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명박 시장은 강.남북 지역균형발전 추진사업의 일환으로 강북주민들에게  '뉴타운'이라는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러나 1년여가 지난 지금 뉴타운개발이 진행중인 곳곳에서 교통대책, 보상문제 등이 불거져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밀어붙이기식 개발에 따른 부작용이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뉴타운 발표 초기 그림만 화려할 뿐 현실성 떨어진다는 전문가들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현재 뉴타운개발사업이 진행중인 은평,왕십리,길음을 찾아가 문제점을 짚어본다.

'주민을 상전으로 모시겠다는 공약은 간데 없고 주민의 재산을 수탈하려 하다니...'

은평구 진관외동에서 3대째 살고 있다는 김모(80세)씨는 차마 끝말을 잊지 못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그린벨트로 묶여있는 진과내외동(108만평) 일대를 리조트형 전원생태도시로 조성하겠다는 발표가 있은 뒤 1년,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30여년전 이지역이 그린벨트로 묶이면서 수도, 가스 등 생활에 필요한 기초시설도 들여놓지 못하고 살았는데 이제는 뉴타운개발로 삶의 터전마저 뺏기게 생겼다는게 인근 주민들의 주장이다.

한마디로 지역주민의 삶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개발 계획이라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개발법에 의한 공영개발 공식발표(5월14일)
이같은 문제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건 지난 5월14일 서울시가 도시개발법에의거한 공영개발 방식으로 뉴타운을 조성하겠다고 발표하면서부터다.

도시개발법이란 시가 해당지역의 땅을 수용해 개발하는 것으로 2인이상의 감정평가사가 조사한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보상가가 매겨진다.

주민들은 그린벨트지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에서 토지 및 건물에 대한 수용은 터무니없이 낮은 보상가가 매겨 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 뉴타운사업단 관계자는 "현재는 주민보상에 관해 언급할 단계는 아니지만 도시재개발의 경우 주민공청회와 도시계획심의를 거친 이후 보상가가 정해진다"는 입장이다.

현재 이지역의 표준지공시지가는 대지가 200만∼325만원, 전답이 17만∼79만원, 잡종지가 56만∼79만원에 책정돼 있다. 표준지공시지가가 공시지가의 결정지표인점을 감안하면 평균 보상가는 공동주택이 300만원 전.답이 30∼40만원이 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 할 수 있다.

은평뉴타운대책위 김상용 위원장은 "은평뉴타운은 왕십리, 길음 뉴타운과 달리 토지와 건물 등을 전면 수용 당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며 "주민들이 자립할 수 있도록 적정 보상가를 책정해 줘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민대책위 활성화
지난 3월5일 조직된 은평뉴타운 1지구 대책위원회는 실상 토지 및 건물 등의 보상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기 전까지만해도 '그린벨트 선해제'만을 주장해왔다.
33년 동안 그린벨트로 묶여있으면서 집수리 한번 제대로 못하고 살아온데 대해 그린벨트 해제가 '개발'의 첫 수순이 될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

하지만 대책위 관계자에 따르면 김대중정부때부터 약속했던 그린벨트해제는 '뉴타운개발' 발표 이후 싼값으로 땅을 수용해 개발하려는 서울시의 의도로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은평 뉴타운 사업지 1지구 대책위를 시작으로 2지구와 3지구가 각각 대책위가 꾸려지고 본격적인 '뉴타운 저지를 위한 '활동에 돌입했다.

5월8일 1지구 대책위가 준비한 첫 집회 참가인원이 850여명, 5월29일 집회에는 2배에 달하는 1,600여명이 참가해 '헐값보상반대', '공영개발반대', '주민의견보장' 등을 외쳤다.

이에 서울시는 주민들의 요구에 대해 주민들에게 일반·임대아파트 우선입주권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하지만 1지구 대책위 최경준 상가분과위원장은 "터무니없는 보상가론 평당1,000만원에 달하는 아파트에도 입주할 수 없고, 보증금1,000만원에 월10만원을 내고 사는 세입자들도 월2∼30만원씩 하는 임대아파트에 어떻게 들어가 살겠냐"며 "자기집을 가진 주민은 임대아파트로, 세입자들은 타지역으로 쫓겨날 수 밖에 없다"고 항변했다.

결국 주거불안에 떨고있는 주민들을 안심시키기위한 서울시의 발상으로도 주민설득은 쉽지않아 보인다. 서울시 및 관련 공사가 주최한 공청회가 주민들에 의해 무산됐기 때문이다.

-서울시 5월30일 공청회 주민들에 의해 무산
5월30일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은평뉴타운사업지구 도시개발사업 공청회'가 사업지구내 거주민 2,500여명에 의해 무산됐다.

공청회는 도시개발법 11조에 따르면 도시개발사업시 시행자가 사업관련자와 주민들에게 사업 기본계획 등을 발표하고 공청회 이전에 개진된 주민들의 의견을 총괄수렴해 이후 도시계획심의 등에 반영하기 위한 자리로 사업추진에서 빠져서는 안되는 일정.

은평구청 및 서울시 관계자에 따르면 경로당과 주민 1대1 접촉을 통해 사업내용을 알려왔다. 하지만 대책위 소속 주민들은 구·시에 의견을 개진한 적이 없었다고 말한다.

결국 사전 의견수렴없이 공청회를 개최하고자 무리하게 일정을 강행했던 서울시의 공청회는 주민들의 공청회장 점거로 열리지 못했다.

이에 대책위 관계자는 "주민의견수렴은 말 뿐이고 시늉만 낸다"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생색내기식 공청회라면 적극 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6월 20일 공청회 재공고
시는 1차 공청회 무산이후 오는 20일 서울도시개발공사 본사가 있는 개포동에서 공청회를 개최하겠다고 재공고를 냈으나 주민의견수렴이 덜 됐다는 이유로 공청회 하루전인 19일 돌연 취소했다.

주민들은 시의 이같은 행동을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또한 공청회 공고문에는 '공청회 과정에서 이해관계인의 집단행동 등으로 공청회 진행이 곤란하게 될 경우 전문가의 토론 및 주민대표자 발표는 생략될 수 있으며 관련 사항은 서면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문구가 삽입돼있다. 이 문구에 따르면 주민참여 없이도 공청회가 가능한 셈이다.

이에대해 서울시 뉴타운사업단 관계자는 '집단행동으로 이한 폭력행위와 이해관계인이 아닌 사람들이 몰려와 공청회가 무산될 것을 우려해 이같은 문구를 집어넣었다'고 해명했다.

-6월20일 집회
서울시의 공청회 돌연 취소 이후 공청회 대신 은평뉴타운 사업지내 구파발전철역 인공폭포앞에서는 주민들의 집회가 있었다. 참가한 주민 대부분이 50대 이상으로, 약 1,000여명이 모인 가운데 열린 이번 집회에서는 서울시의 공청회 취소가 그간 주민들의 노력으로 일궈낸 결과이며, 은평뉴타운 사업이 다시없는 지역주민 몰살정책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집회에 참가한 서울시의회 김성구 의원은 "은평뉴타운을 비롯한 시범지역은 추후 타지역 뉴타운 사업 진행에 모범이 될 것이다"며 "서울시가 주민의 말에 귀기울이도록 주민들의 합심이 중요한 시기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