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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개발에 바란다

전문가칼럼

2003년 01월 15일 (수) 00:00:00

신정철

신정철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도시가 태어나서 성장하고 개발이 이루어지는 변천과정을 살펴보면 생태계의 순환과정과 상당히 유사하게 전개된다고 생각된다. 유아기로부터 청년기까지는 성장일변도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주지만, 장년기에 접어든 도시의 경우에는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인구감소의 과정도 겪게 된다. 수도 서울의 경우 도시근교지역에 위치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 신도시를 탄생시키는 시점을 최고의 절정기로 하여 이제 조금씩 인구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도시가 개발되는 배경에는 국가경제적 여건, 지역별 입지특성 등 여러 가지 요인 등이 작용하고 있다. 공업도시 배후주거단지의 형태로 개발된 울산을 시작으로 하여 서울의 인구분산과 주택공급확대를 위해서 개발된 수도권 5개 신도시와 최근의 판교, 화성신도시에 이르기까지 약 40년동안 신도시의 개발이 꾸준히 이루어져 왔다. 또한 IMF구제금융 상황과 함께 국가경제적인 거시적 관점에서 많은 여건변화를 경험하며 학습을 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압축되는 기본틀 위에서 지금까지의 공급자중심적 정책, 독점적·폐쇄적 정책, 공공부문중심적 정책으로부터 수요자중심적 정책, 개방적·경쟁적 정책, 민간부문중심적 정책으로 전환되고 있다.
신도시개발 부문에 있어서도 민간의 창의성과 기술력을 최대한 활용하여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민간부문의 택지개발 활성화 시도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공공성이 강조되는 부문에 있어서도 절차상의 합의, 주민의견수렴 등의 과정에서 상당부분 투명하고 개방적인 시도가 엿보이고 있다. 한편 주거환경의 쾌적화 요구와 도시주변에 산발적으로 이루어지는 난개발을 종합적이고 체계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 자족기능을 갖춘 계획적 신도시개발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계획적 신도시개발을 위해서는 기존 정책의 답습이 아닌 수요자 중심, 민간부문 위주, 개방적·경쟁적 대응과제별 의사결정 절차와 법령정비 등의 개편이 시급하다.
이를 위한 구체적 개편 방향은 다음과 같다. 신도시개발과 관련한 4가지 유형의 집행단계중 계획수립단계를 먼저 살펴보기로 하자. 신도시개발사업 시작단계에서부터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참여기회와 사업추진과정상 주민참여가 배제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공간구조계획이 사전에 수립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폐쇄적으로 입지, 규모, 외곽경계선 등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책형성과정상 지자체 및 주민참여를 확대함으로써 사업추진의 개방화·민주화를 유도하여 민주적 합의도출과정을 끌어내는 것이 바람직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최근 활발한 논의가 되고 있는 신도시의 자족성 문제와 관련해서는 직주근접(職住近接) 개념을 도입하여 대규모 주거단지와 함께 생산기능을 동시에 수용함으로써 자족성을 확보하여 모도시와 독립적인 신도시가 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두번째 단계인 용지취득단계를 살펴보면 새로운 신도시의 개발이 필요한 경우 수도권 신도시의 개발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가지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용지취득 및 보상, 이주 및 이전대책, 기반시설 및 편의시설의 설치시기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대처해야 한다. 토지소유자의 피해의식을 줄이기 위해서 생활보상중심의 보상제도가 확립돼야 하는데 단순한 등가교환적 차원의 보상을 초월한 수용이전의 생활을 회복시키는 형식의 보상이 필요하다. 또한 협의매수 및 보상과정이 장기화되어 사업집행에 차질이 일어나지 않도록 토지보상 협의기간을 단축하여야 할 것이며 예정지구로 지정되면 토지소유자가 빨리 협의를 끝내는 것이 유리하도록 하는 제도개선이 필요하다.
세번째 단계인 택지개발단계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공영택지개발시 사업착수부터 주택건설까지 장기간이 소요됨에 따라 막대한 자금이 소요된다는 점이다. 토지 전면매수방식으로 인하여 초기 소요자금의 비중이 매우 높은데 반하여 투자자금이 회수되기까지는 장기간이 소요되는 결함이 있어 사업시행자의 자금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구나 신도시의 주요기반시설 투자비용은 사업시행자의 개발이익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어 결과적으로 신도시 입주자들이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이와같은 방식은 공공재원조달의 기본원칙에 비추어 볼 때 바람직하지 못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대규모 신도시개발사업은 막대한 자금, 기술, 인력이 소요되기 때문에 계획적이고 일관성이 필요한 부분은 공공개발, 창의력과 수익성이 필요한 부분은 민간개발이 바람직하다.
신도시개발의 네번째 단계인 용지공급 및 준공단계의 분석 및 평가단계에서는 자족기능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형 공업용지가 허용되어야 하며 기업특구와 같은 선진국 제도도 고려해 볼만하다. 또한 서울 외곽지역의 전원적 특징을 살려서 중저밀도의 충분한 녹지 및 문화공간을 갖춘 전원도시적 성격을 극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리라 생각된다. 특히 민간부문에 있어서는 지구지정제도의 민간부문 확대, 민간택지개발 규모 및 지역제한 철폐와 공공시설 설치와 인센티브제의 혼용과 같은 투자의욕을 고취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
프로필
서울대학교 건축학과, 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미국 Stanford University 도시공학 박사, 건설부 주택국 사무관, 중앙건설기술심의위원회 위원(1998-현재), 국토연구원 국토포럼 사무국장, 선임연구위원(1985-현재)