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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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과 정권의 부패

DJ정권 포퓰리즘 답습말아야

2003년 01월 22일 (수) 00:00:00

노영기

노영기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
역대 정권의 부패 뒤에는 대형 프로젝트가 있었다. 주택 200만호 공급 프로젝트는 노태우 정권이 만들어 놓은 부동산 문제의 원조이다. YS 정권은 경부 고속전철사업으로 떼제베를 들여와 고철로 만들면서까지 국고탕진에 앞장섰다. 벤처기업 육성 프로젝트는 DJ 정권을 대통령 아들 비리의 세계적인 전형으로 만들었다.
새로운 정권이 출범하면서 대형 프로젝트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공약사항을 이행하고 분위기를 쇄신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그럴 듯한 형식적인 이유다. 내용적으로는 정권을 유지해 가는 데 필요한 그 무엇, 돈(?)을 만들기 위함이라는 것이 실제 이유이다. 이는 증명될 수도 국민들이 알 수도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정권 말기에 터져 나오는 정권 실세와 친인척들의 온갖 구역질나는 비리와 부정과 부패를 보면 삼척동자도 쉽게 미루어 짐작해 낼 수 있는 일이다.
행정수도 이전 사업은 DJ 정권까지의 프로젝트들 보다 파괴력이 훨신 더 크다는 점에서 차기 노무현 정권의 명줄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국토가 좁기 때문에 부동산 투기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수도권의 과밀화 현상은 고질적인 부동산 투기의 문제를 불러왔다. 행정수도 이전사업이 성공한다해도 수도권의 과밀화는 해소될 수 없다. 행정수도 이전은 과밀화의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과밀화 현상을 해결하는 여러 가지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과밀화의 원인은 따로 있다. 그것은 바로 과열된 교육경쟁이고, 일류대학 졸업생들이 누리는 엄청난 사회적 특혜를 제거하지 않는 한 일류대학을 가기 위한 비정상적인 입시경쟁은 계속 과열 될 것이며, 일류대학이 건재하는 수도권은 계속 과밀화 될 것이다. 행정수도의 이전지역으로 거론되는 중부권은 경부고속전철의 개통과 함께 1시간 남짓의 통근거리이다. 자녀들의 교육을 위해 강남에 입성하기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 정도는 쾌적한 통근거리일진대 행정수도의 중부권 이전으로 수도권 과밀화의 문제가 해결될 수는 없는 일이다.
남는 것은 결국 투기의 문제이며 부정과 부패의 문제이다. 아니나 다를까 벌써 중부권의 땅값은 들썩거리기 시작했고, 또 아니나 다를까 정부는 이 지역들을 투기과열지역으로 지정한다고 야단법석이다. DJ도 못 막은 투기꾼들의 준동을 노무현 정부가 어떻게 막을지는 두고 볼일이지만, 그러나 분명한 것은 병 주고(부동산 투기를 부추기고) 약주는(투기꾼들을 혼내주는) 꽁수로는 행정수도의 이전도 수도권의 분산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이며, 임기 내 끝낸다는 고집과 서둘음으로는 DJ의 정권 말기의 비리와 부정과 부패를 재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행정수도 이전의 공약을 폐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 그나마 그것은 수도권의 과밀화현상을 다소라도 줄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무슨 묘수가 없겠는가? 간단하다. DJ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으면 된다. DJ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냉온탕을 오가는 목욕탕 바보', '불난 호떡집', '양치기 소년', '나무에 올려 놓고 흔들기' 등으로 비유되었듯이 임기 내 43번이나 바뀌면서 '부양'과 '억제'를 넘나든 역대 최고의 실패작이다. '포퓰리즘(popularism)'이 그 원흉이었다. 노무현 정부가 DJ의 포퓰리즘을 답습하지 않으면 절반 이상의 성공이 가능한 것이다.
본래 선진국의 민주정치라고 해서 후진국의 그것보다 나을 것이 없는 쓰레기이기는 마찬가지이다. 다만 국민의 기본수요에 관련된 것을 정치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최소한의 불문율을 후진국보다 더 잘 지킨다는 작은 사실 하나가 큰 차이를 만들고 있을 뿐이다. 행정수도 이전의 문제는 국민 기본수요 중의 기본수요이기 때문에 한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민족 대대손손의 문제이다. 미국이 자랑하는 오늘날의 고속도로 체계는 대통령이 10명 가까이 바뀐 장장 50년 장기 푸로잭트의 결과이다. 임기 내를 고집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종합적이고 체계적이며 완전무결한 계획을 수립하는 것만으로도 노무현 정권의 5년 임기가 태부족한 기간임을 깨닫는 것이 시급히 필요하다.
프로필
△충남 공주 출생 △중앙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제학 박사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장 △UNDP 자문위원으로 말레이시아, 아랍 에미레이트 등 경제발전자문 △중앙중소기업 연구소장(현) △중앙대학교 경제연구소장(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