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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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와 수도권 정책의 전망

지속가능한 수도권 관리돼야

2003년 01월 28일 (화) 00:00:00

조명래

조명래 단국대 사회과학부 교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국정운영과제가 발표되어 차기 정부가 어떤 일을 할지가 다소나마 그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국정과제 중 신정부가 가장 역점을 두는 것은 '동북아경제중심국가의 건설'과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자는 동북아 경제협력을 통한 물류·비즈니스 중심국가로의 도약을, 후자는 신행정 수도의 건설과 지방대의 집중육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각각은 국토이용, 특히 수도권의 위상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견된다.
동북아경제중심국 건설은 핵심산업(특히 IT산업)의 연관체계(연구개발, 부품, 소재산업 등)를 육성하면서 관련된 국제자본과 상품의 흐름을 집중시켜 동북아의 경제적 중심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이를 위한 정책수단으로는 경쟁산업에 대한 국가지원의 선별적인 집중, 경제자유지역의 건설, 주요항만 및 남북철도 등과 같은 대형 물류시설의 개발, 노사관계·환경·세제 등에 관한 규제완화 등이 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실제 집행되면 그 효과는 수도권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에는 이미 IT산업과 관련 부품산업·인력·유통망이 밀집되어 있고, 국제 비즈니스와 물류시설) 등이 몰려 있다. 따라서 동북아 거점형성을 위한 정책은 수도권의 기존입지를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신정부하에서 수도권은 새로운 개발거점으로 낙점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다 보니 수도권에 대한 기존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커지고 있다.
이에 화답하듯, 노무현 당선자는 규제완화를 지시했고, 이에 따라 인수위는 현행 규제 위주의 수도권 시책의 전면 수정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건설교통부도 수도권 정책의 기본방향을 집중억제에서 계획적 관리로 바꿀 방침을 세우고 공장총량제나 개발부담금제 등을 시장원리에 맞게 조정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수도권의 위상 변화에 심대한 영향을 끼칠 다른 변수는 '행정수도이전과 지역균형발전'이다. 행정수도 이전은 수도권 과밀문제와 지방의 과소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는 것으로 노당선자의 공약 일순위에 해당한다. 행정수도 건설은 차기정권 내에 기반공사를 시작하고, 경제와 사회에 충격을 주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추진하여 오는 2010년에 이전하도록 하되, 행정수도 이전과 함께 서울을 경제수도로 기능하도록 했다.
수도권과 대비하여 지방은 산·학·연 협력체제를 통해 지방별로 특성화와 자생력을 강화하도록 했다. 실제 노 당선자는 '지방분권의 핵심은 시장형성에 있다는 시각에서, 국가가 나서서 대학을 집중 육성, 지식중심센터의 기반을 제공하고, 대학과 지자체, 기업 등이 힘을 합쳐 경쟁력 있는 산학연 지역특성화 프로젝트를 창출하도록 국가예산을 대거 투입할 방침'을 밝혔다.
지방의 특성화 전략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노당선자는 대통령이 된 후 매달 한번씩 지방을 순회하겠다 했다. 하지만 수도권의 경제적 위상이 강화되는 상황에서 지방의 자생력이 실제 어느 정도 실현될 지는 지금으로선 불투명하다. 그 관건은 지방의 정치적 자율성 정도에 달려 있지만, 이 또한 한국의 제왕적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 권력이 실제 지방으로 어느 정도 분산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런 시각으로 볼 때, 행정수도의 이전은 지방분권보다 수도의 경제적 위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작용할 것 같으며, 여기에 공장 총량제와 같은 수도권 규제정책의 완화는 그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보면, 동북아중심국가건설과 지방분권이란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관건은 수도권의 위상과 역할을 어떻게 가져가고, 수도권과 지방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달려 있다.
향후 수도권 정책은 이른바 '지속가능한 수도권 관리'란 틀로 가져가야 한다. 지속가능한 수도권 관리는 지속가능한 발전의 원칙인 '형평성', '효율성', '환경성'에 입각해 수도권의 발전이 이루어지는 것을 말한다.
지속가능한 수도권 관리는 수도권의 관리방식에 대한 사고와 정책 틀을 전반적으로 바꿀 것을 필요로 하는 데, 특히 물리적 시설의 입지규제를 중심으로 하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이 '지속가능한 수도권 관리특별법'으로 대체되어야 한다. 이를 위한 첫 걸음으로서, 청와대 내 동북아경제중심국건설을 위한 타스크 포스(TF)에 '지속가능한 수도권 관리를 위한 팀'을 처음부터 결합시켜야 하며, 아울러 노무현정부의 핵심국정과제에 '지속가능한 국토관리'를 포함시키도록 해야 한다.
프로필
△영국 서섹스대학교 박사(도시 및 지역학) △현재, 단국대학교 사회과학부 교수 △(사)한국도시연구소 소장 △한국공간환경학회장 △(사)내셔널트러스트 운영위원장 △(사) 환경과 생명 편집장 △대통령직속 지속가능발전위원회위원 △경기도도시계획위원 등 △행정자치부 공익사업평가위원 등 △주요 저서로는 '포스트포디즘과 현대사회 위기', '녹색사회의 탐색', '현대사회의 도시론'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