돼 탈세구멍이 생겨나지 않게 하는 일도 시급하단다. 부동산관련 총괄정보창구를 국무총리실 등 중앙행정기관으로 일원화시키는 방안 역시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보유세로 지방세인 재산세 문제를 꼽았다. “여론이 일자 지난해 서울시 등에서 일부 손질을 하긴 했으나 여전히 문제를 안고 있다”며 과표현실화, 누진제 방식의 종합토지세 시행, 지역간 과세형평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처럼 지방세 수입이 많아 예산이 남아도는 곳과 그렇잖은 지역간의 재정격차를 중앙부처에서 조정해주는 방안도 뒤따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김 의원은 부동산 세금문제의 근본치유를 위해선 과세형평성과 투명성, 중립성을 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교부 공시지가(토지), 행정자치부 시가표준액(건물), 국세청 기준시가(아파트) 등 부처별로 나눠져 있는 부동산평가기준을 통일, 공평·적정과세가 이뤄지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부동산세금은 재산세, 종합토지세 등 보유세를 강화하는 대신 양도세와 같은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는 게 김 의원의 지론이다. 세금 때문에 지나친 땅이나 집을 갖고 있지 않도록 하면서 양도세를 낮춰 부동산을 쉽게 처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집, 땅 등 매물이 많이 나와 거래되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논리다.

  김 의원은 당직을 맡아 바쁜 가운데서도 지역구관리에 신경을 쏟았다. “중앙의 인적 네트워크를 지역에 접목, 참신한 경제전문 일꾼으로서의 이미지를 굳히는 데 노력했습니다. 마산수출자유지역 해변도로 확장, 신항만건설 추진, 깨끗한 수도물 공급을 위한 낡은 수도관 교체공사 등 현안 풀기에도 앞장섰고요…”

  수도관개선은 마산개항 후 1백년만에 하는 공사로 올해 분 예산 60억 원을 확보했다.

  김 의원은 이밖에도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한나라당 간사이자 법안심사소위원장으로서 세무사업무 보호를 위한 세무사법개정, 연간소득 2천 5백만 원 이하 자에 대한 소득공제 확대, 법인세율 인하, 맥주를 비롯한 저알콜도수 술에 대한 세율인하, 농어촌기자재 면세확대 등 의 관련법안들을 국회 통과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김 의원에겐 애로사항이 하나 있다. 2002년 8월 8월 마산시 합포지역에서 국회의원 자격을 잃은 김호일 전 의원 지역구에 재선거로 당선됐으나 지금껏 지구당위원장직을 맡지 못해 힘든 일이 많았다는 것.

  “헌정사상 최초로 지구당위원장직을 맡지 못한 지역국회의원으로서 마음 고생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석달 후 총선이 다가오는데 걱정입니다.”

  고려대 법대 출신으로 제13회 행정고시에 합격, 중부지방국세청장을 거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