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5.2 목 10:46

홈 > 뉴스 > 뉴스 > 건설

1년만에 좌초된 탁상행정

2003년 04월 07일 (월) 00:00:00

전성필

다가구임대주택 관리방안 마련 시급 서울시가 무주택서민의 주택보급을 목적으로 추진하던 공공임대용 다가구주택매입을 시행 1년만에 중단했다.
택지부족에 따른 임대아파트 건립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주택을 이용,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려던 당초 계획이 전면 백지화된 것이다.
서울시는 다가구임대주택의 연간관리비가 230억원에 달할것으로 예상하고, 민간에서 이미 임대중인 다가구주택을 시에서 다시 사들여 재임대 한다는 것도 정책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도시개발공사는 지난해 이미 1,255가구의 임대용 다가구주택을 매입해 놓은 상태. 지난해 40여가구를 임대하고 지난 1, 2일 23가구의 임대접수분을 제외하더라도 1000여가구가 남아있다.
여기엔 현재 매입당시 거주하던 임차인이 그대로 거주하고 있고 도개공은 기존 임차인의 우선권을 보장해 재임차의 형식을 취해 임대하고 있다. 임차계약이 만료되는 주택이 나올때마다 그때그때 임대분양에 들어간다고 말하고 있다.
기존 매입물량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임대를 진행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속사정은 그리 녹녹치 않아 보인다. 임대용 다가구주택은 임대아파트와 달리 시 곳곳에 산재되어 있어 관리에 상당한 애로를 겪고 있다.
독립주택 한채에 대해 관리인을 따로 둘 수도 없는 실정이고 여러채씩 묶어 관리인을 둔다고 해도 그 비용이 만만찮을 뿐더러 인건비에 따른 관리비용를 걷어들일수 있는 법적근거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상황이 이렇자 주변 임대아파트의 관리사무소가 이들 주택에 대해서 관리를 담당하고 있으나 이 또한 임대아파트의 관리인원과 비용를 전용하는 꼴이어서 다가구임대주택에 대한 관리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도개공 시설관리팀은 이들 주택의 크고 작은 문제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여기에 기본계획자체까지 전면 취소된 상황이어서 기존매입물량에 대한 원활한 임대운영을 바라기란 어려운 상태다.
도개공은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기보다는 공론화자체를 꺼려 앞으로의 임대계획과 운영에 대해 무조건 쉬쉬하는 분위기여서 더욱 답답한 모습이다.
다가구임대주택 정책을 초기부터 담당하고 있는 도개공 한관계자는 “처음부터 예견된 문제들로 반대의사를 수차례 건의했지만 서울시는 기본취지가 옳다며 추진에 들어갔다”고 말하고 있어 현실을 무시한채, 탁상공론을 통한 보여주기식 정책이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제반문제점들에 대한 대안을 마련해 놓지 않은 보여주기식 정책이 시행 1년, 그것도 제대로 추진 한번 하지 못하고 좌초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시는 지금이라도 기존매입주택의 원활한 임대운영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과 합리적 대안책을 내놓아야 한다.
도시개발공사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혼자 떠안고 해결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정책실패의 뒷수습이라도 명확히 해야 한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