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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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 건설사들의 위험한 곡예

2003년 06월 09일 (월) 00:00:00

길진홍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안정대책에도 불구 유동자금의 증시유입이 감지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외환위기이후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에 들어간 건설업체들의 주가가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부 부실건설사들의 매각공고가 잇따르면서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선 것이다. 시장에는 벌써부터 'Х회사가 매각을 위한 감정평가에 들어갔다' 'ХХ대기업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는 식의 루머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지난5일 K사의 주식은 종합주가지수가 2.11포인트 상승한 가운데 전일대비 4.5%상승하는 기염을 토했으며 N사의 경우 매각공고가 알려지면서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해당 업체들도 내심 반기는 분위기다. 외환위기 이후 끝없이 추락했던 주가를 만회할 기회라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부실 건설사들의 이같은 선전은 웬지 위태로워 보인다. 이들 업체의 주식은 증시에서 보통 주가적정액의 평가자료로 사용하는 주당순이익(EPS)과 주가수익률(PER)의 곱한 수치보다 훨씬 높게 평가돼 있다.
또한 문제는 이들 주 대부분이 관심종목으로 5,000원미만의 소액주란데 있다. 바꾸어 말하면 상대적으로 작전세력이 끼어들 틈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회생을 노리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투기세력의 좋은 먹이감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몇일 K사는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이 매수에 나서면서 거래량이 평소의 두배이상으로 급증, 연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이날 평균거래량은 23만3,470주로 지난 4월이후 최고 수치다.
웹젠등 일부 인터넷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의 주식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한달 평균 거래량의 5배가 넘는 수치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경영악화로 저평가 됐던 주식이 제값을 찾아가는 것은 분명 좋은 현상이다.
그러나 거품경기의 붕괴와 함께 찾아온 외환위기 한파라는 뼈저린 경험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이제막 '부실'이라는 꼬리표를 떼고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부실 건설사들에게 모처럼 찾아온 기회가 오비이락(烏飛梨落)신세가 되어서는 않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