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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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화해외 여행 규제를

2003년 03월 21일 (금) 00:00:00

권동순

여행수지적자가 날로 심각해지는 가운데 국세청은 최근 3년 동안 호화 해외여행이 잦은 변호사 등 고소득 전문직과 자영업자 17만 여명을 대상으로 탈세여부 분석에 들어갔다.
국세청은 지난 16일 관세청으로부터 호화 사치품 등 귀족 마케팅을 일삼다 적발되었거나 해외 골프여행이 잦은 인사 16만 여명의 인적사항을 넘겨받아 이들이 종합소득세 등을 제대로 신고했는지 여부를 검증하는 등 별도의 세무 관리에 나셨다고 밝혔다.
또 2001년부터 지난해까지 골프채 해외 반출자 14만 7000여명가운데 10회 이상 골프여행을 나갔던 1만 5000여명도 집중관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골프채, 보석류, 양주 등 해외명품을 국내에 반입하려던 사람들은 모두 2만 여명으로 그 중엔 국내 소득이 거의 없거나 있어도 보통 월급쟁이 수준으로 신고했지만 해외서 고액의 도박이나 골프내기 또는 호화 사치관광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2개월 연속 적자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경상수지는 고유가 영향 등으로 개선의 가능성이 전혀 안 보이는 가운데 각종 지표는 온통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특히 두드러진 여행수지의 적자요인은 뭐니뭐니해도 해외여행객 급증이 가장 큰 원인이다. 1월 중 내국인 출국자는 74만 2000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70만을 돌파한데 비해 외국인 입국자는 38만 여명으로 전달에 비해 7만명이상 감소했다.
이들이 해외에서 써대는 경비는 물론 무분별한 명품구입으로 인천공항 세관 창고는 빈곳이 없을 정도로 만원이라고 한다.
영국 등 일부 유럽국가에서는 한국을 위스키등 명품판매의 알짜시장으로 점찍어 다양한 판촉행사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
실로 낯뜨거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서민 가계의 주름살이 늘면서 환란 때보다도 살기 어렵다는 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이때 사회지도층을 자처하는 이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라크 사태나 북핵 문제로 국내외가 뒤숭숭한데, "쓰고보자"는 식의 출국러시는 다시 한번 생각해야 할 심각한 상황이다.
그렇지 않아도 SK쇼크로 원유도입의 차질이 우려된다는 우울한 뉴스를 듣고있는 마당에 무디스 등 국제적인 신용평가기관은 한국의 신용등급을 낮추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어 우리경제의 앞날이 심상찮음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수입을 억제하고 씀씀이를 대폭 줄여야 한다.
대량소비시대에도 근면과 절약은 최고의 덕목이다. 특히 우리 경제가 총체적 경제위기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때 상층부의 가진 자들의 절제가 무엇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다.
자제만으로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면 '타율규제'가 불가피하다.
급한 불은 일단 끄고 볼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이번 국세청의 호화 해외여행자 17만 여명에 대한 특별세무관리의 결과에 주목한다.
일부 계층의 호화 사치성 해외여행과 '귀족쇼핑'은 자칫 계층 간의 위화감을 조성해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릴 수도 있는 만큼 당국은 보다 밀도 높은 계도와 병행해 대책마련에 게을리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