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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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미군기지의 이전에 따른 쟁점

이전비용, 이전대상지, 이전후 활용 등 문제

2003년 03월 05일 (수) 00:00:00

조명래

최근 주한 미국대사는 용산미군기지를 한강 이남으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어 국방부는 이전계획을 오는 5월까지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전 대상지, 이전비용, 그리고 이전 후 활용방안 등은 아직 구체적으로 알려진 바가 없다. 그것은 초강대국인 미국과의 협상을 전제로 추진되는 사업인 만큼 우리정부 입장에서는 불확실한 것이 너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용산기지이전은 수 차례 발표되었지만 한번도 제대로 실현된 적이 없었다. 가장 비근한 예는 1990년에 우리정부와 미군당국이 '군사시설 이전에 관한 합의각서'를 체결하여 1996년까지 이전하기로 했다가 무산된 것이다. 이렇게 된 까닭은 미국 측이 이전비용 17억달러(1조 8,000억원)을 이듬해에 95억달러(7조 8,000억원)로 수정 제시함으로서 우리 정부의 부담이 너무 커졌기 때문이었다. 그러다가 1994년 북핵위기가 터지자 이전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되었다.
그 이후, 미국 측은 용산기지를 옮길 그 어떠한 기미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까지만 해도 부지 내에 불법 호텔과 대사관직원 숙소를 짓겠다고 우리 정부를 압박함으로서 국민들의 정서적 저항을 불러일으켜 왔다.
이런 개운치 않은 과거가 있는 터라, 이전하겠다해도 별로 믿음이 가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이전이 반드시 이루어지도록 우리 정부가 적극적이고 치밀히 준비하고 대응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기지이전과 관련해서 쟁점이 되는 것은 이전비용, 이전대상지, 그리고 이전 후 활용방안 등이다.
이전 비용은 '소파(SOFA)협정'에 따라 우리 정부가 전부 부담하도록 되어 있다. 때문에 국민적 부담이 되는 이전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는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미국 측과 협상을 통해 이전규모의 축소, 비용의 분담, 다른 기지와와 통합 등의 방안들을 관철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전 대상지는 이전할 지역의 주민저항을 우려해 전혀 밝혀지지 않고 않다. 사실, 서울의 용산기지를 다른 지역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지역주민들에게 고통과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 되어 정의롭지만은 않다. 이런 점에서는 이전도 올바른 방안이 아닐 수 있어, 이전보다 반환이란 개념으로 바라보되,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야 한다면 여력이 있는 다른 기지로 통합해 가는 대안을 적극 도출하도록 해야 한다.
이전 후 활용방안에 대해 서울시는 '용산기지 이전적지 활용계획(1990)'에서 제시된 '민족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어떠한 인위적인 개발도 허용하지 않고 숲이 울창한 녹지로 가꾼 뒤 북악산-남산-관악산을 잇는 녹지축의 결절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 입장이 실현될 지는 미지수이며, 경우에 따라선 포장된 개발이 전면화될 수 있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용산기지 부지는 약 100만평이 되며, 대부분은 조달청 등 국가가 소유한 땅이다. 이전 후 이 땅이 서울시가 계획한데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만들어 그 소유권을 서울시로 넘기도록 해야 한다. 용산기지 부지는 서울시에 있으면서 서울시 도시계획의 대상은 아니었다. 때문에 이전이 되면 서울시의 계획 고권이 적용되도록 해야 하며, 또한 실제 용산기지는 서울의 도심구조를 새롭게 짜는 틀로 활용되어야 한다.
용산기지는 본래 서울의 외곽에 있었지만 지금은 지리적으로 서울의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으면서, 북악산-남산-관악산을 잇는 남북지축과 동서로 흐르는 수축이 만나는 곳에 있다. 따라서 용산기지 부지는 서울의 도시생태환경 순환 시스템을 되살아내는 심장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용산기지는 민족수난의 역사를 담고 있어 그 활용은 우선 이를 담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인공적인 시설로 이곳을 채우기 보다, 한반도를 변함없이 지켜온 전통자생 식물들의 대군락지로 조성해, 민족의 정통성을 자연을 통해 재현하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이곳을 민족생태공원으로 불러야 할 것이다.
이전 후에 남아 있는 기존 시설물 중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것(예, 메인포스트)만 일부 남겨 사적물로 지정하거나 민족수난박물관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비워내는 게 바람직하다. 이전 후에는 동작대교와 서울역을 연결하는 도로가 조성되어야 하는 데, 그 위치는 가능한 부지의 최서측으로 하고, 가능한 지하화해 생태공원의 훼손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용산구는 전체가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미군기지의 서측 지역의 대부분은 특별설계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인접 지역에 들어설 건축물이나 시설물들이 가능하다면 저밀도, 환경친화적인 것이 되도록 하는 방안을 당장이라도 강구해야 한다.
프로필
△영국 서섹스대학교 박사(도시 및 지역학) △현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사)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한국공간환경학회장 △(사)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사) 환경과 생명 편집장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 △경기도도시계획위원 등 △행정자치부 공익사업평가위원 등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포디즘과 현대사회 위기', '녹색사회의 탐색', '현대사회의 도시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