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문화가 살아 쉼 쉬는 주거중심의 커뮤니티조성'
서울시가 내세운 길음뉴타운 개발구상안의 뼈대다.

하지만 초록이 쉼쉬고 이웃간의 정이 넘치는 뉴타운을 짓겠다는 시의 이같은 구상은 구역지정을 둘러싼 주민간 분쟁, 추진위난립 등 암초에 부딪혀 몸살을 앓고 있다.

노후불량주택 재개발사업이라는 점에서 시가 추가로 지정예정인 23개 뉴타운의 선행 지표로 예상되는 길음뉴타운개의 실상을 들여다 보았다.

▲개발 上·中·下가 공존
 서울시가 지난 4월16일 발표한 기본계획에 따르면 길음뉴타운은 노후 단독주택과 연립, 다세대, 다가구 주택, 재래시장이 밀집한 기존 길음 재개발구역 총 8개를 한데 묶어 주거중심형 뉴타운으로 개발된다.

길음뉴타운의 경우 왕십리·은평과 달리 4년전부터 재개발이 시작돼 뉴타운으로 묶인 지역 내에 이미 개발이 완료된 새아파트들이 함께 공존한다.

길음1구역 삼성래미안, 길음3구역 동부센트레빌, 8구역내 현대홈타운 등 개발이 완료된 지역과 함께 길음2구역은 대우건설이, 4구역은 대림건설이 각각 철거를 마치고 공사중에 있다.

길음5구역과 길음6구역은 철거와 이주비지급 단계에 있고, 뉴타운 기본계획에 따라 개발되는 지역은 길음7구역과 8구역, 정릉9구역이다. 

사실 길음재개발지역을 8개 구역으로 나눈 것도 기존 재개발 기본계획에 따른 것이고 아직 서울시 뉴타운사업반에 의해 구역지정이 이뤄진 사실은 없다.

현재 길음뉴타운 재개발 사업추진에서 가장 쟁점은 구역지정. 재개발추진위가 1곳인 7구역을 제외하고 8구역과 정릉9구역은 2개의 추진위가 난립, 구역지정과 추진위 선점을 두고 마찰이 극심하다.

▲7구역-상인들 반대 미미, 서울시 기본계획 따를 것
 길음뉴타운의 중앙을 뚫고 지나가는 인수로에 접해있는 길음7구역은 인수로 일대 상인들의 반대 외에 별다른 장애물은 없다.

7구역 추진위가 1곳이어서 추진위끼리의 싸움이 없는데다 인수로에 위치한 상가라해도 재개발 지분을 노리고 들어온 부동산중개업자가 대부분이기 때문.

인수로 아래쪽 길음시장을 제외한 인수로 일대 250∼300m내에는 상가의 90%가 부동산중개업소다.

7구역 추진위 이건우 총무는 "상가들의 반대가 있지만 세력이 미미한데다 대부분 기존 거주민들이 아닌 재개발 때문에 들어온 중개업소가 많아 큰 영향력을 끼치지는 않고있다"고 말했다.

▲8구역-1동 '같이해' 2동 '따로해'
길음 8구역은 1동과 2동에 따로 추진위가 설립돼 구역지정을 놓고 조합간 싸움을 벌이고 있다.

애당초 98년 길음재개발 기본계획에는 1동과 2동을 함께 추진한다고 명시돼있다. 당시의 8구역은 지금의 1동과 2동 일부분. 하지만 뉴타운 계획이 발표되자 오른쪽 7구역(기존 재개발구역)과 왼쪽 연립주택 단지 주민들이 뉴타운에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해 2동의 규모가 1동보다 커졌다. 
 

이에따라 지난해 10월경 뉴타운 시범지역으로 지정돼 구역지정 자체가 새로이 추진되면서 2동 주민들이 '따로 추진'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2동 추진위가 '따로 추진'을 주장하는 이유는 지분분할에 따른 낮은 사업성과 1동에 양호주택비율이 높다는 것.

재개발구역의 경우 아파트 등의 입주권(일명 딱지)을 얻기위해 다가구 주택을 다세대로 지분을 나누는데 이같은 불법딱지들은 대부분 사기성이 짙은 가짜 분양권이거나 지자체에서 인정하지 않는다.
길음8구역도 길음뉴타운구역 내 개발초기에 있기 때문에 이러한 지분분할이 성행하고 있다.

2동 재개발추진위 김귀남 위원장은 "1동의 경우 신축다가구가 많다보니 재개발 지분을 노리고 다세대로 지분분할을 해놓은 집들이 많아 만약 1동만 따로 재개발 할 경우 일반분양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2동 주민들에게 1동과 같이 개발해 손해를 입으라는 말이냐"고 토로했다.

이에대해 1동 재개발추진위 전차복 위원장은 "1동에 지분분할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면서 "하지만 지분분할은 2동도 마찬가지이며,

98년 길음재개발 기본계획상에는 1동과 2동이 모두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돼있는데 지금에와서 따로 추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특히 2001년 12월21일 있었던 길음8구역 시공사선정 총회에 1동과 당시 2동 조합 454명중 318명이 찬성해 삼성물산으로 시공사를 선정한바 있다.

따라서 1동 재개발추진위는 2동의 추진위가 주장하는 '따로 추진'은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2동 재개발추진위는 "학교, 공원 등 공용부지를 2동에서 제공한다고 해도 1동 추진위는 막무가내로 같이 추진할 것만을 주장한다"면서 "1, 2동이 합동으로 재개발된다면 이는 서울시의 명백한 '사유재산권 침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지난 6월27일 2동 재개발추진위도 시공사선정 총회를 열어 한신공영으로 시공사를 선정했다. 27일 장안예식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2동 시공사선정총회는 1동 주민들의 난동으로 무산되고 이를 피해 유재건 민주당 국회의원 사무실로 자리를 옮겨 다시 실행했다.

2동 재건축추진위원장은 "총회가 무산될 것은 미리 예상했고, 이에 대비해 2동 주민들로부터 서면동의서를 받아놓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2동 추진위는 서면결의서 약300통과 당시 총회에 참석했던 수십명의 찬성을 받아 시공사선정을 강행했다.

 2동은 8월말 열릴 예정인 공청회를 앞두고 이달말 구역지정등 기본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보고 재개발추진위를 중심으로 서울시과 성북구청에 '재개발 구역지정 철회' 진정서를 계속해서 제출, 요구하고 있다.

1동 추진위는 당시 8구역내 일부분이던 2동이 98년 재개발 사업 초기에는 별말이 없다가 7구역(예전)과 연립주단지가 포함돼 면적이 커지면서 돌연 태도를 바꾼 것이라며,

더구나 7월1일부터 도정법이 시행돼 시공사선정을 미룰 경우 애를 먹을 것을 대비해 서둘러 시공사를 선정했다는 의혹까지 품고 있다. 

▲정릉9구역-추진위vs비대위
정릉9구역도 추진위와 비대위 파로 지역주민이 갈리면서 치열한 싸움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정릉9구역에는 이미 99년 12월 주민들이 모여 만든 재개발추진위(가)가 있었다.

기존 추진위는 올해 4월11일 사무실개소식을 열고 6월5일과 6월26일 각각 총회를 열어 위원장을 선출하고 두산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하지만 3월22일 비대위라는 조직이 사무실 개소식을 열고 현재 활동중이다. 이들 비대위 소속 주민들은 대부분 정릉9구역에 지분을 다량 확보하고 있거나 재개발 이익을 노린 외지인들로 애초 추진위가 재개발을 추진할 당시에는 재개발을 반대했던 주민과 상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따라서 구역지정과 조합인가 설립이 추진위, 주민들간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서울시, 통합추진이 원칙
"기본계획상에 따라 길음2동만을 별도 분리하여 재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서울시 이명박 시장이 길음2동 거주민에게 보낸 답장이다.

이같이 길음뉴타운내 주민들이 치고받는 동안 서울시는 '통합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어 길음2동 주민들의 '따로추진'요구는 받아들여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도시정비과 신중수 팀장은 "서울시에 의해 재개발구역지정이 보고된 바 없고 길음 1동과 2동이 따로 추진될리도 없다"며 "애초에 사업을 따로 추진할 량이면 뉴타운으로 묶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특히 다가구를 다세대로 전환해 지분분할을 한데 대해 성북구청과 서울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입소문과 달리 재개발에 따른 기대심리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길음2동 부동산뱅크 공인중개사 대표는 "실제로 지분분할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5·23대책 여파로 규제가 적은 재개발도 타격이 심하다"며 "지난달부터 거래량뿐만 아니라 매수문의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윤효정/길진홍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