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신문

편집 : 2024.4.28 일 17:59

홈 > 뉴스 > 투자리포트 > 부동산산책

환경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

사람과 자연 공존입장서 정책 수립

2003년 01월 15일 (수) 00:00:00

이상은

이상은 아주대 환경도시공학부 교수
2002년은 대규모 국제 행사들을 성공적으로 치러 국위를 선양하고 또 우리나라를 세계에 자랑스럽게 알린 한 해였다. FIFA 월드컵을 치르면서 온 나라가 들썩거렸고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가한 북한의 여성 응원단은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국민 경선으로부터 시작하여 12월까지 계속된 16대 대통령선거로 마감했으니 정말 정신없는 한 해를 보낸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와중에서 환경은 도외시되어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 개최되었던 WSSD 회의는 세계 160여개국 정상급들이 참석한 중요한 회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 것 등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 한 해였기도 하다.
사실 이번 WSSD 회의는 '92년 리우회의 10주년을 기념하는 회의로 리우+10으로도 불릴 만큼 의미가 있는 회의였기 때문에 우리나라도 유치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월드컵과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해에 또 하나의 대규모 행사를 치르는 것이 무리라는 의견이 많아 유치를 포기했었다. 더욱이 주로 6월경에 열리던 그간의 WSSD회의와는 달리 월드컵에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것을 고려 요하네스버그 회의는 8월말과 9월초로 조정되었다. 결국 21세기는 '환경의 세기'가 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모든 분야에서 지속가능성이 강조되고 있다고 해도 환경은 아직 다른 문제들의 뒷전에서 거론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최근까지 유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던 2010년 엑스포 유치가 무산됨에 따라 금년 중에 개최지가 결정될 2010년 동계올림픽을 제외하고는 당분간 우리나라에서 개최될 규모 국제 행사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유치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동계 올림픽이나 월드컵 그리고 엑스포 등 모든 주요 국제행사들의 개최지 결정에는 환경성과 철저한 환경관리가 주요 요소로 고려되고 있다. 따라서 최근 올림픽 등 대규모 국제 이벤트들은 환경성을 강조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작년의 월드컵을 환경월드컵이라는 것을 내세웠다. 그러나 아직 우리는 입지 선정단계나 계획단계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사전예방 차원에서 환경성을 고려하기 보다는 결정된 이후에 철저한 환경관리에 의해 피할 수 없는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는 차원에서 환경성을 강조하는 실정이다.
즉 국가적인 주요 행사라는 명분 앞에서 환경이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어 먼저 계획과 입지가 확정되고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기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새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곧 들어설 새 정부의 각종 청사진들이 알려지고 있지만 환경에 대한 구상들은 주요 관심사가 못 되는 것 같다. 물론 과거 준농림지역 활용이나 개발제한구역의 해제 등과 같은 계획들이 없어 다행이라 여기고 현재 제시되고 있는 모든 계획들이 환경친화적인 방향으로 추진될 것으로 믿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이 경제를 포함한 각 분야에서 주요 이슈로 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한다는 것이 정책의 기본에 포함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최근호 World Watch Journal에 의하면 현재 가용한 지구상의 모든 담수의 50%를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2025년에는 이 비율이 70%까지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는 야생생물이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물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욕구만을 충족시키는 '사람 우선'의 생활 때문이며 결국 사람들은 이에 따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농업용, 생활용, 산업용 등 증가해가는 물 수요를 충족시키느라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되어 습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쳐 지난 50년 동안 지구상 습지의 50%가 사라졌고 습지 생태계를 파괴하게 되어 담수어종의 20%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이 결과 지구 곳곳에서 심각한 담수재앙을 겪고 있는데 중국에서의 건천화 현상과 지하수층의 고갈 현상은 너무 심각하여 회복에 수천년이 결릴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세기 대표적인 환경재앙으로 꼽히는 중앙아시아 'Aral Sea'의 예는 무절제한 물 사용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한 때 아프리카 대륙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였던 'Lake Chad'의 표면적은 1960년의 2만5,000㎢였으나 지금은 10분의 1도 안되는 2,000㎢에 불과하게 되었다.
수많은 포식 동물들이 사냥에 의해 포획되었었고 사냥이 금지된 이후에도 각종 개발행위에 의해 그들의 서식처를 잃게 되어 숫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우리는 이제 '사람 우선'의 생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행인 것은 그동안 자연의 이용만을 위해 자연과 싸워왔던 우리들이 이제 자연을 회복하고 지키기 위한 싸움을 병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는 산림 면적이 줄었지만 선진국들에서는 오히려 산림 면적이 늘었다는 사실은 이같은 노력들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지나친 관심 때문에 선진국들의 경제 발전이 둔화되었다는 얘기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리는 이제 환경과 경제를 모두 살리는 전략을 본격화해야 하는 시점에 있고 이는 충분히 가능한 전략이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관리도 일률적인 제한에 의하기 보다는 합리성과 지속가능성을 기본으로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고 보지만 '사람 우선'이 아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이라는 입장으로 정책의 수립이나 계획단계에서 환경을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졸업 △미국 Univ of California, Berkeley 환경공학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부원장, 기술관리센터 소장(1991∼98)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원장(1998∼2001) △아주대학교 환경도시공학부 교수(2001∼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